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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Jun 04. 2024

떡 먹는 호랑이 선생님을 꿈꾸며

12년 전 처음 교직에 섰을 때 같은 교무실에 있던 동갑내기 체육선생님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모를 그때. 

말 한마디에 학생들이 척척 움직이고 수업시간에 긴장하여 조용하고 약간 거리를 두며 무서워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선생님. 그런 모습이 부러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한동안 관찰하며 그 모습을 흉내 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이 있는 법. 되지도 않았고 되고 싶지도 않게 되었다. 

결국 나만의 길을 찾아 선생님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무서운 선생님이 되기도 했었다. 화를 많이 냈고 무기를 많이 잡았으며 때로는 몽둥이도 휘둘렀다. 아이들은 긴장했고 내 말을 잘 따랐으며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도 없었다. 

그런데 재미는 없었다. 편했지만 내가 정말 원하던 학생과 선생님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내 수업에 몇몇 학생들은 자기도 하고 종례 시간에 화장실 갔다가 늦게 오기도 한다. 학생들은 잡담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친 장난을 나에게 칠 때도 있다. 너무 아이들에게 잘해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만만해 보이나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재미가 있다. 전보다 내가 원하던 학생과 선생님의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 상담 때 공부 안 하는 학생을 혼내달라는 요청을 학부모로부터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 혼내가며 공부를 시켜야 하는 시기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또다시 무서운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공부시키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학생에게 좋은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호랑이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여전히 있다. 내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기도 한다. 정해진 규율과 규칙에 한치도 어긋남 없이 모범적인 학생들이 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게 정말 좋은 선생님과 학생이란 생각이 이젠 들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부족하지만 더 좋은 선생님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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