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의 영역으로 향하다.
지금까지 대만드는 임상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는 한의사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 중 법의 영역에 계시는 김민지 변호사님을 만나뵈었습니다. 한의사에서 변호사로 진로를 전환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법조인으로서의 생활, 변호사님의 최종적인 목표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의로운 목표를 가지고 세상을 바꿔가는 김민지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페럿과 사막여우, 꽃사슴, 기린이 대신 전해드립니다!
[학력]
2022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전문석사 최우등 졸업
2016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학사 졸업
[경력]
2023~현재 법무법인(유) 율촌 변호사
2022~2023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2017~2019 서현의료재단 바른요양병원 한의사
2016~2017 상지대학교 부속 한방병원 한의사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지라고 합니다. 저는 상지대학교 한의학과를 09학번으로 졸업했습니다. 졸업 이후에는 상지대학교 병원에서 1년 동안 인턴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레지던트는 하지 않고 요양병원에 가서 호스피스 관련 업무를 2년 동안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준비를 해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어요. 변호사가 된 후에는 법무법인 한누리라는 곳에서 금융과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하다가 얼마 전에 법무법인 율촌으로 이직하여 금융규제, 의료규제 관련 업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요즘 변호사님의 하루 일과, 일주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제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일반적인 변호사의 하루 일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원은 여름과 겨울에 휴정이라는 재판이 없는 시기가 있어요. 그 시기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재판이 있습니다. 재판 기일이 잡히는 날을 기준으로 그전에는 법원에 서면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 일과 중 법원의 기일을 앞두고 변호사들끼리 내부적인 회의를 하는 시간이 있고 변호사가 아닌 의뢰인과 회의를 하는 시간이 있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 변호사들과 그리고 의뢰인들과 회의를 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변론을 할지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하루의 반 정도는 법원에 직접 나가서 변론을 하거나 회의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머지 반 정도는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요.
작년에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법원 혹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에서 변론을 하거나 대리를 했었고 이외의 시간에는 로펌에 출석하거나 집에서 서면을 썼습니다. 변호사의 출근 시간은 조금 늦은 편이에요. 보통 9시 반에서 10시 정도 출근을 하고 퇴근은 공식적으로 6시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업무를 하는 사람도 있고 출근을 안 하는 날도 있고 근무를 자율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한의대 시절
Q. 첫 전공으로 한의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09학번이었고 원래 법대를 지망하는 문과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입시를 할 때 법대가 없어졌어요. 당시 법학이나 사회학에 관심이 많았던 제가 처음 생기는 자율전공학부에 진학하는 것은 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는 경영이나 경제학에는 관심이 없었고요. 그러던 중 부모님께서 나중에 로스쿨을 가더라도 전문 자격증 하나는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사실 큰 고민을 가지고 한의대를 선택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Q. 학부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A. 사실 저는 예과 때 조금 방황했었어요. 논리적이고 알고리즘에 따라 생각하는 걸 좋아했었는데 예과 때 했던 것들은 굉장히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것들이 많았거든요. 논어처럼 단순 암기를 해야 되는 것들도 있었고요. 그런 것들이 제 성향에 잘 맞지 않아서 방황을 했었고 대신 놀았습니다. (웃음)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자 휴학을 했어요. 휴학을 한 1년 동안 봉사활동을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돌아온 뒤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부인과, 여성 문제나 정신과 쪽이었어요. 정신과 분야에서 거식증이나 다이어트 혹은 여성분들이 겪는 불면, 우울, 갱년기 질환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등학교 때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하고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급작스럽게 한의대에 진학하다 보니 예과 때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를 다닐 때는 한의사가 아닌 아예 다른 진로를 가지리라는 생각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어떤 임상 과목을 전공하고 어떤 것을 할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수록 일단 학점을 잘 받아두는 것을 추천해요. 혹시 예과 때 안 좋으셨을 수도 있지만 본과 때라도 잘 받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학점이 괜찮을수록 나중에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맞거든요.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기업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으로 가더라도 학점을 봐요. 오히려 진로가 확실하지 않으실수록 나중을 위해서 학점을 잘 받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학부 시절 경험한 활동 중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A. 한의대생들이 많이 하지 않는 활동, 다른 학부생들을 만날 수 있는 대외 활동을 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제가 했던 것처럼 봉사활동을 해보시는 것도 좋고요. 대부분 그러셨겠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밖에 몰랐어요.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대외활동을 통해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면서 내가 공부했던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도 놀았던 것은 아니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다른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위한 무언가를 하느라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다른 사람들이 게으른 게 아니고, 내가 잘난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이 겸손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시야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휴학 기간 동안 해피무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도에 화장실을 지어주는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인도는 보건 의료적으로 굉장히 열악하고 특히 여자 화장실이 많이 없는 곳입니다. 그런 환경에 화장실을 지어주면서 의료인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의료 관련 봉사활동이나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활동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Q.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에는 한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6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주위에서도 다 한의사가 되고 있고 또 이렇게만 잘 따라가다 보면 한의사가 되잖아요. 그래서 어떤 임상 과목을 선택하게 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 다시 로스쿨을 가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어요.
