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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그로브 Mangrove Nov 19. 2020

말랑말랑해질 용기를 주는 집

[Knock & Talk] 402호 인터뷰

맛있는 요리와 와인을 좋아하고 출장이 잦은 402호님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직접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스타트업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해요. 때때로 기고를 하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도 좋아해요. 



언제부터 그 일을 하셨어요? 

작년에 한국으로 귀국한 뒤 현재 회사에 합류했어요. 창업했던 경험과, 해외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성장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찾아보다가 인연이 닿았어요. 


레이저 포인터가 놓여 있는 것을 보니 강의하는 분이 맞는 것 같다


일을 안 하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졌어요. 얼마 전부터 독서 모임에 다니기 시작해 정기적으로 책을 읽어요, 한 권을 완독해 곱씹어보면 온전하게 한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된 것 같아 사유의 폭이 넓어진 기분이 들어요. 


스피커 크게 틀고 노래 듣는 거 되게 좋아해요. 최근에는 Remi Wolf랑 Audrey Nuna의 매운맛에 빠져버려서.. 아침 출근길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더라구요. 힘든데 동시에 신이 난 그런 웃픈 느낌..


R&B와 팝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럼 본인을 사물이나 동물로 표현한다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친한 친구가 저를 게임 속 마법사 캐릭터라고 표현했었어요. 게임에선 마법사들이 체력(HP)이 제일 약해서 마을에 자주 가고 포션도 자주 먹고 하거든요. 체력이 엄청 좋은 편이 아니라 혼자 쉬는 시간, 영양제를 잘 챙겨요. 죽어서 되살아날 정도는 아닌데 그냥 휴식 빈도가 잦은 그런 거죠! 느낌이 오시나요? 


인터뷰 도중 급 피곤해하는 402호, 포션을 먹을 때가 된 것 같다


마법사님은 맹그로브에 언제, 어떤 점이 맘에 들어서 오셨나요?

올해 여름에 들어왔어요, 개인 공간도 중요한데 목적에 따라 쓸 수 있는 공간도 무척 중요한 편이라 그 점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오피스텔, 복층, 분리형 원룸 등도 알아봤었는데 7-8평 이상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가 없더라구요. 


복층으로 이사를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잠을 자는 공간이랑 분리된 공간이 생기는 건 아니었어요. 분리형 원룸도 좋지만 작은 공간을 분리해서 산다는 것이 한계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 7월에 맹그로브가 진행했던 얼리버드 이벤트(룸 클리닝 1년 무료)도 큰 유인책이었어요. 


다른 멤버들과 교류 빈도는 어때요? 자주 만나는 분들이 있나요?

집이니까 생활패턴이 겹치는 분들은 거의 매일 보게 돼요. 특히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602호, 203호 그리고 504호, 601호님 자주 만나요! 



만나면 주로  어떤 것들을 같이 하세요?

커피나 술을 곁들이면서, 밥 먹으면서, 책 읽다가 등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편안한 환경이라 그런지 3개월 넘게 같이 살았는데도 할 말이 끝나지 않는 것을 보면 다들 투머치 토커 인가 봐요. 


저는 주로 퇴근 후 밤 시간대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포커스 존이자 카페 쏘리낫쏘리에 있어요. 제가 되게 좋아할 것 같은 책들이 꽂혀있는 알찬 라이브러리와 넓은 데스크가 있어서 따로 또 같이 책도 읽고 작업도 하곤 해요. 


입주 후, 멤버들과 같이 사용하기 위해 장만한 게 있으신가요?

최근에 와인잔 6개 세트를 5명이서 공동 구매했어요. 뭔가 짝이 안 맞았었는데, 602호님이 흔쾌히 두 개를 가져가셨어요.


같이 구매한 유리잔으로 완성된 와인 냉장고를 자랑하는 402호


원래 빔프로젝터는 가지고 있었는데, 스크린은 없었거든요. 같이 영화도 보면 좋겠다 생각해서 겸사겸사 하나 장만했어요! 나중에도 어차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너무 제가 맥시멀리스트인가요?


지난여름 밤에 다시 돌려봤었던 명작 싱 스트리트


매일 늦게까지 영화 보시는 건 아니죠?

자주 봐도 한 달에 2-3번 정도 봐요... 저 출근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통장 상태도 봐야죠. 그래도 뭔가 제가 영화를 보고 싶거나 뭔가를 하고 싶을 때 함께해 줄 사람들이 가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요! 친구들과 약속 잡는 것도 겨우 시간 맞춰서 만나는데, 집에 있으면 물 먹다가도 다른 분이 듣던 노래 한 곡 듣고 가고, 넷플릭스 보고 있으면 잠깐 옆에 앉아서 보고 가고 그럴 수 있으니까요. 



