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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Dec 14. 2023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장 손지형 한의사 (2탄)

국립재활원에서 임상과 연구, 정책을 아우르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국립재활원은 국내에 유일한 재활전문 국립중앙기관인데요. 2010년 12월에 한방진료과가 개설되었고, 현재에는 한방내과와 한방재활과 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여름, 대만드의 참새, 갈매기, 백조와 유니콘이 국립 재활원에 계신 손지형 과장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한방진료과 개설 초기부터 재활원에 근무해 오신 손지형 과장님의 열정 가득한 이야기, 2탄도 지금 만나 보시죠!


국립재활원에서 일한다는 것

Q. 국립재활원의 진료부는 운영 측면에서 일반 병원과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A. 운영 방식에 확실히 다른 면이 있죠. 국립재활원에는 아직 없지만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양방과 한방의 이야기를 취합하고 조율하는 협진 코디네이터가 있어요. 코디네이터는 따로 채용하지는 않고 양방과 한방 모두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간호사분들이 주로 하세요. 

  환자가 침치료를 받고 싶다고 주치의에게 알리면 주치의는 환자가 한방재활의학과 가이드라인에 맞는 케이스인지 살펴보고 협진 여부를 결정해요. 그러면 한의과에서 초진 기록지와 협진 기록지를 잘 살펴보고, 니즈에 맞춰서 어떤 치료를 진행할지 회신을 하고, 그다음부터 치료에 들어가게 돼요. 한의과 협진을 받은 환자들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환자들도 한의과에 오게 되죠. 한의 치료에 다소 거부감이 있던 의사들도 한의 치료가 안전하고 환자 만족도가 높고 안전하다는 걸 알게 되면 충돌 지점이 없어져서 저희에게 환자를 계속 보내주는 것 같습니다.


Q. 과에서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치료는 3개월 입원 환자를 기준으로 주 2회씩 총 16회, 주 2-3회씩 32회 정도 진행돼요. 요즘은 환자분들에게 호전도를 보여드리면 더 좋아하세요. 환자 상태를 평가할 때는 경락기능검사와 DITI 체열 진단기를 활용해요. 마비 환자는 MMT(Manual Muscle Test, 도수근력검사)로 근력의 정도를 평가하고, 경직 환자라면 MAS(Modified Ashworth Scale)를 써요. 

  최근에는 보행 분석기에도 관심이 가요. 우리는 근골격계 환자도 많으니까 잘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형외과 선생님들은 X-ray나 MRI를 찍으면 되는데, 우리는 정형외과 선생님들이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까지 보잖아요. 그런 미세한 부분까지 측정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Q. 과장님께서는 국립재활원에 한의과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근무를 시작하셨는데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어려움이 많았죠. 처음 재활원에 왔을 때 재활원 직원들이 한의학을 잘 모른다고 느꼈어요. 우리도 재활의학과를 잘 모르고요. 그래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자, 협진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시작했어요. 세미나는 1년에 한 번씩 외부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협진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해 협진 연구와 정책 등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협진 임상경로, 협진 데이터 관리 등을 주제로 진행하였고요. 또 재활연구소와 함께 연 7회 정도 콘퍼런스를 열고 있어요. 외부 인사들을 모셔서 자문도 구하고, 저희 기관에서 진행하는 것들도 보여 드리죠. 


Q. 지금의 협진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A. 처음 재활원에 왔을 때는 협진을 위한 기반이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루틴 시스템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보건대학원도 나오고, 연구에도 관심이 있으니 이에 관한 임상 연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양방 뇌졸중 파트 선생님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콘퍼런스를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주제를 바꿔가면서 콘퍼런스를 하다 보니 재활의학과 선생님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알게 되었어요. 불면증, 두통, 뇌졸중, 어깨 통증 등 여러 가지 주제들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환자도 많고, 접근성이 높았던 게 어깨 통증이었어요. 그래서 2013년도에 어깨통증을 주제로 세팅해서 임상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재활의학과 선생님들과 함께 환자를 모집해 연구하면서 하나의 통로(pathway)가 생겼고, 그 통로로 협진을 시작하게 된 거죠. 지금도 어깨 통증 환자가 제일 많아요. 

