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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Sep 28. 2023

춤추는 한의학, 이화진 박사님 (1탄)

#한방무용치료 #기공요법 #한국무용과 한의학의 만남

올 하반기를 다시 찾은 스우파 시즌2. 다들 재미있게 보고 계시나요? 이번 미션에서는 한국무용수 분께서 직접 출연하시는 등 보다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무대들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는데요. 한국무용과 스트릿 댄스 뿐만 아니라, 춤과 한의학의 만남이 궁금했던 분들을 위해! 대만드 동물들은 뜨거운 7월의 어느 날, 한방무용치료 전문가 이화진 박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춤추는 한의학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을 고민하시는 이화진 박사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학력]
1994. 경희대학교 무용과학사 (한국무용)
1996. 경희대학교 무용학석사 (한국무용)
2007.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의과학석사 (침구경락학)
2010. 경희대학교 한의대 한의학박사 (기초한의과학)

[약력]
현) 한방무용치료 연구센터 대표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한의약임상시험센터 연구원
경희사이버대학교 한방건강관리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대 강사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강사
전)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AMSRC) 연구원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한방기공요법실 연구원



Intro
춤추는 한의학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춤추는 한의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방무용치료 연구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화진입니다. 2010년부터 9년 정도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기공요법실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질환별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뒤로는 주로 대학 강의와 개인 수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말 연구센터를 오픈하여 현재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박사님의 요즘 일과와 한 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학기 중에는 주 4일은 강의를 하고 나머지 2, 3일은 춤을 추거나 태극권을 수행하면서 움직임에 대한 작업을 합니다. 지금은 연구센터의 소소한 살림들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7, 8월에 예정되어 있는 특강과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고, 10월에 있는 공연 연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용 전공

Q. 첫 전공인 한국무용을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계기라고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는 게, 제가 다섯 살 때 무용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무용을 전공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어릴 때 무용을 시작해서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예고를 나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게 되었으니까요.


Q. 무용학부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고충이 있으셨나요?

A. 외부적으로는 조용한 편이었고 교수님이 시키는 건 다 했으나, 내면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일탈을 꿈꾸는 학생이었어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무용과 기강이 굉장히 세답니다. (웃음) 무용과는 주로 단체로 하는 활동이 많은데 그 외의 뭔가 다른 걸 하면 그 단체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은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웬만해서는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상하게 계속 뛰쳐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무용이 아닌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일탈을 실행하면서 따가운 눈초리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하루는 무용 공연 연습을 하는 도중에 연극 연출을 하시는 분이 오셔서 연습했던 것을 다 바꿔 놓으시더라고요. 갑자기 오셔서 지적하시는 모습에 반감도 들었지만, 동시에 ‘도대체 연출이 뭘까?’라는 호기심도 생겼어요. 그래서 직접 나가서 연극 연출을 공부해 보기도 했고, 때론 연습에 빠져서 혼나기도 했어요. 선배들이 보기에 저는 분명 무용과가 맞는데 무용과가 아닌 것 같은 학생이었을 겁니다.

무용과인데 무용과 아닌 것 같으셨다는 박사님. 하지만 공연 전 대기실에서도 선명한 박사님의 미소를 통해, 무대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멋진 무용수셨으리라는 점을 엿볼 수 있네요!


Q. 무용학부 시절에 한의대생들과 함께 기공 동아리 활동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기공학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제가 대학교 신입생 때 한의대 선배님들이 오셔서 기공 동아리만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때 무용과 학생 40명 중 부산에서 올라온 저와 저의 단짝 친구 두 명만 멋모르고 창립 멤버로 들어간 거죠.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한의대 선배님들이 ‘한의학도 춤도 모두 인간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두 개를 같이하면 분명히 서로에게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아마 우리가 무용과니까 으레 하시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왠지 좀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와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기공을 수련하는 게 오히려 공연 연습하는 것보다 좋더라고요. 저한테 맞았던 것 같아요. 무용 예술 같은 경우에 춤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기공 수련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련이었거든요. 너무 어릴 때부터 무용을 하다 보니 당시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공을 접하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제 몸이 변화하는 것을 크게 경험했고, 그때부터 기공에 더욱 빠지게 됐어요.



베이징 무도학원


Q. 무용학부 석사 과정을 마치시고 베이징 무도학원에서 소수민족 춤을 배우셨다는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어떠한 계기로 배우게 되셨나요?

A.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1998년부터 1년간 베이징 무도학원의 소수민족과로 연수를 다녀왔어요. 춤은 고대 샤먼에서 기원해서 지금의 무용예술로 변화·발전되어왔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고대의 춤이 가지고 있던 치유적 기능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소수민족들의 춤은 아직까지 그 원시성이 훼손되지 않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원시 무용에서 나타나는 춤의 치료적 기능을 확인하고, 배우고 싶어서 중국에 가게 되었어요.


