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by 이소망

야자 감독 중입니다.

지금 제 앞에는 2, 4, 6, 8, 10… 열여섯 명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남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도서관 자습실에 모인 시간은 5시. 이제 중간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9시까지 아이들을 열심히 공부할 예정입니다.

우리 때와는 달리 아이들은 패드와 노트북을 켜놓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로 pdf를 다운 받아 문제를 풀기도 하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몰랐던 내용들을 보충합니다.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한 친구는 피곤했는지 어느새 엎드려 잠이 들었네요.

야자감독을 하며 업무를 보다가 눈을 들어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저 아이들처럼 학교 도서관에 남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문제집을 풀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과 몸도 비운채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시간들을 보냈을까.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감정의 잔상만 희미하게 남아있기만 한 그 시절을 말이죠.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문제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풋풋하고 순수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제 모습도 스쳐 지나갑니다. 저 아이들은 지금 얼마나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릴까. 괜스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는 그 시절의 기억은 잘 나지 않고, 감정만 남았습니다.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지도 않아 아쉬움이 남는 그 시절. 그때의 그 분위기, 냄새, 느낌. 그런 감정들이 흐릿하게 가슴에서 맴돕니다. 저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훗날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좀 더 열심히 할걸."일까요,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일까요. 아니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간이 되어버릴까요.

저는 그게 너무나 궁금합니다.

업무를 하기 싫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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