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망 Nov 10. 2024

나는 무얼 가르치고 있는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로지도가 한창이다. 학생들은 대입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생활기록부를 전략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 성적은 당연히 좋아야 하고 학교활동들을 좋은 내용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적극적인 학생회 활동. 내 꿈과 비전에 맞는 동아리 활동. 리더십과 전공분야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자율활동 등 해야 할 것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좀 했다. 공부하고 활동하고 봉사하고 운동하고 독서하고.... 시간을 잘 분배해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이제 여유가 없다고. 지금 누워있으면 나중에 뛰어야 한다고.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간절한 마음을 담아 훈계를 했다. 아이들은 내 말을 경청해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시간. 복도를 걸으며 내 말에 어폐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내 진심이 그러했는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학창 시절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길 바라는 생각으로 설교했는데.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한 번뿐인 고등학교 학창 시절. 대학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이며 이제 사회에서 못하는 활동들을 펼쳐볼 기회이기도 하다. 동아리의 선택은 진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 행복한 것으로 정해야 한다. 점심시간은 친구들과 운동장에 뛰어나가 공놀이를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며, 더 많이 꿈꾸고 놀고 추억을 쌓는 학창 시절이 되어야 한다. 


너무 상투적인 문장. 

"대학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부는 아니다."


교사로서 내가 정말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 내일은 아이들이랑 조금 놀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색약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