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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05. 2023

한의사 보건소장을 만나다(2) 이재성 화천군보건의료원장

최초의 한의사 출신 보건소장, 이재성 화천군 보건의료원장님의 이야기를 갈매기가 대신 전해드립니다!

[약력]

- 현) 화천군보건의료원장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

-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 학사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화천군 보건의료원 원장인 이재성입니다. 대구한의대를 나왔고, 화천군에는 2000년에 와서 진료부장을 했어요. 화천군 보건의료원은 진료부와 보건사업부의 두 개 부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진료부는 의료원이고 보건사업과는 보건소(의 역할)도 맡아요.

(제가 들어온) 당시 보건의료원장님이 의사여서 진료부장은 한의사로 하자고 해서, 제 전임도 한의사 분이었고 제가 그 후임으로 2018년 12월 10일까지 진료부장을 했죠. 그리고 그다음 날인 11일부터 보건의료원 원장을 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 전국 최초의 한의사 보건소장이었습니다.


Q. 화천군 보건의료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보건의료원이 생길 때, 전국의 의료 취약 지역 중에서도 특히 병원이 없는 지역에 보건소와 병원의 기능을 합쳐서 18개 정도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보건의료원의 역할이 조금 변화되어서 몇 개는 없어지고 민간 위탁하거나 보건소로 돌아가는 곳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강원도에는 평창, 화천 두 곳에 있어요. 의료취약지역에 대해서 보건소와 의료원의 역할을 다 맡고 있는 거예요. 보건의료원장 아래에는 보건소장 역할을 맡는 과장, 의료원 역할을 맡는 과장이 한 분씩 있고, 그다음에 다른 보건소와 똑같이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가 있어요.

화천군에는 보건지소는 4개, 보건진료소는 6개가 있는데 지소는 보통 면 단위에 설치하고 진료소는 면 단위 이하, 리나 동에 있습니다.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보건지소에는 공중보건의사가 있는데 공중보건 한의사나 치과의사가 있을 수도 있고, 보건진료소에는 의사는 없고 간호사가 보건진료소 소장으로 지역의 보건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Q. 지방의료원과 보건의료원의 차이점은 보건소의 업무를 맡는 것에 있는 건가요?

네, 지방의료원은 의료원으로 병원만 있는 것이고, 보건의료원은 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역에 보건소하고 의료원을 합쳐서 만든 거죠. 법적으로도 지방의료원은 지방의료원법을 따르고 보건의료원은 지역보건법에 보건소를 확대해서 보건의료원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요. 강원도에 있는 강릉의료원, 속초의료원, 영월의료원은 지방공사의료원이고, 강릉, 속초, 영월에 따로 지역보건법에 따른 보건소가 있어요.


Q. 원장님의 일과와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하루 일과를 예로 들면, 먼저 아침 8시 반 전에 출근해요. 출근을 하면 한 8시 50분까지 우리 군의 동정도 살피고 신문도 보고, 9시가 되면 군수님하고 회의를 하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할 때는 주말이나 연휴, 명절 때도, 1년에 한두 번 빼고는 다 했었어요. 6개월 정도 전부터 주말은 빼고 회의를 하고 있는데, 회의를 마치면 9시 30분 정도가 돼요. 보건의료원에 돌아오면 두 과장님 하고 또 회의를 하고, 한 10시쯤 되면 이제부터 별로 할 일이 없죠 (웃음).

(그렇다기보다는) 외부 인사도 만나고 다른 회의도 있고, 여러 가지 일이 계속 생기니까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되는 거죠. 화천군의 보건의료와 관계되는 일 중에서 중요한 결정 사항 같은 게 간혹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루 일과가 반복되면 일주일이 되고, 한 달 일도 똑같이 반복이 되고요.


화천군보건의료원 진료부장


Q. 보건의료원에 오시기 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오기 전에 한의원을 했었습니다. 졸업하고 군대 갔다 오고 나서 바로 개업을 했어요. 집 1층에서 한의원을 하다가, IMF도 있었고, 멀리 떠나고 싶어서(웃음) 겸사겸사 자리를 찾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환자를 치료하려고 해야 되는데 좋은 자리를 찾게 되는 일에 회의감이 조금 들었어요. 마침 공무원을 뽑는다고 해서 ‘3년 정도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오래 하게 되었습니다.


