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애착을 가졌던 만화영화 <독수리 5형제>를 보면, 그들이 보통의 인간(사실 평소에도 평범하지는 않음)에서 새 옷을 갈아입는 변신을 진행할 때 “탈바꿈, 고”라고 외치며 왼손의 시계를 가슴으로 가져오는 장면이 있었다. 건, 혁, 유미(?), 뼝, 용 이 다섯 명이 악의 세력 알렉터를 물리쳐나가는 이 주옥같은 세기의 만화가 사실 일본의 갓차맨이었다는 사실을 스무 살이 넘어서야 알게 된 것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무튼 오늘은 이 만화에 나온 “탈바꿈”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모습을 확 바꾼다는 표현을 할 때 “변신”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사실 독수리 5형제 이후 내 삶 그 어느 장면에서도 “변신”을 “탈바꿈”이라고 써본 적 없다. 물론 “탈”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자주 접해봤다. “양의 탈을 쓴 여우”나 “저 녀석은 탈이 좋잖아!”라는 표현으로 친구 녀석들과의 대화에 자주 등장했다.
가면(Mask)을 뜻하는 순우리말인 “탈”은 얼굴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자주 쓰인다. 그렇다면 얼굴을 바꾼다는 상징적 의미로 사람을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 이렇게 손바닥의 앞뒷면처럼 확 바뀐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 <페이스 오프>나 <미션 임파서블>에서 얼굴을 바꿨더니 사랑하던 연인조차도 바뀐 사람을 못 알아보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본다.
내가 만약 사고로 얼굴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면 아내는 나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게 될까?
인간은 현재의 나와 달라지고 싶은 심리 때문에 “성형”을 하게 되는 걸까?
어떤 영화였는지 드라마였던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어느 날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사람에게서 연인과 동일한 행동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며 관심을 가지다가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픽션이 있었다. 물론 철저한 픽션이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닐까?
탈, 얼굴, 바꿈, 변신, 탈바꿈, 독수리 5형제…
머릿속에 뒤죽박죽이던 낱말들에게서 오늘도 명확하지 않지만 어떤 맥락을 배운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