맹그로브에 들어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8월 16일요. 날짜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이 날 제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요리를 했었거든요.  난이도도 높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못해보다가 조리 도구도 갖춰져 있겠다, 주말이라 시간도 있겠다, 나눠줄 친구들도 많겠다, 딱이네 싶어서 동네 슈퍼에 가서 왕창 장을 봤죠. 4시간 가까이 폭풍 요리를 했었죠.


4시간 요리의 결과물, 뵈프 부르기뇽 15인분


양이 한 15인분 정도 됐을 거예요.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했고 이후에도 요리를 즐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혼자 살 땐 편하게 제육볶음 넉넉히 해두고 3끼를 때우곤 했었거든요. 단순 조리가 아니라 요리할 맛이 나는 장소를 만나니까 제가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단 사실도 오랜만에 상기했어요.  


맹그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예요? 

키친이요, 냄비랑 프라이팬이랑 칼이랑 밥솥까지 다 기본으로 제공되니까 추가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어요. 외국에 있을 때는 하나하나 사 모으면서 늘려가다가 한국에 오면서 다 정리했었거든요. 그러고 나니까 가진 조리도구가 끽해야 칼 한 자루랑 뭐 냄비 정도밖에 없더라구요. 


이 전에는 배달을 시켜먹거나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었거든요. 숭인동은 서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합리적인 물가가 엄청난 매력 포인트라 (재래시장에서 생 블루베리가 한 팩에 2000원, 수박 한 통에 5000원 일 때도 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자주 해 먹어 보게 돼요.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라고, 꼭꼭 씹어먹고, 내가 지금 먹는 것이 뭔지 알면서 먹는 게 몸과 정서에 좋다고 하네요. 제철 채소들을 싸게 사 와서 요리해먹으니까 생각보다 재밌고 건강해지는 느낌도 덩달아 받았던 것 같아요.



동네 얘기 좀 더 해주세요. 상상초월 물가 말고 또 재밌는 게 있나요?

아이들이 뛰어놀아요. 5분만 나가도 높은 빌딩들이 많은데, 집 근처에 오면 정겨운 느낌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확실히 더 ‘동네'라는 느낌이 들어요. 


월간 디자인 10월호에도 소개된 동네 멋집 테르트르


아, 요즘 매거진들에 집 앞에 ‘테르트르'라는 카페가 자주 소개되던데요, 월간 디자인에도 나오고. 저는 아직 가보지 못해서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기는 해요! 동네에 스타벅스가 없는 것도 재밌는 건가요? 하지만 집 1층이 카페다 보니, 커피 사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안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벌써 시간이 많이 되어버렸네요. 이제 슬슬 정리해보려고 하는데, 조금 뻔한 질문들 좀 해보겠습니다. 402호님께, 맹그로브는 어떤 집인가요?


1년 계약을 하고 들어왔는데, 더 살고 싶어 고려중이에요. 뭔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기보다는 제가 저로서 삶을 영위하는 게 불편하면 못 살 것 같은데 맹그로브는 그런 지점이 없었어요. 


다양한 코 리빙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코 리빙은 제일 좋은 것도 힘든 것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맹그로브는 ‘사람들이 너무 좋은 집’이에요. 다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에 열려있지만 또 그 섬세한 선을 넘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들이 너무 느껴져서 소중한 관계죠. 일상이 겹쳐져서 합쳐지는 그런 느낌에서 서로 담장의 문턱이 낮은, 가까운 이웃이 사는 그런 집인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으로, 맹그로브에 사는 동안 본인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몰랐던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갈 것 같아요. 본래 호불호가 명확해서 안 좋은 건 안 하자 주의인데, 맹그로브에서 사람들이 해보라는 건 도전해보게 되더라구요. 


가장 최근에는 스스로에게 20만 원짜리 호텔 싱글 룸 1박을 선물했어요. 성격상 절대 안 했을 행동인데,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저를 밀어준 것 같아요. ‘너 이거 가면 되게 좋아할 거야.’, ‘너 취향에 맞을 거야.’,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 하고 강력하게 추천을 해주니까 용기가 생겨서 해본 것 같아요.


마음을 열 수 있는 장소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앞으로도 제가 가진 편견들과 확고한 가치관들이 하나 둘 바뀔 것 같고 살기 전보다 말랑말랑한 사람이 될 거라고 기대해요.  


친구들의 추천으로 경험해 본 제주도 D&Department의 D Room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입주 대기 상담


 | 김기태

사진 | 김기태, 최모레, 4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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