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일어납니다. 씻고 옷을 입고 아침을 먹습니다. 사실 아침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안 먹으면 자식들이 보고 배우니 최선을 다해 아침식사를 합니다. 맛있고 고맙다는 말을 아내에게 남기고 집문을 나섭니다.
12층인 우리 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구호를 외칩니다. 하루 시작의 의식이라고 할까요. 작년에 급조해서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수요일이니 둘째의 이름을 넣어서 구호를 외칩니다.
"좋은 하루. 좋은 사람이 되자."
제가 제일 열심히 합니다. 아이들은 시큰둥. 몇 명은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가 고장 난 첫째는 제가 디엔동을 태워 학교로 갑니다. 5분이면 도착하는 학교. 정말 좋습니다. 다 같이 등교하며 교문을 지키고 계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학생부장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각자 반으로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외쳐줍니다.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좋은 하루 되어라."
교무실에 들어가며 인사를 합니다. 제가 제일 늦었습니다. 좀 더 서둘러 나와야 되는데 습관이란 게 무서운 겁니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달사항이 없음을 인지한 후 조회를 다녀옵니다. 오늘은 날이 덥습니다. 가는 도중 만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교실에 들어섭니다. 몇 군데에 빈자리가 보입니다. 아침에 부모님께 감기로 인해 못 온다고 연락을 받은 두학생의 자리입니다.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인원파악을 한 후 오늘의 중국어 문장을 물어봅니다. 올해 중국어를 더 잘하는 학생에게 제가 내린 임무입니다. 하루에 한 문장 저에게 중국어 가르쳐주기. "퇴근 후 무엇을 하느냐"라는 중국어였지만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 아이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 주저하니 아이들이 핀잔을 줍니다.
"다른 샘은 중국어 잘하시던데요."
뭐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라 쓴웃음을 지으며 인사하고 교무실로 돌아옵니다. 오늘은 수업이 한 시간밖에 없는 날입니다. 같은 교무실을 쓰시는 선생님들의 사물함이 없어서 그 기존에 있는 사물함의 물건을 제가 청소합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청소하고 정리를 마치니 두 분 선생님의 사물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필요하신 물건을 두고 한해를 잘 보내실 수 있겠지요. 정리를 다하고 커피를 갈아 물을 내립니다. 물이 없어서 정수기에서 물을 길어옵니다. 그 사이 커피 그라인더가 4인분의 커피콩을 갈아두었습니다. 커피가루를 필터에 털어내고 물을 끓여 천천히 커피물을 내립니다. 아무도 없는 교무실.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천천히 커피 향을 음미하며 드립커피를 완성해 갑니다. 커피물을 따르며 올라오는 기포에 호기심을 가져보지만 '왜'라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어 이내 교무실을 채워가는 커피향기에 집중합니다.
갑자기 다음 주에 있을 진로적성검사 결제가 생각이 납니다. 부랴부랴 전체인원을 확인하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적성검사 홈페이지에 들어갑니다. 제 인터넷이 문제인지 로딩 화면이 꽤나 오래 걸립니다. 코클린을 실행하여 컴퓨터의 필요 없는 것들을 제거해 보지만 여전히 노트북은 세월아 내 월아 천천히 돌아갑니다. 내려놓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가져보고 싶지만 노트북과 시간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1교시를 마치는 종료령이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