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신만나드립니다 Aug 11. 2023

 연구하는 한의사, 협진, 권찬영 교수님

#연구하는한의사#협진#한방신경정신과

연구하는 한의사, 협진, 환자중심 한의학, 나린벗 그리고 강산이까지!! 모든 것이 유명한 권찬영 교수님을 만나뵙고  왔습니다:D  교수님의 학창시절, 최근 연구 관심사. 한방신경정신과 진료 그리고 협진까지 다양한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D

  

[약력]      

한의사 / 한의학 박사 /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T급 명상지도전문가 

동의대학교부속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진료과장 (2020-)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조교수 (2020-) 

동의대학교 한의예과 학과장 (2022- ) 

JAMS: Associate Editor (2020-) 

JoP: Associate Editor (2022-) 

IMR: Early Career Editorial Board Member (2022-)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홍보이사, 학술이사 (2021-)

부산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2022-) 

한국명상학회 교육부위원장 (2022-)

대한약침학회 학술이사 (2023-)

    

Q. 안녕하세요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는 2020년도에 동의대학교에 발령받아 현재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권찬영입니다. 지금은 한의예과장을 역임하고 있고,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에서 학술이사와 홍보이사, 대한약침학회 학술이사 그리고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A. 하루 일과는 비슷해요. 일주일에 여덟 타임을 진료하고 있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해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함께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서울에 올라가기도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본3 수업 및 본4 실습을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연구를 하거나, 연구원 선생님들과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업로드 하시는데블로그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A. 사실 요즘에는 잘 못하고 있어요. 공보의 시절에는 블로그를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교수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예전만큼은 못하고 있네요. 이전에는 블로그 글을 올릴 때 논문을 읽고 요약하는 글을 많이 올렸는데, 요즘은 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죠. 저의 생각이 담긴 글을 쓰려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에 주로 생각을 했다가 이틀이나 삼일정도 뒤에 긴 글 몰아서 쓰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Q. 학창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A. 예과 때 민중가요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몸짓패’ 동아리를 했었는데 예과 2학년 때까지 하고 그만두고 그 이후로는 학교생활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다소 ‘강박적인’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내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벚꽃이 예쁘게 피었을 때, 수업을 안 듣고 벚꽃을 보러 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나는 가고 싶어도 참아야 돼”, 하며 강박적으로 제 자신을 채찍질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대학생의 낭만이 있고, 한두번은 그럴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래서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제 모습이 마냥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생 시절을 생각하면 ‘강박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학부시절에는 어떤 공부에 집중을 하셨나요? 

A. 학교 공부를 위주로 했었어요. 또 당시에는 한의학 고전에 빠져있어서 금원사대가의 의론이나 <천금방>을 공부했었어요.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서 도서관에서 공부하곤 했었던 것 같아요. 또 오행침법에도 심취해 있었구요.     


