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팬이 아니지만, 그를 돈으로 평가하지 않겠다

FA와 기아, 그리고 한 유격수에 대한 기록

by 글빛 지니
ChatGPT Image 2025년 10월 13일 오후 04_32_24.png “누가 남고 떠나든, 이 순간을 지켜보는 사람은 언제나 ‘우리’였다.”

이 글은 단지 한 선수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팀이 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대하는지가

곧 팀의 철학이 된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박찬호라는 이름을 빌렸지만,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아 타이거즈라는 팀의 정체성과 책임,

그리고 선수와 구단 사이의 신뢰다.


기아 타이거즈는 전통적으로 투혼과 정신력,

그리고 팀의 상징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구단이다.


하지만 지금,

2026 FA 시장에서 마주한 박찬호의 거취는 단순한 전력 문제가 아니라,

구단 철학과 미래 정체성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1. 박찬호는 단순한 유격수가 아니다


박찬호는 기록상으로는 화려하지 않을지 몰라도,

기아 내야의 중심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정통 유격수’다.


그는 화려함보다 수비, 멘털, 책임감을 팀에 공급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준이 되어왔다.


김도영, 윤도현, 오선우 같은 차세대 코어들이 성장한 기반에는

항상 “박찬호가 지키는 유격 라인”이 존재했다.


기아가 박찬호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수비 한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기아 야구의 기반 정신을 잃는 것이다.


2.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팀인가?


기아는 이미 여러 차례 핵심 선수의 이탈을 겪으며,

팀 내부에 조심스러운 질문을 남기게 되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팀인가?”


이번 박찬호의 FA는 그 질문에 구단이 어떤 답을 내놓는가의 문제일 뿐,

누구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팀이 지켜온 기준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조용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LG가 강하게 보이는 이유는,

화려한 전력보다도 핵심 선수를 오래 함께 데려가는 선택을 이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기아는 몇 번의 변화 속에서 중심이 흔들려 보일 때가 있었고,

그것이 팀의 흐름에 영향을 준 듯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이는 하나의 시선일 뿐,

정답이 아니라 야구를 지켜본 사람의 해석이다.


3. 김도영은 더 이상 유격수가 아니다 – 박찬호의 자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팬들 중 일부는

“어차피 유격은 김도영”이라며 박찬호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김도영이 다시 유격수로 돌아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있을까?


그는 이미 3루에서 팀의 중심 타자로 성장하는 길에 들어섰고,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요구하는 반복된 다이빙과 송구의 부담은

그의 부상 이력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감당할 영역이 아니다.


윤도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2루와 내야 유틸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김선빈 이후의 연결 고리로 준비되고 있는 선수다.


즉, 유격이라는 자리는 당장 대체될 자원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옆에서 보고 배우며 준비되어야 하는 자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찬호는 단지 오늘의 유격수가 아니라,

내일의 유격수를 키울 마지막 선배다.


4. 박찬호의 선택은 ‘돈’이 아니라 ‘존중’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떠난다면 돈 때문일 것”


그러나 박찬호는 그런 유형이 아닐 것이다.

그는 감정보다 현실적이지만, “존중받는 자리”를 원할 것이다.


박찬호의 선택은 단지 조건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구단이 그를 단순한 전력 자원이 아니라 팀의 기준으로 대한다면,

그는 잔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협상이 금액이나 계약 연수에만 머문다면,

그는 떠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선수로서 자신이 어디에 필요한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찬호가 떠난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가 야구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 묻게 되는 일일 것이다.


5. 만약 놓친다면 – 기아는 또다시 방황할 것이다


기아는 6~7년에 한 번 우승하는 팀이 아니라,

유독 내부를 지키지 못해 주기적으로 무너지는 팀이 되어왔다.


박찬호를 놓치는 순간, 젊은 선수들은 이렇게 느낄 것이다.

“나는 과연 끝까지 이 팀의 일부로 남을 수 있을까?”


그때부터 팀은 이기기보다 살기 위해 뛰는 집단이 된다.

그런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13일 오후 05_26_29.png “이름보다 등번호를 먼저 외우던 시절, 우리는 마음으로 야구를 배웠다.”

기아가 박찬호를 잡는다는 것은 단지 유격수를 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철학을 지키는 행위다.

“우리는 헌신을 끝까지 존중하는 팀이다.”

이 선언 하나가, 우승을 만든다.

그리고 만약 기아가 그 마음을 보여준다면

—박찬호는 반드시 그 마음에 응답할 것이라고 본다.


나는 그의 팬이 아니지만, 그의 진심까지 부정하고 싶진 않다.


이 글은 박찬호 개인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아라는 팀의 정신에 대한 기록일 뿐이다.


야구와 시간을 기록하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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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세이 #기아타이거즈 #FA #유격수 #야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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