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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Nov 09. 2023

한의학으로 상처 치료를 말하다! 조성준 한의사

#화상 #욕창 #외상 #괴사 #비수술 한의 치료

앵무새가 어떤 학과에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던 수험생 시절, 한의대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어떤 한의사의 인터뷰 영상(☜Click!)이 있었습니다. ‘의료인이 된다면, 이런 의료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인터뷰였는데요. 그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압도적인 실력으로 피부 상처를 치료하고 계신 조성준 원장님이셨습니다. 조성준 원장님의 아프지 않은 상처 치료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전) 영등포 자연재생한의원 원장
(현) 서울 자연재생한의원 원장
2018년 한의학 전문잡지 On Board ‘상처치료의 이해’ 칼럼 기고
2018년 한의플래닛 주최 “화상치료의 이해” 강의
2019년 울산광역시 한의사회 초청 “화상치료의 이해” 강의
2020년 대정요양병원 초청 “욕창 치료의 실제” 강의
2023년 메디스트림 도전 베스트강의 “화상치료의 이해” 강의
2020년 한방외상치료연구회 준비위원장
2020년 한방 상처 연고 ‘자연재생고’ 특허출원 중
2021년 미국 화상학회(ABA) SCI급 논문 게재 - ‘화상 치료 시 피부이식술 대안으로의 침과 연고의 활용’
화상/찰과상/욕창/봉합 후 괴사 등의 환자 7,000명 이상 진료          




Intro



Q. 안녕하세요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연재생한의원에서 피부 외상 진료를 하는 조성준입니다. 2005년부터 화상, 욕창, 피부괴사를 비롯한 외상 환자들을 열심히 치료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원장님의 일과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오랫동안 혼자 진료를 봤는데 지금은 다른 원장님들이 두 분 계셔서 일주일에 3~4일 정도로 제 진료를 많이 줄였어요. 저희 한의원은 진료 과목 특성상 매일 진료를 봐야 하고, 야간 진료도 필요해요. 그래서 원장님들과 돌아가면서 3주에 한 번씩 일요일 근무를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육아하고 있어요.
 

진료과목


 Q. 원장님은 한의대 다니던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학교에서 시키는 기본적인 공부는 했지만, 엄청 열심히는 안 했던 것 같아요. (웃음) 제가 한의대에 입학했던 1996년도가 공교롭게도 한약조제 시험에 의한 약사가 처음 배출돼서 한창 한약 분쟁이 있던 시기였어요. 학교에 들어갔는데 한의대는 파업 중이고, 선배님이 한 명도 안 계신 거예요. 신입생 당시에 5월까지 수업을 들었는데, 5월 이후에 전국한의대 연합 측에서 ‘1학년들도 함께 집회에 동참하자’는 제안했어요. 마침 당시에 제가 과 대표였는데, 어차피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동기들에게 집회에 가자고 독려했어요. 그래서 동기 전원에게 인당 세 번씩 연락해서 인원수 체크하는 게 주된 일이었고 동기들과 열심히 집회에 나가며 살았죠. 

  집회 외에도 굵직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공부에 매진하진 않았지만, 제가 참여한 활동에는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의도하고 앞선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어떤 일을 맡으면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책임감 있게 임했어요. 집회가 적어도 25번은 있었을 텐데 집회마다 동기마다 세 번씩 전화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 결과 저희 학번 집회 참석률이 88%는 되었어요. 100명 중 88명이 참여하는 거니까 어마어마한 참석률이었죠. 그때가 벌써 25년 전 일인데, 지금도 엊그제 일처럼 기억이 나네요. (웃음)
      


외상 질환 진료 since 2005



Q. 침을 통해 상처를 치료하시는데한의학의 다양한 침법 중 어떤 침법을 활용하시나요어떻게 선혈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이건 쉬워요. 아시혈을 넣는 거예요. ‘통처엔 아시혈’이라는 것이 기본이잖아요. 어딘가 아프면 그걸 치료하는 복모혈, 배수혈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혈자리가 있을 테지만 기본적으로 압통이 생긴 지점에 침을 놓으면 도움이 돼요. 아프다는 것은 다양한 다른 내과적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상처의 경우는 그 부위에 직접적인 염증이 있는 거잖아요. 

  피부 외상 치료 측면에서 염증(inflammation)은 외부 병원체가 침입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감염(infection)과 달리 상처 회복을 위한 생리 반응이에요. 상처 부위에 면역 물질이 모이는 등 회복하기 위한 인체의 모든 노력이 염증 과정에 해당하죠. 침을 놓는 행위는 상처 부위에 활발한 면역 작용을 유발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통처에 놓는 게 기본이고 그것만 해도 좋더라는 거죠. 