Q. 블로그를 보았을 때 주로 EBM에 관심이 많다고 느꼈었는데한의학 고전에도 관심이 많으신가요?

A. 학부 때는 그랬어요.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는데, 학창 시절 동아리를 하면서 약자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고,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또 한 가지 계기로는 병원에 수련의 생활을 할 때 어머니가 한 번 쓰러지신 적이 있어요. 부정맥이 있으신데 쓰러지셔서 안와골절이 생기셨어요. 그래서 제가 수련 받던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으셨죠. 하루는 제가 수련의 일과가 끝나고 병실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회진 도는 교수님을 기다리는데 그 때 처음으로 의사와 환자가 얼마나 수직적인 관계에 있는지 느끼게 되었어요. 의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다들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한 마디라도 더 새겨들으려 하고 있더라고요. 의사와 환자의 매우 수직적인 관계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진료할 때 의사인 내가 하는 말 그리고 선택이 환자에게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부터 EBM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BM은 기본적으로 수직적인 관계에서 기반한 것이 아니라 어떤 치료 선택을 할 때 ‘환자의 선호와 가치, 최상의 근거, 전문가의 의견’(Patient Values and Preferences, Best External Evidence, Clinical Expertise)이라는 3가지 축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환자에게 어떤 치료 선택을 할 때 그 사람이 믿거나 말거나 하는 치료를 하는 것은 나랑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EBM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재학 시절에는 어떤 모습의 한의사가 되길 꿈꾸셨고 그 점이 현재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부산에서 활동하셨던 장기려 박사님이라고 계세요. 아주 사소한 계기로 장기려 박사님의 애니메이션을 본3 때 접하게 되었고 박사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장기려 박사님은 부산의 복음병원을 설립하신 분이에요. 박사님이 활동하는 시기에 가난한 환자들이 많았는데, 박사님이 어떤 환자에게 고기를 사 먹어야 병이 낫는다고, 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처방하셨대요. 환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반드시 필요한 것을 그걸 주는 것이니까 진정한 의사의 처방인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박사님과 같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저만의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엄청난 부자는 아니기 때문에 우선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대규모의 기업으로부터 펀딩을 받아 좋은 병원을 만들고, 사회적인 약자 분들이 경제적인 고민 없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모델을 꿈꿨어요. 이를 위해 우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전문의 과정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최종적으로 병원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셨는데현재는 학생을 가르치고연구를 하는 교수직에 계시잖아요전문가가 되기 위해 교수를 선택하셨고 퇴직 후에는 병원을 차리시는 게 최종 목표였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A. 교수가 되는 것이 제 꿈은 아니었어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진료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진행하기에 좋은 환경이 바로 교수였어요. 교수라는 직업이 목적이자 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교수직은 그저 환경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는가’ 이겠지요. 그래서 요새는 교수로서 주어진 일을 어떻게 잘 해나가면서, 내 꿈을 어떻게 실현시켜나갈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퇴직 후에 꿈꿔왔던 병원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연구하는 한의사>

Q. 다음으로 연구에 대해 여쭤보려 합니다연구를 굉장히 많이 진행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계신 주제는 무엇인가요

A. 현재는 ‘자살’ 그리고 ‘의료진의 정신건강’ 이 두 가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 연구과제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화병에 대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국가과제를 수주하여 연구를 개시했습니다.     

Q. 디지털 치료기기는 다른 주제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A.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우연한 계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 중 ICT공과대학 교수님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과제에 들어가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다른 분들은 대부분 공대 교수님들이시고, 저만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과제를 진행하면서 한의학과 ICT를 융합하는 연구를 2021년부터 올해 3년차까지 진행해왔어요. 그러면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해보고, 이것저것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최근에 처음으로 디지털 의료기기로 승인받은 에임메드의 ‘솜즈’와 같이 디지털 치료기기에 정부가 많이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의계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국가과제가 처음 발주되었어요. 감사하게도 그 과제를 수주하여, 화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할 기회가 주어져서, 올해 4월부터 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이전에 논문 리뷰를 블로그에 굉장히 많이 업로드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논문을 실제 진료에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아까 약자, 수직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학생 때부터 약자 및 권력구조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앞선 질문에서 말씀드린 계기를 통해 수직적인 의사와 환자의 권력구조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을 했어요. 우리만 하더라도 서비스를 선택할 때 수직적인 서비스가 아니고 수평적인 서비스 즉 내가 잘 알고 선택하기를 원하잖아요. 근데 한의계의 경우 한의사의 용어를 환자가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나도 수직적인 구조일 수밖에 없다 생각했어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근거 중심 한의학 정보를 보편화시키고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한의치료를 받으면 이런 효과가 있구나,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구나!’를 알길 원했어요. 즉 환자의 의료선택권 신장이 이루어져야 하고 결과적으로 환자 중심이 되는 한의치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논문 결과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EBM의 세 가지 구성 요소는 1. 외부의 최상의 근거 2. 임상의의 전문적인 경험 3. 환자의 선호와 가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이 세 가지가 ‘환자가 중심’이 되는 정말 좋은 의료 패러다임이라 생각했어요. 논문은 이 세가지 요소 중 ‘외부의 근거’를 채워주는 거죠. 물론 환자랑 진료할 때 당연히 논문만 이야기 하진 않아요. 이제 임상 경험이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에 ‘제 생각은 이렇다.’ 라고 말씀드리고 ‘환자분은 생각이 어떠한지’까지 여쭤봐서 가급적이면 EBM의 세 가지 요소 모두를 함께 가져가려고 합니다.     