Q. 화천군 보건의료원에 들어오게 된 계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저는 보건의료원이 뭔지도 모르고 공무원을 뽑는다고 해서, ‘공무원을 한 번 해볼까?’ 하고 왔어요. 공무원들은 이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있고, 또 보건의료원에 가면 무료로 진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지원해 봤던 거예요. 지금은 공공의료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 당시에는 그냥 ‘무료 진료를 하고 싶다’, 그 정도. 공공의료에는 5% 정도 관심이 있었을까 그랬죠.


Q. 오랫동안 진료부장으로 계시다가, 2018년부터 보건의료원장의 직무를 맡고 계십니다. 진료부장의 업무는 어떠하고, 보건의료원장의 일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다른가요?

진료부장이라든지 사업과장은 부서장이고, 보건의료원장은 기관장이라는 차이가 있죠. 기관의 장은 자기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해요. 경찰서장이 잘못하면 사표 쓰고 모든 책임을 지고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러듯이 보건의료원장도 보건의료원이라는 기관 내에 있는 부서들을 통괄해야 되는 거죠. 책임과 부담감이 많고, 권한이 가지는 영향력이 크죠. 기관 전체, 군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관장은 언제든지 책임을 지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예요.


화천군보건진료소의 조직도를 보니, 보건소와 함께 응급실, 입원실까지 있는 의료원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화천군 보건의료원의 규모가 느껴집니다! (출처: 화천군보건의료원 홈페이지)


Q. 저는 진료부장은 행정 업무를 덜 보고, 원장의 경우 행정 업무가 더 많지 않을까,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어느 정도 맞기는 하지만, 진료부장은 진료를 하면서 보건의료원에 있는 다른 과와 부속실들을 총괄하는 행정 업무도 봅니다. 화천군 보건의료원에는 한의과를 포함해서 6개 과가 있거든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치과, 한의과. 그리고 입원실, 응급실, 물리치료실, 임상병리실, 건강검진실도 운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진료부장은 6개 의료과와 다른 부속실의 행정도 다 보게 되고 진료도 하는 거예요. 다른 병원에서도 똑같습니다. 진료도 보고 행정도 보고 다른 과 의사들하고 관계를 조율하고 행정에 있어서 결론도 내리고.


Q. 그러면 보건소에서 주로 진료만 보는 한의사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보건소에서 진료 보는 한의사는 전국의 대부분이 공중보건의사예요. 공중보건의가 아닌 한의사들이 몇 명 있고, 그분들은 한의 진료만 보는 걸로 알고 있어요.


Q. 보건의료원에서 진료를 보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와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가장’이라는 말은 좀 그렇고, 그냥 환자 진료는 환자가 나으면 보람을 느끼는 거고 힘든 건 안 나을 때 힘든 거죠. ‘왜 안 낫나, 이거 치료를 해야 되는데’ 하고 안타깝죠. 힘들다기보다는 안타까워요. 힘든 건 없어요. 다른 민간보다는 편하기 때문에.


보건대학원


Q.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학을 공부하셨는데, 보건대학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보건학에 큰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고 수가 제도에 관심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지금 다 행위별 수가제인데 한방에서는 행위별 수가제 말고 포괄수가제를 하는 게 오히려 맞다 싶어서 수가 제도 관련 공부를 하려고 했죠. 그런데 바쁘다 보니 시간도 잘 나지 않고, 교수님이 능력상 수가제는 석사 때 다루기 어렵다고 하셔서 수가 정책은 공부만 좀 했지 논문을 쓰지는 못했어요. 관심은 있었지만 ‘이걸 꼭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남아 있는 거죠.