 

Q. 침습적인 특성을 가지는 침술을 상처에 적용할 때감염의 가능성을 어떻게 줄이시나요?
 
개방된 상처기 때문에 감염 확률이 더 높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손을 깨끗이 씻고 멸균된 침을 사용하고 멸균 거즈로 닦아내는 등 의료지침과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따르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요. 우리는 ‘상처에 소독’이라는 고정관념이 어렸을 때부터 주입되어 있거든요. 물론 소독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지만 상처 치료에 대한 기본 개념서 중에는 상처를 소독하지 말라는 책도 있어요. 예를 들어, 맹장 수술 후 봉합한 다음 그 안은 어떻게 소독하냐는 말이에요. 소독하지 않고 있거든요. 

  치질 수술의 경우에도 수술 부위가 배변 활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감염에 상당히 취약한 부위잖아요. 여기에 의사들은 보통 두 가지로 대처해요. 하나는 적극적으로 소독하라고 하는 경우이고, 하나는 좌욕해서 물로만 씻어주라고 지도하는 경우죠. 소독하는 경우에는, 소독할 때 아프기도 하지만 상처가 낫지 않고 오히려 깊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치질 수술 후 보름이면 대부분 회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한 달 이상 고생하는 분들은 거의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있어요. 이런 경우에 대한 보고가 쌓이면 ‘물로만 씻어주는 게 더 빨리 낫던데’ 하고 수술 후 처치 매뉴얼도 바뀌겠죠. 그러니까 이렇게 지저분하고 세균이 우글거리는 상처들도 여러분 생각만큼 감염될 확률이 높지 않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Q. 피부 상처 치료 시 항생제는 언제얼마나 필요한가요?     


양방에서는 감염을 예방할 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루틴인데 항생제를 먹는다고 감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감염이 생겼을 때 항생제를 먹어야 해요. 감염 상황을 잘 살펴서 적절하게 항생제를 먹도록 하는 것들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죠. 그런 부분에 대해 한의사도 충분히 잘 판단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항생제를 쓸 권한이 없는 거지 항생제를 드시는 게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상처를 치료할 때마다 항생제를 사용해야 했으면 제가 어떻게 지금까지 치료할 수 있었겠어요. (웃음) 항생제가 매번 필요했으면 지금까지 진료할 수도 없었고, 통계적으로도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가 1년에 1~2건 미만으로 극히 적었어요.
      


Q. 한의원 블로그에 소개된 원장님의 치료 사례에서 침 시술이 피부의 경화를 줄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관련해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몸에 상처가 난 경우에는 회복이 되더라도 똑같은 조직으로는 복원되지 않아요. 피하 조직에 지방층이 있고, 그 위에 혈관이 풍부한 진피층과 섬유 조직이 있는데, 피부가 손상된 후 회복되는 조직들은 섬유조직으로 대체되면서 수축함에 따라 피부가 딱딱해지고 당겨지는 거예요. 이렇게 당겨진 피부들을 치료할 때 침 치료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침술과 같이 침습적인 치료를 하면 딱딱한 부위들을 부드러워지게 해서 개선할 수 있고 피부에 남는 흉터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침 치료와 피부 조직 구조


Q. 원장님은 습윤 드레싱을 사용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드레싱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가요?

     

먼저, 항생 연고를 상처 부위에 바르고 거즈를 붙이는 행위를 ‘옷 입히기’와 비슷하다고 보고 드레싱이라는 표현을 쓴 건데 드레싱 제재가 굉장히 많아요. 크게 계통을 나눠보면 먼저 듀오덤같이 상처 부위를 하이드로콜로이드 상태로 만들어 딱지 생기지 않게 하는 제재들이 있어요. 또 다른 종류로는 메디폼처럼 스펀지 형태로 제작해서 진물을 흡수하기 용이한 것들이 있어요. 이 외에도 여러 제재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크게 묶어서 습윤 드레싱이라고 하는 거예요. 

  습윤 드레싱의 명칭에서 보이듯이 반대되는 개념으로 건조 드레싱이 있어요. 대표적인 행위가 건식 거즈를 붙이는 것인데, 건조 드레싱이 1978년 이전만 해도 대세였어요. 상처가 나면 진물이 날 수밖에 없는데, 그 진물에 달라붙은 거즈를 떼어낼 때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때 Wet Dress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른 거즈가 아닌 식염수에 적신 거즈를 사용하니 잘 낫더라.’는 논문이 발표된 거예요. 그 논문이 나온 후로 대세가 상처에 달라붙지 않는 드레싱인 습윤 드레싱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거죠. 

