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계단형

중간고사를 잘 마쳤습니다. 조금 난이도를 높였는데 생각보다 평균이 높아서 놀랬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겠지요. 그중에서 몇몇 친구들이 와서 저에게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샘. 이번에 역사만 했는데 역사 점수가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샘. 실망이에요." 그게 왜 저에게 실망할 일인지 모르겠으나 여러분의 실망에 대해서는 제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100을 공부했으니 100 정도를 맞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이 이야기를 꼭 해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노력했을 때 그 결과물을 얻길 원합니다. 공부를 했을 때 좋은 점수를. 운동을 했을 때 좋은 체력을. 악기를 배울 때 좋은 실력을.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생각만큼 쉽게 얻어지지 않고 그만큼 우리는 중도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노력하기만 하면 바로 피드백이 나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게임을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게임 자체가 재밌어서가 아닙니다. 몇몇 게임들을 시도했다가 포기하죠. 그 이유는 시쳇말로 고인물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떤 게임을 하고 싶어서 도전했을 때 너무 높은 레벨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금방 흥미를 잃고 좌절하고 게임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게임을 찾아보죠. 이 사실을 게임 개발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높은 레벨의 사람들만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 게임은 금방 망하게 됩니다. 새로운 유저들이 게임에 들어와야 그 게임은 오래 살아남고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죠. 그러면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적절한 레벨과 피드백을 제공하면 됩니다. 아슬아슬하게 패배하거나 승리를 거두면 이길 수 있다는 도전정신과 많은 쾌감을 갖게 해 주죠. 나와 비슷한 레벨과의 경쟁은 즐겁게 게임에 몰입하게 해 줍니다. 게임을 끝날 때마다 나의 위치를 화면에 보여주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피드백해준다면 게임을 그만둘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성장이 곧 나의 동기이자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공부가 여러분이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고 피드백을 준다면 여러분은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말이죠. 하지만 공부의 성장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공부는 계단형입니다.

게임의 성장 그래프가 일반적인 그래프라면 공부의 성장 그래프는 계단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내가 노력하고 내가 열심히 해도 전혀 성장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러분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맛보았던 그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장하지 않을 것 같음에도 꾸준하게 묵묵하게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임계점이라고 부릅니다. 그 성장은 일반적인 성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한 단계 진화한다고나 할까요. 갑자기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지지부진한 그래프를 지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폭발적인 성장을 맛보지 못하고 좌절하고 맙니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를 대죠. '내가 해봤는데 안돼. 나는 공부머리가 아니야. 노력의 DNA가 없어.'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그런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고작 DNA가 여러분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지요. 그럼에도 임계점을 돌파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이유를 찾아낼 뿐입니다. 

아무런 성장이 없다고 느껴지시는 지금. 바로 앞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임계점이 놓여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을 조금더 해봅시다. 분명 게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큰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중간고사에서 생각보다 원하는 점수가 안 나왔던 친구들. 기말고사까지 해봅시다. 아마 원하는 바를 능히 이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