Q. 이전 인터뷰에서 논문을 읽기 위해 관심 있는 키워드를 등록해두고 알림 설정을 받아 읽고 계신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논문 읽기에 흥미를 붙이거나 이런 습관을 들이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A. 저의 경우에는 공보의 때 논문을 하루에 10개씩 논문을 읽자고 스스로 약속하였고 그렇게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많이 힘들기는 하였는데 그 습관을 통해서 논문을 보는 시간이 단축되고 효율적으로 논문을 보는 눈이 길러진 것 같아요. 

 학생들한테는 저명한 전문가가 발표한 비체계적 문헌고찰(narrative review)를 먼저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논문은 크게 원저논문(original article)과 리뷰논문(review article)으로 나뉘게 됩니다. 원저논문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창출해내는 것이라면, 리뷰논문은 이미 있었던 원저논문들을 엮어 근거를 합성해서 결론 내리는 것입니다. 원저논문들은 질문이 매우 구체적 또는 세부적인 반면 리뷰논문들은 보편적인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해서 답을 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리뷰논문을 세부적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입니다. 이것은 예를 들어 ‘특정 질환에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 내리기 위해서 미리 정의된 표준적인 방법론에 따라서 데이터를 합성해서 결론을 내리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비체계적 문헌고찰(narrative review)입니다. 비체계적 문헌고찰은 보통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쓰게 되는데, 앞선 체계적 문헌고찰과 동일한 질문에 대하여 그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들을 소개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체계적 문헌고찰은 보통 저널에서 전문가를 초대해서 작성하게 되므로 좀 더 검증된 글인 경우가 많고, 비체계적 문헌고찰 자체가 우리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기에 비교적 좋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신경정신과 분야의 한양방 협진>

Q. 교수님이 재직하고 계신 동의의료원은 한양방 협진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병원으로 알고 있습니다동의의료원 내에서 협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과마다 내부적인 사정은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구체적으로 문서화된 협진 프로토콜이 있다기보다는 임상의가 주도하에 한방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협진 의뢰를 하시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또는 환자가 협진을 원할 경우 진행하기도 하고요. 보통은 입원 환자분들을 의사 대 의사간에 의뢰(refer)해주는 형식으로 협진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저희 병원이 의한협진 시범사업 기관이라 타 병원에 비해서는 이 협진이 보다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동의의료원 내에서 주로 협진이 이루어지는 질환은 무엇인가요

A. 우리 병원은 뇌졸중 환자분들을 재활 치료 겸해서 한방으로 협진 의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희과의 경우에는 뇌졸중 환자분들 중에 정신과적 증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협진을 통해 신체적인 재활 뿐 아니라, 정신증상 개선을 위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Q. 내원하는 환자 중 협진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A. 과에 따라서 다른데, 협진 비율이 50% 이상이 되는 과도 있고 10% 미만인 과도 있습니다. 저희과도 적을 때는 10% 미만으로 적었지만, 최근에는 20-30%까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한방신경정신과로 직접적인 의뢰가 오는 환자분들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대신 다른 과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겸한 경우에 정신건강의학과의 대안으로 의뢰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저희과에서는 단순히 신체 재활 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관리해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협진 회신서에 꼭 저희과의 평가 결과와 치료 목표를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한방에서 재활을 하다의 개념이 아니라, 아 저 과에서는 저런 치료를 하는구나,라고 구체적으로 아시게 되고, 점점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분들이라면 한의과 중에서도 저희과로 의뢰해주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Q. 신경정신과에서 협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정신건강의학과와 한방신경정신과 간의 협진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알 권리 충족과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협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EBM을 바탕으로 하는 의학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협진도 비슷한 맥락으로 환자에게 다른 치료의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에 국한해서 얘기하면 한방의 경우 비약물요법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방에서는 처방하는 향정신성 약물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지만, 환자분들이 앓고 있는 많은 정신과 질환들은 사실 비약물요법으로 치료할 수도 있거든요. 환자분들이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알고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협진 역시 효과적인 옵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요.     