  다만 메디폼의 경우, 엄밀하게는 습윤하다고 볼 수 없어요. 상처에 붙지는 않지만, 진물을 빨아들이는 용도니까요. 듀오덤은 하이드로콜로이드 상태를 만들어서 딱지가 생기지 않게 해요. 이 경우에는 들러붙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재생을 잘 안되는 경우가 많죠. 

  정리하자면 드레싱은 ‘상처에 어떤 것을 입힐 것이냐?’의 문제인데, 여러 가지 제품들이 개발되어 있고, 낮은 단계의 상처에는 상당히 유용해요. 다만 저는 자체적으로 만든 한방 연고로 드레싱을 하는 것이니 차이가 생기는 거죠. 저도 가끔 필요할 때 드레싱 제품을 쓰긴 해요.


듀오덤 - 메디폼 - 조성준 원장님의 습윤 드레싱


“자연재생 화상연고는 통증을 줄여주고, 감염을 막고, 피부를 재생시키며, 초기에는 1일 3회 화상연고로 환부를 습윤밀폐 드레싱합니다.”     


Q. 상처가 낫는 기전과 이에 대한 치료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상처가 나면 피와 진물이 나오는데, 피는 결국 지혈되니까 나중에는 진물만 나오지 않겠어요? 진물이 나와서 층을 만들죠. 왜냐하면 우리 몸은 일차적으로 통증으로부터 아프지 않기 위한 반응을 하고 이차적으로는 감염을 막기 위해 반응하거든요. 그러면서 최대한 덜 아프기 위해 딱지를 만드는 것인데, 가벼운 경우는 딱지가 떨어지면 끝이에요. 

  피부가 화상을 입어 변성된 것처럼 심하게 손상된 경우, 우리 몸이 어떻게 해결하려 할까요? 익어버린 피부에서 저절로 새살이 돋아나오지는 않겠죠? 이 경우 우리 몸은 변성된 피부를 내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빨리 녹여서 배출하려 해요. 상처가 클수록 녹이는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때 치료는 우리 몸의 회복 작용을 도와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제거해 주는 거예요. 

  이렇게 상처가 깊은 경우에는 자연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가피를 절제해야 해요. 필요 없는 가피를 절제하고 난 뒤에는 살이 파이는데, 양방에서는 파인 곳이 잘 덮이지 않으니, 피부를 이식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그 대신 침 시술을 하고 한방 연고를 발라보니 파인 곳이 잘 덮이고 복원이 되더라는 거죠.      


"화상 치료는 치료 과정에서 아프지 않아야 합니다.“ 

    

Q. 원장님만의 치료 원칙이 있으신가요     


제가 상처를 치료할 때 가장 큰 원칙이 아프지 않은 치료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모두가 상처 치료는 아프다고 해요. 드레싱을 할 때 마취 주사를 맞기도 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아프게 하는 행위는 우리 몸이 계속 딱지를 만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치료가 제일 좋다는 거죠.

  제 연고로 드레싱을 하는 순간 통증이 10에서 1, 2 정도로 줄어서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들 말씀하세요. 그 기전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추측할 수 있어요. 상처에 물이 닿거나 소독하면 아픈데, 유분이 들어갔을 때는 아프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바셀린은 광물성 기름으로 지금은 보습제로 사용되지만, 과거에는 피부가 튼 곳, 화상 입은 곳 등 다양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쓰였어요. 가벼운 상처에 쓰기에 바셀린 같은 싸고 좋은 치료제가 없죠. 물론 저희 연고가 제일 좋지만요. (웃음) 이렇게 상처에 유분이 들어가면 일차적인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아프지 않게 되면 인체는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해요. 딱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빨리 재생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프지 않은 치료를 받으면 회복하기 쉬운데 이 단계가 양방 치료에는 없어서 재생에 어려움을 겪는 거죠.           



Q.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로 식히는 것이 좋은가요     


화상을 막 입었을 때는, 열기가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찬물로 식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찬물을 10분 이상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인체의 방어 능력을 막는 것이 될 수 있어요. 상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우리 몸에서는 그 부위로 혈액을 급속히 공급할 텐데, 찬물은 혈관을 수축시켜서 혈액 공급을 제한시킬 수 있으니까요.