Q. 보건의료원에 계시면서 대학원에 다니시는 동안의 시간관리나 일정이 어떠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대학원 다닐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진료도 막 밀리고, 예전에는 주 6일제여서 토요일도 오전 진료 근무를 하던 때라 더 그랬죠. 일주일에 두세 번 서울로 가야 하는데, 화천에서 3시에 출발을 하면 6시 반쯤에 도착해요. 역까지 가서 기차 탔다가 전철 타고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도착하는 데 3시간 반이 걸리더라고요. 돌아오는 것까지 왕복 7시간이 걸리니까, 야간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수가에 관심이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세부 전공은 다른 전공을 했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안 가도 되는데 그땐 잘 몰랐어서 더욱 힘들었죠.


Q. 보건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이 지금 일하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대학원에서는) 학문적으로 공부한 거라서, 업무를 하다 보면 ‘보건대학원에서 이거 공부를 조금 했었는데,’ 하는 정도예요. 보건의료원에 계신 담당자분들, 계장님들, 과장님들이 실무적으로 보면 대학원에 계신 분들 이상으로 대단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석사라는 타이틀 하나를 가지고 있고, 공부해서 조금 들은 게 있다, 이 정도죠. 의료원은 실무이고 대학원에서는 학문을 하는 거니까 크게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예요.


Q. 원장님처럼 보건소에서의 공공보건의료 실무, 행정 업무를 진로로 희망하는 한의대생들에게 보건대학원 진학을 추천하시나요?

(실무적으로는) 대학원 진학으로 인해서 크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학문적으로 하는 것과 실무는 괴리가 많고, 배운 내용이 특별히 도움 되거나 하는 점도 잘 없는 것 같아요. 한의대에서 배운 것만 해도 웬만큼 다 되어서요.

다른 목표가 있으면 보건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좋죠. 하려면 석사까지만 하지 말고 박사까지. 목표가 뚜렷하면 (대학원 진학을) 하고, 공무원을 뽑을 때 자격 조건에 학위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거기에 도움은 되겠죠.


화천군 보건의료원장


Q. 다음으로 보건의료원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에 대한 질문입니다. 화천군은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와 관련한 별개의 노인 보건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화천군에서) 우리 보건의료원만 노인 정책을 신경 쓰는 게 아니고, 군 자체의 다른 부서들에서도 다 신경을 많이 써요. 주민복지과, 자치행정과, 관광정책과, 문화정책과 이런 데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왜냐하면 노인을 위한다 하는 게 노인의 건강을 위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건강이라 하는 게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이 다 연계가 돼야 하잖아요. 보건소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주로 다루고, 사회적 건강을 다루기 위해서는 다른 부서와 협업이 많이, 잘 돼야 해요. 다른 부서에서도 (노인 건강과 관련하여서) 보건소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죠.


보건의료원만의 차별화되는 사업은 이제 의료인이 있으니까 이동 진료, 찾아가는 진료를 주로 하는 거죠. 집을 찾아가는 경우에는 방문 진료, 마을을 찾아가 가지고 마을에 한 공간을 빌려가지고 거기서 진료하는 이동진료를 합니다.

또 이제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하는데, 국가 예방접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마련해서 특화된 사업을 하는 거죠. 예를 들면 화천군에서는 대상포진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아닌데 군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만들어서 65세 이상이 되면 무료로 예방접종을 실시해요. 코로나 같은 경우에도 노인 분들이 경제적 격차가 심하고 이동하는 것도 어렵거든요. 그래서 셔틀버스를 운영했고, 예방접종 때도 따로 버스를 마련해서 진료받기 편하게 이렇게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게 있어요.


주민분들의 편의를 위하여 운영되는 셔틀버스의 모습입니다.


Q. 다음 질문으로, 보건의료원과 지역사회 내 병의원 간의 연계 협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화천군에서는 그러한 연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중요할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다들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민간 병의원은 잘 운영되게 하는 유인이 있잖아요. 민간병원은 그렇게 하고, 또 보건소는 원래 진료 기능이 최소화되어 있다 보니 간단한 진료만 하고요. 연계가 필요할 때가 생기면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협력이 잘 되는 편이에요.

어떤 부분이 있냐면, 코로나-19 대면 진료 기관이 필요한데 화천군 보건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이니까 당연히 했어요. 민간 의료기관 중에서도 대면 진료기관을 선정해야 되는데 초창기에는 민간 병의원들이 여러 이유로 꺼렸기 때문에 선정을 안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정부 정책적으로 많이 밀어주는 상황도 있어서 협조가 잘 됩니다.


