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만나통신사 대표 윤승진
유한킴벌리 영업본부 리더 여러분, 이번 베이징 비즈니스 연수는 단순한 해외 시장 조사를 넘어 유한킴벌리 영업의 새로운 10년을 설계하기 위한 '관점의 전환'을 목적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우리가 베이징에서 마주할 중국의 리테일 생태계는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곳은 이미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가장 먼저,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 거대한 실험실입니다. 데이터가 흐르는 통로를 닦았던 DX(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를 지능화된 엔진으로 돌려 비즈니스 스스로가 판단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AX(AI 전환)가 이곳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번 연수는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영업의 본질'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중국이 겪고 있는 현재를 관찰하는 것은 곧 우리의 내일을 미리 경험하는 소중한 선행 학습입니다. 유한킴벌리 영업본부만의 예리한 시선으로, 우리가 현장에서 치열하게 목격해야 할 네 가지 결정적 변화를 미리 짚어봅니다.
1. 콘텐츠가 매장이고, 숏폼이 곧 유통이다: '발견형 쇼핑'의 압도적 지배
우리가 흔히 '라이브 커머스'라고 하면 홈쇼핑처럼 방송 시간을 예약하고 시청하는 형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우리가 목격할 현재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현재 중국 라이브 커머스의 압도적 주류는 타오바오(중국의 쿠팡) 같은 전통 쇼핑몰이 아니라, 도우인(Douyin), 콰이쇼우(Kuaishou)와 같은 '숏폼 플랫폼'입니다.
숫자가 증명하는 시장의 판도는 놀랍습니다. 2025년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5조 위안(약 920조 원, 한국은 25조, 37배) 규모로 성장하며 전체 온라인 소매액의 1/3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점유율의 구성입니다.
숏폼 플랫폼의 독주: 도우인(47%)과 콰이쇼우(27%)를 합친 숏폼 기반 라이브 커머스의 점유율이 전체의 약 74%에 달합니다.
전통 강자의 하락: 한때 시장을 호령했던 타오바오 라이브(23%) 등 전통 전자상거래 기반 플랫폼은 이제 숏폼 플랫폼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검색형 쇼핑'에서 '발견형 쇼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필요에 의해 상품을 '검색'했다면, 이제는 7억 명의 유저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머무는 숏폼 콘텐츠를 즐기다가 AI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제품을 '발견'하고 즉시 구매로 연결됩니다.
이 생태계에서 숏폼과 라이브는 엔진과 바퀴의 관계입니다.
숏폼(엔진): 15~30초의 강력한 콘텐츠로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자극합니다. 유한킴벌리의 기저귀나 생리대도 단순한 생필품이 아니라, 전문가의 꿀팁이나 감동적인 육아 브이로그 콘텐츠를 통해 '사고 싶은 아이템'으로 발견됩니다.
라이브(바퀴): 숏폼을 통해 유입된 유저가 라이브 방송으로 넘어오면, 그곳에서 실시간 소통과 결제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AI 디지털 휴먼이 가세하며 효율성은 극대화되었습니다. 2025년 말 기준, 주요 브랜드 라이브 매출의 약 20%는 AI 디지털 휴먼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비용의 쇼호스트 없이도 24시간 내내 실시간 재고와 연동해 상담하고 판매하는 '무인 라이브 매장'은 이제 중국 리테일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현재 중국 내 중소 업체 중 65% 이상이 AI 디지털 휴먼을 실제 라이브 방송에 투입하고 있으며, 지난 18개월 동안 AI 모델 훈련 비용이 99%이상 하락하면서, 과거 수천만 원이 들던 디지털 휴먼 제작 및 운영비가 현재는 월 수십 만원 수준의 구독형 서비스(SaaS)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연수를 통해 유한킴벌리의 제품들이 매대 위에서 선택을 기다리는 존재를 넘어, 어떻게 AI 알고리즘과 콘텐츠를 타고 고객의 스마트폰 안에서 '발견'되는지 그 강력한 유통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2. 사적 트래픽 3.0: AI SCRM이 설계하는 유저 자산의 초정밀 관리
중국 리테일 시장에서 '사적 트래픽'은 이제 마케팅의 보조 수단이 아닌 기업의 핵심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사적 트래픽이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존해 매번 광고비를 지불해야 하는 '공역 트래픽'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업이 위챗 워크(기업 위챗)나 자체 앱 등을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언제든 비용 없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독자적인 고객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이 생태계를 움직이는 핵심 엔진이 바로 AI SCRM(Social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입니다. 기존의 CRM이 단순한 구매 이력 관리 시스템이었다면, AI SCRM은 소셜 네트워크(Social)상의 모든 상호작용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지능형 시스템입니다. 2025년 기준, 전문적인 AI SCRM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고객 전환율이 무려 120% 높다는 사실은 이 기술의 압도적인 위력을 증명합니다.