Q. 베이징 무도학원에서의 경험이 박사님께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요?

A. 생각했던 것처럼, 소수민족들의 춤은 미학적인 것을 추구하기보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 혹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의식이나 기도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된 관점에서 춤을 해석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한의학이 자연의 이치를 인체에 투영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인간을 하나의 자연으로 인식하는 한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어요.

장쯔이가 다닌 것으로 유명한 베이징무도학원. 소수민족의 춤을 배우기 위해 이곳으로 연수를 다녀오신 박사님의 모습과, 이후 더욱 깊어진 박사님의 무대 모습입니다 :)

동서의학대학원


Q.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침구경락학 석사 과정을 밟으신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A. 앞서 잠시 언급했듯 대학교 신입생 때 한의대 기공 동아리 창립 멤버로 기공을 접하게 되었고, 그 당시 기공 수련을 통해 몸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몸을 통한 치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용과 대학원을 마치고 중국 소수민족들의 춤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춤과 기공이고, 이 둘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대 샤머니즘에서는 예술과 종교와 철학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였잖아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몸이 주체가 되는 춤과 한의학의 기공은 그 기원이 같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결국 뿌리는 같은데, 하나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적인 분야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용 예술로 발전이 되어 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렇다면 나는 무대에 서는 것보다 기공 수련을 통해 내 몸이 좋아진 경험을 나누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한의학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마침 1999년에 동서의학대학원이 새롭게 만들어졌어요. 의학과 다른 분야의 학문을 융합하는 대학원 과정이 생긴 거죠. 그때 ‘의학과 무용을 결합해서 무언가 새로운 방법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시험을 봤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낙방을 했고, 5년 후에 다시 시험을 봤죠. 그때 대학원 지도 교수님이셨던 이혜정 교수님께서, ‘무용했던 친구가 또 왔네? 정말 뭔가 하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해주셔서인지 다행히 대학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Q. 동서의학대학원과 한의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시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고충이 있으셨나요?

A. 정말 매일매일 울었어요. 한의학과 무용은 학문적으로 전혀 다른 계열이니까요. 아마도 지도 교수님이셨던 이혜정 교수님께서는 제가 전혀 다른 분야의 전공을 했던 학생이니 과연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게서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느끼셨는지, 너무 감사하게도 풀타임으로 연구하면서 공부할 기회를 주셨어요. 매주 랩 미팅을 하고 논문을 발제하고… 그런 것들을 난생처음 해봤네요(웃음). 그나마 중국에 1년 동안 연수를 다녀온 게 도움이 됐어요.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할 때는 원전 교실과 책 한 권을 챕터별로 번역하는 스터디에 참여했던 기억들도 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너무나 낯선 세계에 적응하면서 공부해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힘이 들었지만, 반대로 교실원분들도 한의학을 연구하는 그룹에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함께 있으니 낯설고 어렵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지도 교수님이셨던 이혜정 교수님과 박히준 교수님을 비롯한 랩 식구들이 저를 잘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셔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까지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있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는 말 밖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아요.

임상 연구 중이신 박사님의 열정적인 모습과,  기적 같은 시간을 함께하신 박히준 지도 교수님 및 랩 식구들과의 모습입니다!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이란


Q.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기공은 생명의 에너지인 기(氣)를 매개로 질병 치료와 양생을 도모하는 모든 방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공요법은 질환의 특성과 환자의 상태를 한의학적인 원리로 파악하고, 여러 기공 공법 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치료 및 회복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방무용치료는 한의학의 치료 원리를 바탕으로 기공과 춤을 결합한 형태의 맞춤형 치료 무용입니다. 우리 몸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또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잠재된 기의 운동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의한 기의 승강출입과 움직임을 통한 경락과 경근 자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혈순환을 유도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죠.


Q.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은 어떠한 공통점이 있나요?

A. 사람의 몸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질환이나 증상보다 그 사람의 몸 상태와 마음의 상태, 그리고 호흡의 패턴까지 잘 살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 둘 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그 사람의 전체적인 상태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맞는 방법들을 알려드려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 수동적인 관계로 단순히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치료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사실 한방무용치료는 기공의 원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명칭이나 형태만 조금 다를 뿐이지 원리는 같기 때문에, 둘을 구분해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은 어떠한 차이점이 있나요?

A.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의 한의학적 원리는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듯, 몸의 움직임과 호흡과 마음(의식)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죠. 차이점이 있다면 기공공법마다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에 비해, 한방무용치료는 환자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춤의 율동적인 움직임과 호흡으로 형식적인 면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의 임상과 연구, 활성화 방안, 그리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2탄에서 계속됩니다!
대만드가 전해드리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더욱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Interviewer. 백조, 유니콘, 기린, 용

Writer & Editor. 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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