Q. 실제 협진 진행 과정에서 가장 큰 한계점이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앞서 협진이 어떤 구체적으로 문서화된 프로토콜이 아닌 한양방 양쪽의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referral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이렇다 보니 인적 교류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적교류는 병원 외부의 환경과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원활한 교류가 매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협진이 활성화되려면 인적 교류의 분위기와 장이 더욱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협진의 측면에서 또 다른 한계점이 있다면 한양방 각각에서 환자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두 명이서 하게 될 경우 내가 본 이 사람의 주요 정신병리와 상대 의사가 보는 환자의 주요 정신병리가 다를 수 있어요. 이는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평가하며, 치료하는 이론이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똑같은 우울장애 환자에서 역기능적 신념을 중요한 병리로 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아동기 트라우마, 또는 낮은 자존감을 중요한 병리로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될 경우 치료 방향 역시 달라질 수가 있어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료의 혼란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동일한 환자에 대하여 2명 이상이 심리치료를 하게 될 경우, 어느 정도 Hierarchy가 있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Q. 협진을 위해 교수님께서 노력하신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시도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양방에서 협진 의뢰가 들어올 경우 진료와 상담, 치료 등 진료 영역에서 한의과에서 해주길 바라는 부분들을 체크를 해 달라고 하는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양방 쪽이 주된 치료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협진 진료를 할 때 굳이 제가 매번 주된 치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시도해 보았습니다. 부치료를 하더라도 그게 환자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제가 반드시 주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 거죠. 제가 주치료를 하고 양방에서 부치료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받게 됩니다.


Q. 신경정신과의 경우 한방과 양방에서는 어떤 경우에 주로 진료 의뢰를 요청하게 되나요?

A. 한양방 협진 기관에서 일하는 한의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치매 환자를 진료할 때,‘어떤 경우에 협진을 의뢰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DOI: 10.3390/healthcare10020269) 그 결과를 보시면 치매의 경우 한방에서 협진을 요청하는 경우는 ‘검사 및 평가’ 제일 많고, 양방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컨디션 개선’을 위해 협진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실제 저의 임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효과적인 협진을 위해 현행 협진 시스템 중 어떤 부분이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양방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양방이랑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적인 용어들을 양방에서 사용하는 언어로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양방 의사와의 소통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환자가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우선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술적 및 비학술적으로 한양방 의사들이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학술 컨퍼런스를 하는 것도 좋고, 비학술적으로 인적 교류를 하는 모임도 좋구요. 병원에서 신년회를 한다면 한방병원에서 신년회를 따로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신년회를 하는 방식 등이요. 식사를 하다가 서로의 치료 방식이나 생각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도 있거든요.


Q. 이제 인터뷰가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학생들이 향후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공부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학생들이 매우 싫어하는 답변일 수도 있는데 학생 때는 암기하는 공부를 많이 해야 됩니다. 기초적인 지식을 많이 암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증상이 무슨 현상에 해당하는지 더 폭넓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을 빼고 그 다음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을 볼 수밖에 없어요. 또 나중에 임상의가 되면 바쁘기 때문에 학생 때 암기 할 것들을 임상을 하면서 공부하기에는 많이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학생들 수준에서는 이해할 것들보다는 필수적으로 암기해야 될 것들 차근차근 암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향후 <대만드>가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동의대 한의학과에 최영현 교수님이라고 계세요. 이전에 ‘한의학의 발전 및 대중화 그리고 과학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분들 중에는 비한의사들이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는 한의사니까 한의학을 사용하고, 연구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비한의사 분들은 정말 한의학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고 계신거잖아요. 최영현 교수님은 이렇듯 한의학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 중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한의학 연구를 몇 십년 동안 진행하신 분이라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수님의 환자에 대한 애정 및 노력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BM을 핵심가치로 두고 연구 및 진료를 하시는 이유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교적 생소했던 한방신경정신과 분야의 협진까지 한의계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신 권찬영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겠습니다:D (또한 한양방협진이론 과제를 위해 고심해서 질문지를 짜고, 함께 인터뷰를 해준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멋진(?) 임상 1조 감사합니다! 덕분에 또 해냈습니다 ㅎㅎ)

Interviewer. 꽃사슴

Writer & Editor. 꽃사슴



작가의 이전글 정의를 꿈꾸며 변호사가 되다, 김민지 한의사 (2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