졸업하고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면서 호스피스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았어요. 우선 호스피스 병동 자체가 연명의료 결정법이라는 입법 이후에 생겨나게 된 것이거든요.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다 보니 법과 제도가 병원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경험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는 옛날에 법을 공부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비교적 여유가 있었어요. 요양병원의 경우 오전에 입원 환자들에게 침치료를 하고 나면 오후에는 여유로운 편이거든요. 공부할 시간도 있는 상황이라 변호사로의 진로를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년 반 정도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Q.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로스쿨 입학 시 보통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 2가지로 나누어 평가합니다. 정량 평가는 학점과 어학 성적, 법학적성시험(리트,LEET) 세 가지의 객관적인 점수를 평가하는 방식이고, 정성 평가는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거예요. 로스쿨마다 평가의 반영 비율은 다릅니다. 한의대를 졸업했다는 것은 정성 평가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대신 정량 평가에서 학점이 부족해서 진학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학년이 낮다면 혹시나 모를 미래에 대비해 학점을 잘 받아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영어 같은 경우 한의대에 들어온 이후에는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점점 퇴화하다가 졸업할 즈음에는 정말 영어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로스쿨 입시에서는 어학 점수만 반영되기 때문에 공부를 해서 점수를 받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서 영어를 잘하면 유리한 측면이 있거든요. 외국계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의 계약서를 볼 일도 있고, 영어를 잘하면 좋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영어를 잘하는 분이시라면 계속 리마인드 해서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리트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암기를 하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시험은 아니에요. 그래서 재학 당시에 리트를 준비할 필요는 없고,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리트는 언어논리와 추리논증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사실 수능 언어 영역도 그렇지만 누구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만, 누구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언어적 능력으로 잘 보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리트를 잘 볼 사람인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트는 1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기출문제도 풀어보고 인강도 들으면서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로스쿨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재학 중에는 학점 관리를 잘하고,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해 두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Q. 법학은 한의학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었을까요?
A. 살아가면서 일하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적어도 오후 6시, 7시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요양병원에서 2년간 일하면서 에너지가 점점 다운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그 마음 자체가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졸업 후 한의계와 관련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동안 공부한 것들이 기회비용으로 사라지는 것이잖아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새롭게 도전하신 변호사님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A. 저도 부모님의 영향 아래에 있을 때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3년 일하니까 제 돈이 어느 정도 생기더라고요. (웃음) 만약 제가 부모님의 지원으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상황이었다면, 기회비용 같은 것들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고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일을 하고 도전하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의 판단과 나의 돈으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다행히 결혼을 한 상태는 아니라서 저만 생각하면 됐었거든요. (웃음) 돈이 있고 가정이 없는 상황이라면 도전하기 수월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로스쿨 생활
Q. 그렇다면 로스쿨 입학 후 변호사가 되기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A. 입학 후 변호사가 되기까지는 3년간의 로스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로스쿨도 유급 제도가 있기 때문에 학점 관리를 어느 정도 해야 변호사 시험을 칠 자격이 주어져요. 한의대 중에도 그런 곳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변호사 시험을 치기 전에 학교 자체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위해) 졸업시험을 통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거르기도 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학점 관리를 하며 졸업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성적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그다음으로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셔야 합니다. 변호사 시험은 5일간 치러집니다. 저는 한의사 국가고시보다 변호사 시험이 훨씬 힘들었어요. 시험 기간도 길고 객관식과 서술형 시험을 같이 보거든요. 로스쿨 3년 동안 변호사 시험공부를 차근차근 해나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사법고시에 비하면 덜 힘들고 덜 외롭게 준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변호사는 글에 대한 감각이 많이 필요한 직업 같습니다. 이러한 감각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을까요?