  찬물을 초기에 사용하면 통증이 줄어들지만, 찬물을 멈추면 심한 통증이 발생하잖아요. 통증이 발생하게 하는 조치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찬물은 짧게 열기가 더 퍼지지 않도록만 조치하고, 바로 기름 성분이 들어간 연고를 발라서 통증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의원 게시판에 빼곡했던 감사의 편지 �


Q. 루틴하지 않은 새로운 환자들을 진료할 때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그동안 일반 화상뿐 아니라 암, 루푸스 질환, 레이노이드 증후군으로 인한 상처도 볼 때도 많았어요. 이때 상처의 원인과 그에 따른 반응은 각기 다르지만, 상처가 회복되는 원리는 동일하다는 원리에 따라 접근해요. 병명에 상관없이 상처가 왜 진행 중인지,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치료가 쉬워져요. 이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봐야 새로운 상처도 볼 수 있어요.    


       

Q. 원장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니 치료에 있어서 일관된 방식을 유지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의도적으로 일관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에요. 비슷한 상처를 가진 환자를 10만 번은 넘게 봐왔으니 자연스럽게 치료 방식이 떠오르는 거죠. 환자가 입원하면 하루에 3번씩 경과를 확인해요. 사진을 찍어서 하루, 3일, 일주일, 한 달이 지났을 때의 상태를 관찰하다 보면 상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밖에 없어요. 매일 관찰하면 알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거죠. 환자를 많이 보는 사람은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손가락 구축이 온 환자의 경우, 도침을 이용해서 딱딱한 비후조직을 끊어줘야 해요. 조직을 끊어낸 후에 부목을 대고 재생 치료를 하면 조직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볼 수 있죠. 비슷한 구축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치료하다 보니 이런 치료 방식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어요.    


손가락 구축이 온 환자의 치료


Q. 원장님께서는 치료하실 때 약침은 사용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약침은 사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용해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Q. 한의원 운영 초반과 비교했을 때 현재는 근무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여쭤보고 싶어요여전히 한의원에서 주무시는 날들이 많으신가요?
 
법적으로 당직을 서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한의원 운영 초반에는 환자들의 경과를 관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당직을 많이 섰어요. 이제는 나이도 많이 들었고 웬만한 상처는 변화 양상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별일 없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에 비해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12년 동안 밤사이 급한 전화가 올 수도 있으니까 잠들기 전에 휴대폰 알림을 켜두는 것이 습관이었어요. 이제는 다른 원장님들도 계셔서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네요. (웃음)     
 



Q. 상급 병원으로서의 전원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입원했을 때는 어떻게 케어하시나요?     


우선 기본적인 혈압, 체온, 맥박수 등의 바이탈 체크를 해야죠. 그중에서도 체온이 중요해요.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쇼크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신체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는 반드시 체온 상승이 선행되기 때문에 체온 체크가 중요해요. 1시간마다 체크하는 것이 기본이고, 잘 때는 보호자가 체크를 해줘야 해요. 사실 38.5℃ 정도까지는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39℃가 넘어가면 걱정이 되죠. 그때 중요한 것은 환자의 컨디션이에요. 39℃에도 환자의 컨디션이 괜찮으면 조금 더 지켜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전원을 보내야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상황은 1~2 케이스 정도만 있었어요. 많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하죠.

  루틴을 파악하고 있으면 변수가 보여요. 이런 상황에는 이런 경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열이 지속된다면 루틴하지 않은 상황인 거죠. 실제로 패혈증이 있었던 환자의 이상을 초기에 파악해서 혈액 검사를 의뢰하고 즉시 조치했던 적도 있어요. 몇 없는 경우더라도 반드시 올바른 대처를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Q. 원장님께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시면서 상처 치료의 루틴을 파악하여 이 분야의 대가가 되신 것 같아요하지만 원장님께서 치료를 시작할 당시에는 화상의 한의 치료 분야가 사실상 불모지에 가까웠다고 생각되는데요치료 초반에 어떤 방식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치료 초반에는 환자분들이 많이 도와줬던 것 같아요. 처음 2년간은 치료가 어떻게 될지 모르다 보니 걱정이 되어서 잠도 안 오고 정말 지옥 같았어요. 그럴 때는 환자분들께 ‘아직은 경과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데 위험해지면 전원을 보내야 한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환자분들은 많은 치료를 거친 후 수술이라는 마지막 선택지만을 남기고 절박한 마음으로 저를 찾아온 분들이라 ‘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주세요.’라며 전적인 신뢰를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환자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저를 믿어주시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티게 되더라고요.

  그때도 경과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상처의 회복 방법은 무엇인지 머리로 알고는 있었어요. 다만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었죠. 그래서 환자들의 경과를 자주 관찰하면서 여러모로 애썼던 것 같아요.           



