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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01. 2023

춤추는 한의학, 이화진 박사님 (2탄)

#한방무용치료 #기공요법 #한국무용과 한의학의 만남

한국무용과 한의학을 이어가며 이화진 박사님께서 걸어오신 순간들. 다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그럼 1탄에 이어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의 임상과 연구, 활성화 방안, 그리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화진 박사님의 춤추는 한의학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의 임상


Q. 기공요법실을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은 주로 어떤 질환으로 내원하시나요?

A. 주로 입원 환자분과 외래 환자분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는 본인이 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과 주치의가 권유해서 오시는 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질환으로 보면, 통증을 주소증으로 하는 근골격계 환자분들소화불량/불면/비만 등 기능성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또한 안면신경마비와 퇴행성 뇌신경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분들이 내원하시고, 그 외에도 부인과·체질과 및 암 환자분들도 많이 오셔서 개별 맞춤형 기공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Q. 기공요법실에서는 어떻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나요?

A. 각 과에서 처방을 넣어주시고 환자분들이 오시면 교육이 진행되는데요. 실제 프로그램은 질환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됩니다. 일대일 교육 혹은 그룹 교육으로 진행되고요. 교육 빈도는 보통 주 3회 혹은 주 2회로 진행이 되고, 안면마비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주 5회, 매일 교육을 진행했어요.

기공요법실에서는 어떤 특정한 공법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각 환자분들의 증상과 상태에 맞게 최적화시킨 방법을 활용해요. 예를 들어 기운이 없거나 서 있는 자세가 불편한 환자분들은 처음에는 누운 상태로 이완법을 진행하면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풀어주고, 호흡법을 진행하죠. 그런 후에 환자분이 충분히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기공 공법을 알려드립니다.

환자분들은 이미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균형이 많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을 해야 해요. 그래야 그 방법을 받아들이시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실 수 있어요. 저는 그 전체 과정에서 환자분들이 self-regulation 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해 드리는 안내자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경희의료원 기공요법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신 모습입니다.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네요 ㅎㅎ


Q.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A. 좋아진 사례는 너무 많죠. 심지어 불면증 환자는 방송공을 하다가 주무세요. 그런데 저는 소아마비를 앓고 몸이 많이 무너져 있으셨던 외래 환자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외래에 오시는 날은 기공 교육을 꼭 받고 가셨어요. 다른 분들처럼 앉거나 눕는 자세가 자유자재로 안 되시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렇게 마음을 내셔서 하시는 걸 보면 ‘내가 가는 길에 어려움도 많지만, 그래도 잘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분을 통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 환자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의 연구


Q. 박사님의 이전 연구에서는 주로 특정 질환에 대한 기공요법의 효능을 논의해 주셨는데요최근에는 기공요법과 한국무용의 결합이나 기공요법과 삼림요법의 결합 등 기공요법과 타 분야 간의 융합에 대해서도 연구하신 것으로 보입니다이렇게 연구 주제가 변화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A. 그건 아마도 상황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전에는 경희의료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주로 질환 중심 프로그램을 연구했어요. 지금은 의료원을 나와서 조금 더 자유로운 상태라, 여러 가지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 주제는 바뀌었어도 핵심 원리는 동일하기에,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이신 연구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현재 경희의료원에서 다빈도 만성 질환군에 양의·한의 협진 근거를 통한 통합 의료 표준진료경로(Clinical Pathway, CP)를 제시하는, 실제 환자 중심 맞춤형 통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연구팀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양한방치료와 더불어 개발된 한방무용치료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방무용치료와 기공요법의 활성화 방안


Q. 2005년 기공공법지도가 신의료기술로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아직 로컬 한의원에서 기공요법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종합병원에서 기공요법의 활용도와 인식은 어떤가요?

A. 제가 병원에 있을 때는 기공 요법에 대한 기본 수가 코드가 있어서, 담당 교수님이 처방을 내려주셔야 환자분들이 기공 교육을 받으실 수 있었어요. 환자분들이 주치의분께 기공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아쉬웠던 점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침·뜸·약과 더불어 환자분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기공요법 등의 방법을 제공해 주면, 훨씬 더 시너지 효과도 있고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 될 텐데... 시간적, 경제적 그리고 의료법적 문제들과 기공요법에 대한 인식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활성화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쉬워요.

