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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Jan 20. 2024

공부한 것을 오래 저장하는 방법.

공부를 하자고 이야기해서 학교공부, 인생공부, 운동, 노력, 독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야기들은 여러분 기억에서 아마 오래 살아남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잊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해마라는 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기관은 아주 작은 기관이지만 여러분 뇌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뇌로 입력된 지식을 단기 기억으로 저장할지 장기 기억으로 저장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여러분이 이 해마를 잘 어루고 달래기만 하면 오늘 공부한 것을 머릿속에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습니까. 매력이지 않나요?

기억과 관련된 망각곡선이라는 아주아주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오늘 공부한 내용은 여러분 기억에서 내일이 되면 절반으로 줄고 모레가 되면 그 절반으로 줄며 그 다음 날이 되면 처음의 10%도 안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우리들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뇌 속에 있는 해마를 잘 활용한다면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해마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 해마가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엄청난 기쁨 혹은 엄청난 충격이래요. 여러분의 어릴 때 추억들을 기억해 봅시다. 남아있는 장면들이 있죠? 아마 그 장면들은 아주 평범했던 기억들이 아닐 겁니다. 어디를 여행을 갔다거나 생일파티를 했다거나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거나. 이렇게 아주 큰 행복감을 느꼈던 즐거움이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사고가 났었거나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거나 공포영화와 같이 무서운 것을 보았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을 때일 겁니다. 이렇게 해마는 기쁨의 기억 혹은 충격의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냅니다. 여러분의 어린시절에 기억남는 장면들은 전부 해마에 의해 장기기억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어떻게 공부해야 그날 공부한 것이 장기기억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기쁘게 공부하거나 충격적이게 공부하면 되겠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쁨과 충격은 그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지 공부의 내용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공부는 그렇게 기쁘거나 충격적이지 않습니다.(웃음) 

해마가 큰 행복과 엄청난 충격 외에 또 장기 기억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 즉, 여러분이 경험한 것들 중에서 여러분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장기 기억으로 저장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여러분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공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만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저의 예를 들자면 저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군대 훈련소 시절 행군을 나가기 전 해가 떠오르는 새벽녘에 다같이 줄을 서서 모여있는 훈련병들의 행렬입니다. 조용하게 해가 비추고 질서정연한 헬멧들 사이로 입김이 피어오르는 그 모습.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위 마음에 담았다고 하죠.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그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간절히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합니다. 

또 해마는 어떤 것을 중요하다고 판단할까요. 사실 이 부분이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결론입니다. 해마는 반복되는 것을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복습이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이 복습을 하면 할수록 해마는 그것을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장기기억으로 보내기 때문에 의도적인 복습은 공부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돕습니다. 기억할 것은 의도적인 복습입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빨래를 개는 것,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는 것 등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판단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이 내용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반복할 때 머릿속에 오래 기억됩니다. 

가끔 여러분은 스스로를 오해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요. 몇번 공부해보고 기억이 나지 않아 공부에 재능이 없다며 금새 포기해버립니다. 그런데 여러분.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합시다. 200페이지 내용의 책을 한번 읽었을 때 여러분 머릿속에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략적인 줄거리,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재밌었거나 주요했던 내용들이 기억이 날 겁니다. 책의 모든 내용들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죠. 그런데 공부할 때의 여러분은 신기하게도 그런 모습을 바랍니다. 교과서를 한번 읽은 것만으로, 문제를 한번 풀어본 것만으로 공부했던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 남아 기억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억하길 바라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우린 그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천재가 아니기에 한번 보았던 것을 두 번. 세 번. 다섯 번. 여러 번 봐야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공부는 재능이 아니고 암기도 재능이 아닙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성실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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