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작가 북토크 후기
“여러분 뭐라도 하세요”
어제 송길영 작가 북토크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이다. 예전에 어떤 분께 명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명함에는 ‘전 ○○ 기업 상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가 과거의 직위를 명함에 새긴 이유는, 가장 정점에 있던 찬란한 시절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의 영광이나 나이 들어가는 것에 매몰되기 쉽다. 우리는 여전히 시대에 발맞춰 나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젊을 때만 찬란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지금도 찬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 불릴 내 이름이 필요하다. 과거의 직위가 내 이름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업계의 네임드나 조직 내 높은 지위는 은퇴 후 끝이 난다. 더 이상 나를 수식할 직함이 없을 때, 나이를 내세우기 시작하고 그게 고착화되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에 머물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며 여전히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작가는 말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저자 정희원 교수를 예로 들면, 그분이 근무하는 병원은 손에 꼽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병원을 그만둔다고 해도 ‘저속 노화’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정희원 교수이다. 더 이상 어느 종합병원의 의사가 아닌, ‘정희원’이라는 이름 자체로 브랜드가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서 특화된 분야를 만들어 나갔다. 누구나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어 가는 시대이며,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무엇은 인생의 목표가 될 만한 일이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긴 호흡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궁리하고, 생각의 방향을 고민하고,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좋아하는 게 명확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내가 찾아야 한다. 무언가를 하면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 할 만큼 몰입하고 있다면,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한다. 다만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손으로 몸으로 직접 해보는 일이어야 한다.
그 일을 찾았다면 이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내 속도로 준비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 즉 도반이 필요하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나의 지성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줄 것이다.
작가님은 호명 사회와 퍼스널 브랜딩을 비교 분석하면서, 그중 공감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가치 평가 기준에서 외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자기 홍보에 치중하다 보면, 실제 역량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유명하다고 해서 꼭 실력과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나 역시 경험한 적이 있다.
작가님의 책 「시대 예보: 호명 사회」에서는 ‘호명 받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내가 발견되는 것이다. 내가 꾸준히 노력하여 축적의 시간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인지되는 과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견딜 수 있고 그만큼 탄탄한 실력이 쌓인다.
이 지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이 자신을 능동적으로 알리는 전략이라면, 호명은 외부에서 나를 발견해 주는 일이다. 둘 다 성공을 향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접근 방식과 시간의 흐름에서 차이가 있다.
이상적인 방법은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먼저 자신을 알리되,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와 실력을 키워 나가면, 자연히 ‘호명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길을 찾아가고, 그 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이름을 알리고, 그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 때, 우리는 진정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