이번 연수에서 우리가 깊게 파고들 지점은 바로 이 AI SCRM이 실현하는 'AI 기반의 정밀 운영'입니다. 과거에는 수천 개의 고객 단톡방을 관리하기 위해 방대한 인력이 투입되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하며 '초정밀 개인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AI 자동 태그 시스템'의 진화입니다. AI는 고객의 구매 이력뿐만 아니라 채팅에서의 말투, 콘텐츠 클릭 패턴, 상담 이력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AI는 이미 그 고객이 '가격에 민감한 실속형'인지, '신제품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인지 파악해 98%의 정확도로 고객의 특성 태그를 자동 생성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 한 명 한 명을 360도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됩니다.
둘째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천인천면(千人千面)의 개인화 푸시'입니다.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광고 메시지를 뿌리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AI SCRM은 각 유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최적의 시점에, 가장 선호하는 톤앤매너로 메시지를 보냅니다. 예를 들어 유한킴벌리의 기저귀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AI가 아이의 성장 단계를 계산해 다음 단계의 기저귀가 필요한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고 맞춤형 혜택을 제안합니다. 이러한 정밀한 관리 덕분에 재구매율이 80% 이상 향상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고객 한 명으로부터 얻는 '평생 가치(LTV)'를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유한킴벌리가 가진 높은 브랜드 신뢰도와 생활 밀착형 제품군은 이러한 AI 기반의 사적 트래픽 관리 모델과 만났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우리는 단순한 데이터 관리를 넘어, AI가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읽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설계하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3. '3km의 지배자' 메이투안: 1,000만 기사와 AI 플래시 웨어하우스가 만드는 30분의 마법
중국 리테일 시장에서 '즉시 소매'는 이제 비상시 선택하는 대안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완벽히 정착했습니다. 2026년 1조 위안(약 184조 원) 돌파를 앞둔 이 시장의 중심에는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Meituan)이 있습니다. 메이투안은 현재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소속 배달 기사라는 전무후무한 물류망을 바탕으로, 우리가 상상하던 유통의 속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이 거대한 유통망의 심장은 메이투안이 전국적으로 확보한 5만 개의 '플래시 웨어하우스(Flash Warehouse, 前置倉)'입니다. 플래시 웨어하우스란 일반적인 대형 물류센터와 달리, 도심 곳곳 소비자의 밀집 지역에 위치한 '배달 전문 소형 창고'입니다. 하지만 이 창고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탑재된 AI 예측 엔진에 있습니다.
AI는 각 플래시 웨어하우스 주변 3km 이내 유저들의 구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이 지역은 신혼부부가 많으니 내일 오전에는 프리미엄 기저귀 주문이 몰릴 것이다."
"이 구역은 오피스 밀집 지역이니 점유율 높은 휴대용 물티슈 재고를 미리 20% 늘려야 한다."
이처럼 AI는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수요를 미리 예측하여 재고를 배치합니다. 고객이 스마트폰에서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AI는 최적의 라이더를 배정하고 가장 빠른 경로를 계산해냅니다. 그 결과, 도심 어디서든 '30분 이내 배송'이라는 마법 같은 경험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한킴벌리와 같은 소비재 기업에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화장지, 물티슈, 생리대와 같은 제품은 '떨어지면 즉시 필요한' 목적성 구매가 강한 품목입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마트까지 가거나 이커머스의 익일 배송을 기다려야 했다면, 이제는 메이투안의 AI 생태계 안에서 30분 만에 유한킴벌리의 제품을 손에 쥐게 됩니다.
결국 즉시 소매의 핵심은 '물건을 얼마나 빨리 나르느냐'가 아니라, '데이터로 고객의 결핍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하느냐'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우리는 메이투안의 플래시 웨어하우스가 어떻게 리테일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리고 AI가 설계한 초단거리 물류망이 제조업체의 채널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연수를 떠나며: 리테일의 내일, 그 이상의 발견
이번 연수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이 세 가지 핵심 기술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중국 리테일의 판도를 뒤흔드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 대륙의 MZ세대를 사로잡은 라이징 브랜드,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을 재정의하는 체험형 트렌드까지 폭넓게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나라를 구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를 이러한 격변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더 날카롭게 벼려낼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해답을 찾는 여정입니다. 중국이 증명하고 있는 미래 리테일의 공식을 유한킴벌리만의 언어로 재해석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그 치열한 고민의 여정을 지금 베이징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