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를 뽑을 일이 있었다. 후보들의 레주메를 보니, 난다 긴다 하는 회사에서 서비스 기획, 신규 사업 기획, 마케팅 기획 등을 해왔다고 자랑하듯 쓰여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기획'이라는 게 있구나 새삼 느끼며 던지는 나의 첫 질문... "여러분은 기획을 무슨 일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바로, '불편함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일',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 등의 참으로 바람직한 대답들이 나왔다. 이용자나 회사가 어떤 pain points가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그 문제를 해결해가는 '재미있는 과정'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공감하였다. 내가 만든 어떤 그림(서비스 Wireframe, 사업 제휴, Go to market 방안)이 그대로 실천되고 그 결과가 좋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들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기획은 'What을 정의하는 업무'로 알고 있었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발견/발명하거나, 기존의 무엇과 무엇을 합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하는 것으로 말이다. '노인들을 위한 Airbnb예요. Uber와 같은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예요. 잡지책 버전의 Netflix 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무엇'을 생각하는 것으로 '기획'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기획의 과정에서 '무엇'을 정의하는 건 아주 빙산의 일각이고, 핵심은 'Why를 끊임 없이 묻는 것'이며, 그리고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Why... 도대체 왜 문제라고 생각할까? 왜 서비스를 매일 방문해야 하며, 왜 돈을 써야 하는 것일까? 왜 여행할 때 남의 집에 자며, 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자동차를 탈 생각을 할까? 잡지를 왜 월정액으로 봐야할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기획일 거 같다. 마치 독심술을 부리듯,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본질을 이해하고나면, 그때서야 '무엇'을 그려낼 수 있다.
새로운 커머스 앱이 나왔다고 하여 다운로드를 받아 들여다본다. 새로운 서비스는 첫 페이지부터 두근거리게 한다.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과 얼굴/소리 없이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페이지에 한 스무가지 '할인' 상품이 나오면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중에 Top 세가지는, 7천원짜리 꽃향기 바디워시, 9천9백원짜리 워킹 베이직 운동화, 30%할인하는 10캔 묶음 참치캔이다. 어떤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을지 상상해봤다. 기획자는 사용자가 누구던 간에 저렴한 물건이거나 요즘 계절에 잘 팔리는 상품이라면 반응하고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이 서비스의 기획자는 Why를 물어보는 독심술을 더 키워야 하겠다.
두근두근 마음이 사라졌으니, 바로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