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0만 충성 고객을 만든 사적트래픽전략 <전면시대>

유한킴벌리 영업본부 임직원분들을 위한 분석자료

by 윤승진 대표

전면시대(Purcotton)는 유한킴벌리(Yuhan-Kimberly)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일 것입니다. 2009년 설립된 전면시대는 모기업인 '위너 메디컬(Winner Medical)'의 의료용 면제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프리미엄 코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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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생리대, 코튼 티슈 등 위생용품부터 영유아 제품, 홈 텍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전면시대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유한킴벌리의 핵심 사업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특히 '100% 순면'이라는 단일 가치에 집중해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가성비를 앞세운 수많은 '평티(平替, 저가형 대체제)' 브랜드들의 공세 속에서도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유한킴벌리가 직면한 시장 상황과 매우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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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면시대가 유한킴벌리에 주는 진짜 시사점은 단순한 제품 경쟁력이 아닙니다. 이들이 2018년 이후 6년간 공들여 쌓아온 '사적트래픽(Private Traffic)' 운영 체계야말로 미래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1. 위기에서 피어난 '전략적 정공법'

전면시대의 사적트래픽 전략은 위기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경 중국 시장에 가성비를 앞세운 라이징 브랜드들이 쏟아지자, 전면시대는 가격 경쟁 대신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 맺기'라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디지털 전환을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을 만드는 수준이 아닌,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할 '기초 공사'로 정의했습니다. 2015년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한 팬 확보를 시작으로, 미니프로그램(1.0), CDP 고객 데이터 플랫폼 구축(1.5), 기업 위챗 기반의 커뮤니티 정착(2.0)을 거쳐, 현재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완전히 허문 '마케팅 클라우드 4.0'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0명에서 시작한 회원은 이제 6,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중국 인구의 약 4% 이상이 전면시대의 관리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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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절대 놓치지 않는 고객 그물망: '삼통(三통) 모델'의 메커니즘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많은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지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광고비 지출입니다. 티몰(중국의 쿠팡)이나 도우인(중국의 틱톡)에서 엄청난 광고비를 써도, 정작 결제가 끝나면 고객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면시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랫폼에 흩어진 고객을 우리 집 안방으로 모셔오는 '삼통(三通) 모델'을 설계했습니다.

① 낚시터(공유지)에서 우리 집(사유지)로 모시기

먼저 중국의 플랫폼 지형을 한국식으로 치환해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전면시대는 고객이 노는 모든 '낚시터'에 그물을 던집니다. 티몰/징동(중국의 쿠팡/네이버쇼핑): 여기서 물건을 검색하거나 산 고객에게 전용 혜택을 제안하며 위챗으로 유도합니다. 도우인(중국의 틱톡): 짧은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는 고객에게 "지금 중국의 카카오톡인 '위챗'에서 우리 브랜드와 친구를 맺으면 무료 샘플을 드려요"라고 속삭입니다. 결국 "남의 땅(쇼핑몰, 틱톡)에서 물건만 팔지 말고, 우리 땅(위챗)으로 고객 연락처를 따서 데려오자"는 것이 첫 번째 '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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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샤오멘화': 카카오톡으로 만나는 전문 상담사

고객이 위챗으로 넘어오면, 전면시대의 마스코트인 '샤오멘화(小棉花)'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는 한국의 '카카오톡 채널'이나 '카카오워크'를 비즈니스용으로 훨씬 정교하게 업그레이드한 '기업 위챗(WeCom)' 계정입니다. 여기서 전면시대만의 기술인 '활성 QR코드'가 빛을 발합니다. 고객이 스캔한 QR코드에는 '디지털 인식표'가 붙어 있어, 이 고객이 하기스 기저귀를 보다가 왔는지, 아니면 크리넥스 티슈 광고를 보고 왔는지 가이드(상담사)가 즉시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샤오멘화는 고객이 말을 걸기도 전에 "방금 기저귀 보셨죠? 지금 신규 맘들을 위한 적응 가이드가 있는데 보내드릴까요?"라며 맞춤형 응대를 시작합니다.