Q. 상처 치료 분야에서 후학을 양성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네, 있어요. 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싶고, 그 과정에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이 치료 시스템을 전달해 주고 싶어요. 물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도 치료 초반에 마음 졸이는 시간은 있을 수밖에 없긴 해요. 저도 평생을 공부하면서 습득한 방법이기 때문에 몇 시간 교육받고 어떻게 다 알겠어요. 그래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그 시스템 안에서 꾸준히 수련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래서 외상 전문 한방병원을 설립하고 싶고, 최종적으로는 전문의 수련이 가능한 수련병원으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자연재생한의원 이야기



Q. 한의원 운영에 있어서 원장님 혼자 진료하시다가 다른 원장님과 함께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먼저, 체력적으로 혼자 운영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운영 초반에 혼자 진료했을 때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진료하고, 주말에도 진료하는 생활을 계속했어요. 하루도 못 쉬었죠. 그때는 어떻게든 버틴다는 생각으로 그 생활을 유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거쳐 가는 사람이 아니라 저와 환자들을 책임지고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당시 전상호 원장님은 ‘한의플래닛’이라는 사이트의 운영자였는데, 사이트 론칭 기념 강의를 저에게 요청하였어요. 저는 그때까지 강의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그저 혼자 열심히 진료하는 사람이었어요. 난생처음으로 강의 자료를 만들고 연습해서 강의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고 많은 원장님이 응원해 주셨어요. 전상호 원장님도 그 이후로 응원해 주셨고, 그러면서 서서히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저랑 성격이 비슷하고, 책임감 있고 부지런한 분이에요. 함께하는 분이 생겨서 이전보다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Q. 카카오톡 채널 상담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시나요?     


카카오톡 채널 상담은 주로 욕창 환자들이 많이 신청하세요. 보내주신 욕창 사진을 바탕으로 제가 치료 방법을 설명해 드리면 보호자들이 가이드에 맞춰서 조치하시고, 또다시 사진으로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요. 어떤 상태인지 판단하는 것은 저를 포함한 원장님들이 직접하고, 어떤 상태인지 여쭤보는 것은 팀장님이 하시기도 해요. 그 외에 카페, 블로그, 유튜브도 다 직접 만들어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전부 관리했지만, 이제는 팀장님이 많이 도와주시죠.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Q. 한의대생이나 새내기 한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먼저, 앞으로 미래가 전망이 밝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 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으니, 모든 상황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웃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기죽지 말고 버티는 정신이에요. 임상하다 보면 한방의 장단점을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되는데, 생각보다 한방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가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치료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해서 꾸준히 연구하고 버티면 좋겠어요.

  또 알아야 할 것은, 졸업 후 첫 선택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다이어트 분야로 시작한 사람은 다이어트로 성공하려 하고, 통증 진료로 시작한 사람은 통증 분야를 잘하려고 하죠. 따라서 첫 선택을 잘하는 것도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환자의 증상과 경과를 잘 물어보아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한약을 처방했으면 예후가 어떠했는지 피드백을 받아야 발전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물어보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이것만 잘 지키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피드백 받아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한 걸음씩 성장하는 거예요. 또 공부할수록 정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진료를 보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해요. 환자의 모든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으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어요.          



Outro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다양한 인터뷰와 강의를 통해서 상처 치료에 대한 저의 관점, 즉 ‘상처는 수술 없이도 재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세상에 전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와 같은 관점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이 공론화되어야 환자들이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줄어든다고 보거든요. 따라서 앞으로도 많은 환자들이 아프지 않은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할 수 있도록 제가 치료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먼저 피부 프랜차이즈인 생기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신 박치영 원장님이 계시는데, 진료를 열심히 하면서 실제로 성과도 내고 계세요. 원장님께 피부 질환 치료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여쭤봐도 좋을 것 같아요. 

  김진상 원장님은 상한론 강의로 유명하신 분인데, 바람직한 형태로 동네 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시거든요. 한의원에서 난치병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주는 증상을 일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거든요. 한의계 후배님들이 김진상 원장님과 같은 실력으로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산돌한의원 최가원 원장님이에요. 저와 페이스북으로 왕래가 있던 분인데 통증 치료 시스템을 잘 갖추고 계시고, 한의학에 대한 아이디어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조성준 원장님의 환자에 대한 책임감, 아프지 않게 치료해 드려야겠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임상 초반 외로운 시기를 버티면서 수많은 상처를 재생시킨 내공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한의계 후배라는 이유로 반갑게 맞아주시고, 맛있는 식사까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대만드 동물들이 원장님의 행보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        


대만드 동물들을 밝게 맞아주신 원장님, 감사합니다!




interviewer. 앵무새, 꽃사슴, 페럿, 유니콘

writer & editor.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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