Q. 춘천에 있는 병원과 협력을 한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그렇게 맺는 협약은 어떠한 건지도 궁금합니다!

화천군은 의료 취약 지역이라, 진료과가 없는 게 많아요. 주민들의 요구가 있고, 의료원 입장에서도 필요한 과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정신과, 피부과,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신장내과 등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걸 다 갖출 수는 없어요. 그래서 피부과 같은 경우에는 분기마다 한 번씩 와서 진료를 하고, 안과 같은 경우도 1년에 두세 번 와서 진료를 하도록 외부기관과 연계를 하는 거죠. 정신과 같은 경우도 치매안심센터가 있고, 보건소마다 전국적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어요. 치매에 관해서 신경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을 춘천에서 모셔와서 일주일에서 보름에 한 번 정도 진료를 해요.


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분만 산부인과인데,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설이라든지 장비, 인력, 예산 등을 다 갖춰야 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래서 분만을 할 수 있는 강원대학교 병원과 협력을 맺어서 분만 취약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 거죠. 지금 보니까 협력을 잘하고 있네요(웃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보건의료원에서는 분만 이외의 모든 산부인과 진료를 다 해결하고, 분만에 해당하는 것만 강원대병원 하고 연계를 하고 있어요. 이건 전국적으로 화천에서만 하고 있고 다른 데서는 못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에도 분만 취약지가 많고, 우리 모델을 보고 이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못 되고 있어요. 보건소하고 타 중심 지역, 예를 들어 춘천에 있는 강원대병원과의 연계가 잘 되는 게 어렵다 보니까 다른 데서는 못하고 있어요. (그 외에) 지역사회 연계 협력이 특별히 중요한 협력으로는 치매, 정신 건강 복지를 춘천의 국립정신병원하고 연계해서, 충분하지 않지만 모자라지는 않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죠.


Q.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 경우에도 주민 분들이 많이 오시나요?

우리가 필요한 만큼을 요구를 하는 거죠. 두 사람이 만나서 협상을 하는 거잖아요. 협조를 할 때 우리가 일주일 다 필요하다고 해서 그쪽에서 일주일 다 올 수가 없으니까, 그쪽 사정하고 우리 쪽 사정하고 연계 협력을 할 때 일주일에 한 번 하자, 한 달에 두 번 하자, 분기마다 한 번 하자, 이렇게 연계가 되죠. 이런 걸 자꾸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계속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올 때 하루를 하자, 이틀을 하자 이런 거 아니면 오전만 하자 아니면 오후에 하자 그렇게 해서 협력을 하고 있어요.


분만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외부 협력과 연계하여, 보건의료원에서는 공공산후조리원, 치매안심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Q. 한의사로서 진료를 주로 보다가 행정 업무를 하게 될 때 어려운 점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한의사만 하다가 일하려고 하면 어렵긴 하죠. 그래도 한의사분들이나 의사분들이 똑똑해서 잘 헤쳐나갈 수 있어요. 사명감이 있고 소통하겠다는 마음이 있고, 협력하겠다 하는 그런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지,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졸업하는 그 정도 실력과 의욕만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어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전부 다 옆에 제 선배도 있고 동료도 있고 경험 많은 계장님, 과장님이 있기 때문에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Q. 보건의료원에서는 진료에 더해서 공중보건사업이나 위기 대응 같은 역할도 요구받게 되는데,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움은 많죠. 여러 사람이 만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그런 게 어려워요. 여러 이해관계가 있는데 그 여러 이해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다 설명하기가 참 어렵네요. 공중보건사업 하나만 해도 이해관계가 얽히는 게 굉장히 많고, 또 처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시설, 장비, 인력, 예산 네 가지에 대해 다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중 예산과 인력 같은 건 만나서 자꾸 이야기를 하면 풀려요. 어려움이 있지만 하고자 만 하면 다 풀어갈 수 있어요.


