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이름)

by 이소망

군대시절. 구타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구타라고 하니 뭔가 큰 사건처럼 보이는데요. 집단 구타는 아니고 선임 한 명에서 가슴을 얻어맞은 적이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등병 시절. 저녁이 되어 씻으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저의 수건이 없더라고요. 빨래를 해두고 빨래걸이에 걸어두었던 것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군대에서는 주기라는 것을 합니다. 자신의 물건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이죠. 그래서 모든 물건에는 그 주인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옷걸이는 당시 부상으로 인해 입원해 있던 선임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병원에 가있었기 때문에 제가 물려받았었거든요. 그래서 저보다 밑에 있던 후임에게 저의 수건을 좀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야. 거기 ㅇㅇㅇ(선임이름)이라고 적힌 옷걸이 좀 줘라."


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제 말을 들은 어떤 선임이 노발대발했습니다. 어떻게 선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있냐면서 말이죠. 꼭 이 일 때문만은 아니라 그전에 여러 가지 제 잘못을 기억하다가 이 일로 인해 감정이 폭발했는지 선임은 저의 가슴에 주먹 두대를 꽂아 넣었습니다.

아프지도 화나지도 억울하지도 않게 저는 그냥 정말 주먹 두대를 맞았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의 감정이 듭니다. 그냥 맞았구나.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는데 저를 때렸던 선임이 잠도 안 자고 계속 주위를 서성이다가 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때려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 보니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네요.


아주 오래된 이 기억이 갑자기 왜 떠올랐을까요. 학부모 상담을 하기 위해 상담할 곳을 찾던 중. 각 상담 교실 앞에 붙어있는 상담실 사용 명단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부장님의 성함이 쓰여있었죠.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ㅇㅇㅇ(부장님 성함). 다 쓰여있네."


그리고 잠시 후 부장님이 안에서 나오셨습니다. 하루 종일 잘못한 것 같아 근심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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