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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후루 Jun 16. 2022

긍정 필터


예슬에게 세상은 언제나 아름답게만 비친다.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뇌에 장착된 필터 덕분이다.


그녀의 부모는 그들의 아이가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기에 ‘긍정 필터’ 장착에 동의했다.


이 필터가 뇌에 있는 한 그녀는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만 인식할 수 있다. 온갖 추악한 것들은 ‘긍정 필터’에서 자동으로 걸러진다.


그녀가 사는 세상에는 전쟁이나 가난과 폭력 같은 나쁜 것들은 전혀 없다.


올해 스무 살인 그녀에게 세상은 마냥 평화롭고 즐겁기만 하다. 불행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 그녀의 가족은 상류층이기에 그녀는 안전한 보호 속에서 평생 살 수 있다.


진짜 세상을 직시하고 극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세상은 견고하게 지켜질 것이다.


비록 지금 그녀의 바로 눈앞에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머리를 조각상으로 때리고 있지만, 그녀에겐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처절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몇 개월 전부터 계속되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언쟁을 그녀는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하물며 아버지는 그의 애인을 어머니 몰래 집에 데려오기도 했다. 예슬은 그때 집에 있었지만, 그들이 그곳에서 행한 짓들을 보고 들을 수 없었다.


이제 곧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감옥에 가게 되겠지만, 예슬은 괜찮다.


그녀는 평생 행복하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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