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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Nov 06. 2024

어른의 기준.

중간고사가 끝나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수업. 아이들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수업을 지연하고 싶은 마음뿐. 하지만 벌써 기말고사는 40일 밖에 남았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시험 이야기를 꺼내는 교사의 마음은 사실 불편하다. 시험을 잘 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꼭 시험 때문에 사는 것은 아니기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어른. 성인의 기준이 뭘까?"


뜬금없는 질문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한다. 수업을 잠깐 안 나간다는 생각에 웃음 짓는 아이도 보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만 18세요."


한 학생의 대답에 아이들이 웃는다. 좋은 대답이다. 이 정적을 깨 주는 학생이 고맙다. 


"법적으로도 맞는 말이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에 성인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지. 고등학교 3학년이랑 대학교 1학년이 정말 큰 차이가 있을까?"


아이들은 다시 고민에 빠진다. 한 학생이 대답한다.


"군대요."


또다시 아이들의 웃음. 유쾌한 대답이다. 아쉽게도 군대 다녀와도 어른 안되더라는 말을 남겨준다.


"선생님이 생각할 때 어른의 기준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너희들이 조금씩 갖추어 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나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준다. 고맙다.


"오늘 뉴스에 그런 기사가 있었다. 20대 여성이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서울 한복판에서 8중 추돌사고를 냈어. 여러 사람이 다쳤지. 사고를 낸 다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어떻게 시동을 끄냐고 엄마에게 연락했다는 기사였다. 이 사람은 20대지만 어른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 운전을 했다는 것. 사고를 내고 수습하지 않았다는 것. 엄마에게 전화했다는 것 등등 책임감이라고는 볼 수 없기에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행동에 책임지고 싶지 않은 정말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지. 사람은 잘못을 하면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도망을 치고 싶고 피하고 싶지. 하지만 그걸 피하지 않는 것이 책임감이야. 

나는 너희들이 지금도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의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나중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지금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 책임을 지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키우고 싶고 너희들이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니 이제 공부하자."


수업시간 20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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