③ 고객이 영업사원이 되는 '바이럴 엔진'

마지막 '통'은 고객이 스스로 친구를 데려오게 만드는 추천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도 카카오톡에서 "친구에게 공유하면 포인트 증정" 같은 이벤트를 하지만, 전면시대는 이를 훨씬 체계적으로 운영합니다.

0원 샘플링: 위챗 안에서 친구 3명을 초대하면 인기 코튼 티슈를 무료로 집까지 배송해 줍니다.

미니앱(In-app App) 활용: 위챗 안에는 별도의 설치 없이 실행되는 '미니프로그램(쇼핑몰)'이 있습니다. 고객은 카톡을 하다가 클릭 한 번으로 쇼핑몰에 들어가 친구에게 링크를 공유하고 보상을 받습니다.

결국 전면시대는 "플랫폼 광고비로 생판 모르는 남에게 돈을 쓰느니, 우리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그들의 친구(잠재 고객)를 데려오게 하겠다"는 전략을 완성한 것입니다.

유한킴벌리 실무에 대입해 본다면? "하기스 기저귀를 쿠팡에서 산 고객이 택배 박스 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카카오톡 상담사(기업 위챗)가 자동으로 연결되어 아이 월령에 맞는 육아 정보를 매주 보내주고, 그 엄마가 조리원 동기를 초대하면 적립금을 주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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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매원의 대변신: 단순 응대에서 ‘퍼스널 쇼퍼’로의 진화

유한킴벌리처럼 전국에 방대한 오프라인 매장 접점을 가진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온라인이 강화되면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잠재적 갈등입니다. 하지만 전면시대는 디지털 도구를 통해 이 갈등을 '시너지'로 바꿔놓았습니다. 매장의 판매원을 단순히 물건을 건네는 사람이 아닌, 고객의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사유지 운영 전문가'로 재정의했기 때문입니다.

① 매장 직원의 손에 들린 ‘첨단 무기’: 기업 위챗

우리가 백화점이나 마트 매장에서 친절한 직원을 만나면 명함을 받곤 하죠. 전면시대 매장에서는 명함 대신 '기업 위챗'이라는 QR코드를 내밉니다.

이는 한국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CRM(고객 관리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이드가 고객과 위챗 친구를 맺는 순간,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 선호하는 소재, 아이의 월령 정보가 가이드의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제 가이드는 고객이 매장에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고객이 집에 있을 때도 카톡을 보내듯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지난번에 사신 기저귀 다 떨어질 때가 됐는데, 이번 주말에 매장에 새 모델이 들어와요"라고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② AI 비서가 알려주는 ‘족집게 제안’: 마케팅 클라우드 4.0

"직원 한 명이 수천 명을 어떻게 다 관리해?"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면시대 가이드 한 명은 평균 5,000명 이상의 고객을 관리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등 뒤에 AI 보조 도구(마케팅 클라우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가이드에게 일종의 '업무 지시서'를 내려줍니다.

"A 고객님은 홈웨어를 산 지 15일이 지났습니다. 통계적으로 이때쯤 속옷이나 양말을 함께 구매할 확률이 높으니, 관련 카탈로그를 보내보세요." 가이드는 이 알림을 확인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객에게 개인화된 추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족집게 제안'을 통해 발생하는 연관 구매 전환율은 일반적인 광고보다 무려 50% 이상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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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 ‘온-오프라인 통합 인센티브’

유한킴벌리 임직원분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인센티브 구조입니다. 전면시대 가이드들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고객과 위챗 친구를 맺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가이드가 사적트래픽(위챗)에서 고객과 대화해 발생시킨 온라인 매출은 해당 가이드와 매장의 실적으로 고스란히 인정됩니다. 고객이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미니프로그램(카톡 쇼핑몰)으로 결제해도, 그 공로를 가이드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의 적이 아니라, 온라인 고객을 모으고 신뢰를 쌓는 가장 강력한 ‘물리적 거점’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④ O+O(Online + Offline)의 선순환

