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 26 |
오랫동안 나는 고대의 연금술이 “납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물체나 사물의 속성을 변경하는 것을 연금술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샤워 중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연금술이 사물의 내적 성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틀(외적인 형상)을 바꾸는 것이다”라는 생각 말이다.
고대 연금술이 정말로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을까? 연금술사들은 금속을 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진짜로 믿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사실 연금술의 본질은 인간을 계몽하는데 목적을 두고 태어났다. 납을 금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메타포(은유)였던 것이다. 지식의 수준이 낮았던 인간을 ‘금’과 같이 고귀한 존재로 변화시키는데 목적이 있었다.
당시 무지몽매한 인간을 계몽시킨다는 것은 인간에게 신이라는 존재를 각인시키고 신의 사상을 전파하여 그들을 일깨운다는 종교적인 관점이었을 것이다. 연금술사 하인리히 쿤라드(Heinrich Khunrath, 1595년)의 실험실의 문틀에 씌어있는 문구 “신이 없다면 어떤 인간도 위대해질 수 없다.”라는 문장을 봐도 위의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계몽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여러 주장이 나올 것 같은데 내 지식이 짧아서 거기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하겠다.)
아무튼, 인간을 계몽한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연금술이 오늘 아침 갑자기 내 생각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은 요즘 내가 지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의 실체와 본질에 대한 이해와 맞닿아있다.
나는 처음 자기 계발을 알게 되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키워드로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를 선택했고 몇 종류의 실행 아이템을 선정하여 (독서 / 글쓰기 / 운동...) 하나씩 시도해나갔다.
수년간, 아니 지금도 계속 이것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속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의 최상위에 있는 키워드 “자기 계발”은 허상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윤리, 도덕, 정의, 진리와 같은 개념적인 표현 말이다. 그래서 내 생각이 변하고, 생각이 모여 사상이 되고 그것으로부터 바깥으로 퍼져 나오게 되는 어떤 아우라가 육체와 결합하여 점점 나의 외형까지 변화시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들었던 생각은 ‘결국 최종 종착역이 외형의 변화 아닌가?’였다. 생각의 변화가 시발점이었다면 행동으로 바뀌어 내 형질을 바꾸어내는 것, 다시 말해 내적인 변화가 1단계라면 외형의 변화는 내적의 단계를 한참 건너뛴 이후의 어느 단계에서 형성되는 결과인 것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독서”를 자기 계발의 한 과정으로 설정했다면 최종 목표는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는 “독서습관을 갖춘 독서가”가 되는 것이 된다. 시작 단계는 읽을 책을 정하고 책을 읽고 진도를 체크하는 과정이며 점점 이것 이반 복된다. 독서를 자기 계발의 과정으로 선정하는 것까지의 과정이 생각의 변화라면, 그 이후의 지난한 반복은 외적인 과정이다. 물론 내/외를 구분하기 모호한 여러 교차점이 발생된다. 책을 읽는 행동과 읽은 책의 내용에서 비롯되는 생각의 전환, 여러 느낌의 축적,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또 다른 행동...처럼 말이다.
변화는 자신이 알아채는 것이 가장 늦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다. 매일 보는 아이들의 육체적 성장을 알기는 힘들다. 매일 곁에 있는 아내의 나이 듦도 남편이 가장 늦게 알아챈다.
즉, 변화는 누군가가 ‘너 변했다’라고 말할 때 자신이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는 어떻게 내 변화를 알아챌까? 그건 상대가 당신의 내적인 변화를 알아챈 것이 아니라 내적인 변화가 외적으로 표현된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변화의 최종단계는 외형의 변화가 맞다. 다시 생각해보면 금속이 금으로 바뀐다는 것은 성질이 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완벽히 형태가 변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여태껏 판단하고 가치를 수치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기 계발을 수치화하고 정량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는 자기 계발을 정량화하는 방법과 기술을 준비해서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닥치고 독서클럽>의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다.
신난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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