하지만 담당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신 경우도 있어요. 안면마비 센터장이셨던 이상훈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안면마비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환자분들께 전문의가 동영상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병원에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또 좋은 효과를 얻는다면 로컬에서도 이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기공요법과 한방무용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의계가 어떤 부분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한의계를 잘 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말하기가 좀 어렵고요. 개인적으로는 의료계에 환자 중심의 종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환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보완 대체 요법들이 활용되고 있어요. 음악 치료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는 방식이라면, 해외에서는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을 하는 토털 케어 방식으로 가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은 보완요법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 환자분들께 조금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일지라도 의료기관에서 활발히 시행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한의학 범주 내에서 실질적으로 환자분들께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우리나라도 이제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의학의 양생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공요법가·한방무용치료전문가로 가는 길


Q. 기공요법가·한방무용치료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A.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저는 목표를 정해두고 한방무용치료 전문가가 된 게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고 원하는 거라서 계속하다 보니 ‘한방무용치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거죠. 그래서 아직 기공요법가나 한방무용치료 전문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구센터가 생겼으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잘 정리하고 지도사 과정을 만들어서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해 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Q. 기공요법가·한방무용치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까요?

A.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방무용치료는 환자분들을 직접 마주하고, 환자분들께 호흡 방법과 움직임을 알려드리면서 치료를 진행하거든요. 이 과정들을 환자분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진행하려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자기 수행을 즐기면서 그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Outro
대만드 공통질문


Q. 한국무용과 한의학(혹은 기공요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A. 한국무용과 한의학은 예술과 의학이라는 분야로 굉장히 이질적인 학문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한의학과 춤은 그 주체와 대상이 인간의 몸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 목적에 따라 다르게 분류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무용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추구해요. 호흡도 춤사위도 인위적이지 않죠. 한의학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성을 회복함으로써 자연적인 치유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한국무용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의학에서 기공은 인간을 자연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에 있어 고정된 형식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태극권이 원의 형태로 움직이는 운동의 속성을 추구하는 것처럼요. 형식 안에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죠. 반면, 자유로운 형태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상태를 완벽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불완전함을 계속 받아들이면서 불완전함에서의 자유로움을 추구해요. 개인적으로 기공이 삶의 도(道)와 같다면, 춤은 삶의 도를 넘어 자연스러움과 불완전함의 모든 관계를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예술적인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연구자그리고 기공요법가·한방무용치료 전문가로서의 박사님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뚜렷한 목표와 거창한 포부는 없고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주변을 조금씩 둘러보려고 합니다. 제가 해왔던 것을 환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께 보급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갈 것 같아요.     


Q. 한의대생들이나 한방무용치료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요즘 젊은 학생들은 뭐든 다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스스로 되어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신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던져서, 스스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이는 머리로만 하는 경험이 아닌 몸으로 하는 경험을 말합니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이 무엇 때문이 아니라, 나다운 나를 찾기 위해서 걸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질문을 받으니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열매들이 열려있는 큰 나무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한의학의 기본 원리가 나무의 뿌리라면, 그 가지에 형형색색 다양한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 달렸으면 좋겠어요. 한 나무에서 열린 과일들도 그 맛과 색과 향이 다 다르잖아요. 모두가 각자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기만의 우주를 내면에서부터 찾아 나갔으면 좋겠어요. 우주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Q. <대신 만나드립니다>가 다음에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나요?

A. 음악치료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방음악치료 센터장을 맡으셨던 이승현 교수님을 만나 뵈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분으로는 정창현 교수님을 뵈면 좋을 것 같아요. 정창현 교수님은 한의대 원전교실 교수님이시고 현재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님으로 계세요. 한의학이 정체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는 생생한 의학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 분이시니,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고민하는 분들이 만나 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춤과 한의학. 조금은 낯선 두 분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약과 침구치료를 넘어 더 넓은 영역으로 치료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방법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모든 치료는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대만드 동물들을 따스하게 맞아주시고, 많은 질문에도 정성껏 답해주신 이화진 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사님께서 앞으로 걸어가실 순간들을 대만드가 응원하겠습니다!


Interviewer. 백조, 유니콘, 기린, 용

Writer & Editor. 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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