결국 전면시대의 모델은 "매장에서 신뢰를 쌓고(Offline),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재구매를 유도(Online)하는" 완벽한 순환 고리를 만듭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전면시대는 잠자고 있던 휴면 고객의 30%를 다시 깨워 매장과 쇼핑몰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한킴벌리에 적용해 본다면? "마트 내 하기스 매장 직원이 고객과 카카오톡 친구를 맺고, 본사 AI가 분석해준 데이터에 따라 고객에게 딱 맞는 육아 정보와 쿠폰을 보냅니다. 고객이 카톡으로 주문하면 직원의 인센티브로 기록되는 모델"입니다. 이는 현장 인력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최고의 전략이 될 것입니다.


5. 데이터로 완성하는 ‘고객 생애 관리’와 제품 혁신

사유지 운영의 마침표는 결국 데이터입니다. 전면시대는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브랜드와 평생 함께하게 만드는 ‘생애 주기 관리(LVM)’ 전략을 펼칩니다.

① 우리 브랜드만의 ‘디지털 족보’: 전 채널 One ID 체계

유한킴벌리 임직원분들이 가장 부러워할 만한 시스템이 바로 ‘One ID’입니다. 한국에서는 쿠팡에서 산 고객과 이마트에서 산 고객, 그리고 자사몰에서 산 고객을 한 명의 동일 인물로 매칭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전면시대는 이를 위해 지난 수년간 모든 채널의 데이터를 하나로 합쳤습니다. 티몰에서 사든, 매장에서 사든 고객은 하나의 ID로 포인트를 쌓고 등급 혜택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이 고객은 3년 전 기저귀로 입문해 지금은 아이 내복과 성인용 수건을 주로 사는 VIP 고객"이라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이것이 바로 전면시대가 보유한 6,100만 명의 디지털 족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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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1%의 VIP가 20%의 매출을 만든다: 정교한 등급제

전면시대의 회원 등급은 면화의 성장 과정을 본떠 새싹(V1) → 꽃봉오리(V2) → 목화(V3) 단계로 나뉩니다. 단순히 등급만 나누는 게 아니라, 등급이 높을수록 가이드(상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과 전용 이벤트의 혜택이 파격적으로 커집니다. 실제로 전체 회원의 단 1%에 불과한 고가치 회원(V3)이 전체 매출의 20%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는 뜨내기 고객 100명을 찾는 것보다, 우리를 사랑하는 1명을 지키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사유지 비즈니스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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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데이터가 직접 제품을 만든다: ‘거꾸로 타월’의 탄생

전면시대는 데이터를 마케팅에만 쓰지 않고 R&D(제품 개발)에도 적극 활용합니다. 사적트래픽 내 커뮤니티에서 대학생 고객들의 대화를 분석한 결과, "기숙사 책상이 좁아 티슈 통을 놓을 자리가 없다"는 불편함을 포착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벽이나 선반에 걸어 쓸 수 있는 ‘걸이형 코튼 티슈’를 출시했고, 이 제품은 단숨에 3,000만 위안(약 5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메가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마케터의 감이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데이터)가 직접 대박 상품을 만든 사례입니다.

결론

전면시대의 6년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유한킴벌리에 세 가지 핵심 교훈을 남깁니다. 사적트래픽은 한두 달 만에 매출이 터지는 '마법'이 아닙니다. 전면시대가 6,100만 명을 모으기까지 6년이 걸렸듯, 장기적인 기초 공사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적트래픽 단체방은 광고판이 아닙니다. 전면시대가 육아 지식과 건강 정보를 나누듯, 유한킴벌리도 고객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전문가적 동반자'로서 다가갈 때 고객은 비로소 마음(데이터)을 열 것입니다. 중국 시장은 변화무쌍하지만, "고객과 직접 연결되어 소통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전면시대가 닦아놓은 이 길을 유한킴벌리만의 색깔로 해석해 적용한다면, 플랫폼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브랜드의 성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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