A. 시험으로 예를 들어 말하자면 100점이 합격선인 시험에서 80점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노력으로 20점을 올려 100점을 만드는 것은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런데 50점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100점까지 올라가기는 어려운가 봐요. 제가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LEET를 처음 풀어봤을 때 100점 정도가 나왔어요. 인강으로 기본 강의를 한 바퀴 돌리고 나서 다시 풀어보니 합격점인 130점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20점에서 30점 정도는 노력으로 커버가 가능한 것 같고, 이를 넘어가는 정도는 재능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읽어야 하는 자료가 정말 많아요. 많은 글을 읽고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하죠. LEET 유형 중 추리 논증이나 언어 논리도 그런 능력을 평가하는 영역이에요. 의뢰인이 준 몇 백 페이지의 자료를 읽고 필요한 부분만 추리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보니 글을 읽는 기본적인 감각이 필요한 것 같긴 해요.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서 봤던 것 같아요. 자료 이만~큼 쌓아두고 읽고. (웃음) 정말 그런가요?
A. 이틀 전에도 700페이지짜리 서류를 주시고 하루 이틀 만에 정리해서 글을 써달라고 하셨어요. (웃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700페이지를 책 읽듯이 꼼꼼하게 다 읽는 건 아니에요. 700페이지 중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 것도 많고, 빠르게 읽고 버려야 할 것도 많죠. 필요한 내용만 빠르게 추출한 뒤에 요약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제가 담당하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이혼이나 불륜 사건이에요. 그러면 이 사람들의 1년 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줘요. (웃음) 흥미진진하죠. 흥미진진한데,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라면 이 내용을 재미있게 전부 볼 수가 없죠. 넘어가야 할 내용들은 빠르게 넘어가고 필요한 내용만 추려내는 능력이 필요해요.
Q. 로스쿨에 한의학이나 의학 계열 학생들은 얼마나 많았나요? 또 입학 후 적응이 어렵지는 않나요?
A. 의학 계열은 별로 없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법학 전공이었던 건 아닙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많았어요. 문과에서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로스쿨에 많이 진학하다 보니 주로 경제학과, 경영학과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의학 계열은 한 학번에 한두 명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의학 계열 학생들이 다시 3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변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생각해요.
법과 관련 없는 타 전공을 가진 학생이더라도 법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입학 후에 방황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로스쿨에 적응은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Q. 변호사 시험 응시 횟수에는 제한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압박감이나 불안함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A. 변호사 시험은 졸업한 지 5년 내로 5회 제한이 있어요. 고시 낭인을 없애려고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무조건 5년 동안 5번만 볼 수 있어요. ‘아프거나 출산을 해서 2년 뒤부터 다섯 번 시험을 보겠다.’ 이것도 안 돼요. 이게 위헌이라고 응시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헌법 소원도 계속 거는데 제도 취지 상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고요. 보통 3번 정도 응시해서 안 되면 5번까지 잘 안 보고 사기업으로 취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대기업의 법무팀이라든지, 아니면 공기업의 법무 직렬 같은 곳으로 가시죠.
저는 입학할 때는 그렇게 두렵지 않았는데, 변호사 시험이 다가오면서 두려워졌어요. (웃음) ‘어쨌든 한의사니까.’라고 스스로 많이 다독였어요. ‘부끄럽기만 하지 내 인생이 달라지진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졸업하고 자격증을 따면 스스로 언제든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까 좋은 것 같아요. 이 부분이 진로를 결정할 때 힘이 되긴 하더라고요.
Q. 로스쿨 재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코로나로 인해 2학년 때부터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어요. 원래라면 고려대 로스쿨 학우들과 스터디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지냈을 것 같은데,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할 수 없게 되었죠. 대신 ‘구루미 캠 스터디’를 통해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캠 스터디를 했어요. 그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 똑같은 시간에 캠을 켜놓고 50분 공부하고 10분 쉬고 이런 식이죠. 변호사 시험이 끝난 후에는 다 같이 제주도 여행도 갔었어요. 다른 학교 친구들과 친해지고 인맥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 기억에 남아요.
Interviewer. 페럿, 사막여우, 꽃사슴, 기린
Writer & Editor. 페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