Q. 화천군에서 따로 진행하는 한의과 사업이 있는지 궁금하고, 한의 방문진료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화천군 같은 경우에는 면이 네 개가 있어서 4개 지소에 공중보건한의사가 한 분씩 다 계시고, 그분들이 방문진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방문진료를 다니는 분들을 면별로 나누어 두었기 때문에 부담이 조금 덜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인력도 보건소에 많이 배치가 돼 있기 때문에 한의사분이 하고자만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매일 다니는 분도 있고,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다니는 분도 있습니다. 방문 진료, 이동 진료는 다른 데도 다 할 것 같고, 그 외에는 예전에 치매안심센터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한 분이 계셔서 치매 관련 사업을 좀 했으면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다음 주에 방문진료를 활성화하려고 회의를 하기로 했어요. 한의사분들을 모아서, 지금 잘하고 계시니까 조금 더 하자. 전국적으로 다 똑같은 문제거든요. 자주 나가면 되고, 자주 나가는 걸 막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너무 자주 나가면 진료실을 비워놓는다는 문제점이 있긴 있어요. 진료실 비우고 방문진료를 다니는 게 오히려 공공의료의 역할이 아니냐, 진료실 못 비우는 게 민간 의료고 진료실을 비울 수 있는 게 공공 의료니까 방문진료를 나가자, (회의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이후 이재성 원장님께서 상서면보건지소(사진)와 산양보건진료소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근무 중이셨던 공중보건한의사, 진료소장이신 간호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공공보건의료 내에서 한의학과 한의사의 역할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이 사실 미미합니다. ‘이건 한의사가 치료를 한다’ 아니면 ‘한의사가 더 잘 치료한다’ 하는 게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면 공공의료기관에 한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제일 좋은 게 한의사는 침이 있다는 것 같아요. 침을 들고나가면 거의 모든 흔한 질병에 대처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방문 진료나 이동 진료에서 한의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의사의 경우는 처방 내고 진단하는 데 여러 장비가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방문진료 외의 분야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아 보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Q. 인생 그래프를 그렸을 때 가장 뿌듯했던 UP의 시기와, 가장 포기하고 싶었던 DOWN의 순간이 언제였고 힘드셨던 때의 극복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보건의료원장이 된 것도 뿌듯하고, 진료부장 됐을 때도 뿌듯했고요. 포기하고 싶었던 건 코로나 때 정말 힘들었는데 그냥 하루하루 어떻게 잘 지내보자, 잘 지나가겠지 이렇게 하다 보니까 잘 넘어온 것 같아요. 극복 방법은 여러 사람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하고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가끔 책 읽을 때도 있고요.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 되기도 했는데, 사명감 같은 게 막 일어나니까요.


Q. 원장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우선 하루하루 잘 지내고 싶고, 한의사니까 치료를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환자를 많이 볼 때는 제가 공공기관 중에서 가장 많이 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는 침 치료가 실증적으로, 객관적으로 공인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동시에) 제 능력 밖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특별한 건 없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살면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이제 옆에서 이제 사람들이 보는 거죠. 주위 사람들이 (보았을 때) 열심히 했다고 하면 되는 것 같아요.


Q. 그러면 이제 마지막인데요.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의사로는 다른 보건소장으로 계신 분을 찾아가서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의사 말고 공공의료에 계신 분으로 강원대학교 산부인과의 황정민 교수님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전국에서 고위험 산모 분만 사업을 유일하게 하고 있고, 굉장히 적극적이고 사명감과 의욕이 넘치는 분이어서 저분처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국 최초의 한의사 보건소장! 이재성 원장님과의 인터뷰, 잘 읽어보셨나요? 보건의료원에 도착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건물이 훨씬 커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뷰를 통해 그 크기만큼 방역이나 위기 대응부터 여러 병원과의 연계 협력까지 보건의료원이 담당하는 역할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을 뵈었던 때는 지금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때였는데요, 벌써 한 해가 지났지만 원장님께서 보건의료원에서 마주친 모든 분들과 가깝고 편안하게 지내시는 모습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보건진료소에도 방문할 수 있게 해 주신 이재성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Interviewer, Writer & Editor.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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