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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하탄K May 03. 2016

거인 이미르의 죽음과 위그드라실

북유럽 신화 살펴보기 1편

  1. 들어가며 

  북유럽 신화는 희랍신화와 함께 서양인들의 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에도 종교가 아닌 ‘신화학’으로 다루어져 켈트 신화 등에 비해서는 접할 수 있는 문헌들이 많은 편이다. 현대에 와서 영화 ‘반지의 제왕’(의 경우에는 켈트 신화 역시 영향을 주었다고 하지만.)이나 ‘토르’를 통해 우리는 북유럽 신화와 좀 더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랍신화를 아는 만큼 북유럽 신화를 잘 알지는 못한다. 따라서 필자는 북유럽 신화를 다룰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세 가지 선정하였고, 본 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북유럽의 흔한 풍경

  2. 태초 신화 : 신들은 이미르를 왜 죽였는가.

  무엇도 존재하지 않던 곳, 불의 나라와 얼음의 나라가 나타나고 둘의 기운이 만나 생겨난 물방울에서 거인 이미르와 암소 아훔두믈라가 태어났다. 북유럽의 신화 세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미르는 암소의 젖을 먹으며 서리거인 족을 낳고, 아훔두믈라는 핥아먹던 서리에서 신의 시조가 되는 부리를 발견한다. 부리는 스스로 뵈르를 낳고 신 족을 탄생시킨다. 뵈르는 거인족의 여인과 관계하여 세 신을 낳는데, 빌리, 베, 오딘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 셋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미르를 찢어 죽이게 된다. 신들과 비교하여 서리 거인 족들의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어느 신화에서건 거인족과 신은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으니 특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것을 북유럽이라는 지역적 특징과 함께 엮어 생각해 보려 한다. 

  이미르는 그냥 거인이 아닌 “서리거인”이다. 얼음과 불의 기운이 만나 생겨난 물방울에서 태어난 존재. 그것은 고대 북유럽의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추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미르가 스스로 거인 족들을 계속해서 번식시키듯, 추위 역시 계속된다. 이와 반대로 암소의 존재는 북유럽 사람들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암소가 끊임없이 젖을 생산해낸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그들에게 생명력을 주는 자연(농경, 목축 등이 가능한)을 상징한다 여겨진다. 넓게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자연, 좁게는 농경, 음식 등으로도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은 공생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대립을 하게 된다. 

  암소의 자식들(혹은 암소가 발견한 부리의 자식들)은 신들의 지위를 차지하고, 이미르의 자식들은 서리 거인 족들이다. 앞서 말했듯, 서리 거인 족들은 추위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신들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암소가 고대 북유럽인들이 먹고살 수 있는 자연이라면, 암소의 자식들은 바로 북유럽인들 자신들을 상징한다 할 수 있다. 북유럽인 들은 혹독한 추위와 끊임없이 싸웠다.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힘에 맞서 그들은 투쟁했다. 그리고 그것은 암소의 자식들, 즉, 그들 스스로를 신격화하여 신족 “빌리, 베, 오딘” 삼 형제가 이미르를 찢어 죽이는 것으로 나타냈다. 이것은 추위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기원일 수도 있다. 혹은 해빙기가 옴에 따라 주춤해진 추위 덕분에 전에 없이 평온한 생활이 가능하게 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유럽인들이 당시의 그 혹독한 추위에 맞서서도 살아남았다는 것이고, 그것이 신화 속에 반영되어있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그 지역 고대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Map of Yggdrasil  by solaroid in deviantart

  3. 위그드라실 : 왜 하필 나무인가?

  위그드라실은 세계 중심에 있으며, 나무의 가지와 뿌리는 북유럽에 존재하는 아홉 세계에 각각 닿아있다. 이것은 북유럽 신화의 중심이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위그드라실”이 어떻게 생겨 난지는 모른다. 그것은 그곳에 “있었다”. 단순히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축으로서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나무는 ‘우주목’이라는 신화소에 속한다. 북유럽의 위그드라실뿐 만 아니라 많은 신화에서 이 우주목들이 나타난다. 시베리아의 전나무, 중국의 만년송, 인도의 우파니샤드 등이 우주목으로서 각 지역 신화 세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나무인가? 필자는 세 가지의 이유로 정리해보았다. 

 

   1) 식량의 원천이자, 불의 아버지

   수렵생활을 하던 시절에 나무는 사람들이 아무 희생도 하지 않고도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리고 불은 벼락이 나무에 떨어지거나, 나무를 서로 비비는 것으로만 생겨났다. 이러한 이유에서 오래전부터 나무는 ‘불의 아버지’로 명명되고는 했다. 인간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지어 생각해보면 1차적으로는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들은 나무를 숭배했을 것이다. 

  

  2) 우주의 중심축

  고대 사람들은 세계가 하늘과 땅, 그리고 우리의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축, 기둥에 의해 꿰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둥은 바로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있는 나무였다. 나무는 곧 우주의 중심축으로서 하늘과 땅을 연결한다 여겨졌다. 때문에 나무는 신성한 존재로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나무는 신들의 통로로서 여겨지게 된다. 우리 눈에는 신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사방팔방 뚫린 곳에서는 더욱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곳은 그들이 왕래하는 수단이 되는 나무였다. 고대의 많은 부족들이 나무 아래에서 제물을 바치고, 제의를 올린 것도 다 이러한 이유였지 않겠는가. 


  3) 부활-불멸의 존재

  나무에는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것과 사시사철 같은 모습인 것이 있다. 전자는 부활을 상징한다. 그것은 겨울이 되면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더욱더 자란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다. 부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더 자라 하늘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후자는 불멸을 상징한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는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 나아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약 9600살이며, 가장 큰 나무는 자유의 여신상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현대 사람인 나조차 이것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없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대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놀라운 존재였겠는가. 끊임없이 부활하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이 “나무”라는 존재를, 그들은 숭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북유럽은 지역 특성 상 숲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나무의 위엄을 수 천년 동안 지켜봐왔다. 그렇기에 여느 신화와는 달리 이 위그드라실이 우주목으로서, 신화 세계의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이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누었네요. 다음 편에서는 섹시하고 젠틀한 영국 배우, 톰 히들스턴이 연기한 북유럽의 악동 감초 "로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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