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주간.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 입었습니다. 일 년에 세 번을 입는 것 같습니다.
입학식. 상담일. 졸업식.
학교에 갈 때 그리고 아이들을 만날 때 조금 가볍게 입습니다. 회사원 같은 정형화된 정장은 저도 아이들도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리고 제가 노리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가끔 정장을 입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선생님의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옷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느낍니다. 깔끔해진 저의 모습에 좋아해 주기도 합니다. 그만큼 가끔 입어야 효과가 있는 정장입니다.
선생님들의 반응도 참 다양합니다. 정장 입은 모습을 보며 새신상, 외판원, 교생선생님 등 다채로운 직업을 부여해 줍니다. 심심했던 일상에 이야깃거리를 준 것 같아서 함께 농담을 하며 즐거워합니다.
정장을 입고 출근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침 교문에서 교장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하며 옷차림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좀 과하죠?"
"응. 오버야."
아무리 학부모 상담이라고 해도 넥타이까지 매고 온 정장의 모습이 교장선생님은 가볍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만난 학생 부장님.
"오늘은 조금 가벼운 세비정장이네?"
"넵. 조금 가볍게 입어봤습니다."
교장선생님께는 과했던 저의 옷차림이 학생부장님께는 가벼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선 교무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께서 각자 한 마디씩 하십니다. 같은 의견은 없습니다. 모두 자신이 생각한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과한 정장이 또 다른 이에게는 가볍고, 어떤 이에게는 재밌고 즐겁고. 같은 사물과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의견에 크게 동요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슬퍼할 이유도 없다는 말이죠.
그래도 내일은 정장을 안 입을 겁니다. 왜냐하면 불편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