  또, 척수 손상 환자분들도 오시거든요. 제 메인 분야가 통증이니 척수 손상도 통증을 중심으로 연구를 했고, 새로운 Pathway를 만들어서 계속 데이터를 쌓아 나갔죠. 제 생각에는 그렇게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내고 데이터를 쌓아왔던 것이 초석이 되어서 협진이 원활해진 것 같아요. 처음 길을 트는 게 어렵지, 한번 트고 나면 루틴으로 계속 쓸 수 있거든요. 


Q. 협진 세미나를 진행해 오시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 세미나를 개최할 때, 협진을 많이 하고 있는 경희대, 동국대 재활학과와 한방병원 교수님 들이 오셔서 발표도 해주시고 코멘트도 많이 해주고 가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한 번은 심장내과 교수님 한 분이 경희대 침구과와 같이 내관혈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세미나에서 발표해 주셨는데, 저희도 그렇고 재활의학과 선생님들도 들으면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 자리를 한번 가지고 나면 분위기가 좋아져요. 한의학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면, 그 중요성을 알아본 분들이 프로젝트를 추천해 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원내에서 QI사업 중 하나로 뇌졸중 어깨통증 협진 임상경로를 개발했는데, 이것도 세미나를 통해 고위직 분들이 생각을 바꿔서 하게 되었죠. 


Q. 국립재활원에서 일하시면서 느끼시는 가장 보람된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아까 말씀드렸듯이, 국립재활원은 연구소와 병원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임상연구정책을 다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고 나름의 프라이드입니다. 또, 애인과 한의학은 서로 떼 놓을 수가 없거든요. 국립재활원에는 한의학으로 잘 치료할 수 있는 환자분들도 많이 계시고, 척수 손상처럼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환자분들도 계시죠. 

 힘든 점은, 아무래도 재활병원 안에서는 한의과가 마이너 과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죠. 가끔은 제가 메인이 될 수 있는 한방병원 같은 데서 근무를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요. 힘들다기보다는 가끔 위축이 될 때가 있어요. 또, 인력이 부족해요. 한의학분야에도 공공사업을 진행할 인력이 필요한데, 한의사가 더 근무한다면 사업 프로그램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공의료와 한의학

Q.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려면 어떤 자질이 중요할까요?

A. 저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움츠리고만 있으면 누가 꺼내 주지 않거든요. 계속 다른 기관에, 다른 과에 컨텍하고,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해요. 융통성 있고 무난한 성격도 중요하죠.

재활원에서는 연구 공고를 통해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연구를 진행하는데, 저는 한의학 연구 외에도 다른 연구에도 많이 참여했어요. 재활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장애인 삶의 질에 대한 척도를 개발하는 연구에 참여했는데, 저는 질적 연구 파트를 맡았습니다. 지방에 있는 장애인 분들의 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 실력을 키워 인정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저뿐만이 아니고 여기 계시는 과장님들이 모두 그런 식으로 인정받으신 분들이죠. 

 

Q. 공공의료에서 한의학이 가지는 강점과 약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전인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바라보고 치료할 수 있는 학문은 한의학밖에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양의학보다 환자에 밀접하고, 돌봄의 영역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는 점도 한의학의 강점이에요. 의사와 간호사의 일을 다 할 수 있는 거죠. 저는 간호학 서적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간호학 개념을 한의학 쪽으로 끌어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간호학 서적들을 보면 보살핌에 대해 학술적으로 잘 분류해 놓았던데, 한의학과 개념이 겹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공공의료에서 한의학이 가지는 약점은, 이러한 강점을 잘 포장하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홍보가 잘 안 되어 있다고 할까요. 한방 치료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는데, 진단과 평가에 대한 연구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워요. 변증 설문지 연구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조금 더 발전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깨 통증 환자 중 기허로 변증 된 환자는 예후가 더 안 좋으니 꼭 한약을 먹어야 나을 수 있어요. 이런 내용들이 데이터로 나오면 좋을 텐데 한방에는 이런 데이터들이 아직 없어요. 그래서 너무 아쉽죠.


Q. 다른 인터뷰에서 '공공의료에서 전문 진료 영역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신 내용을 읽었습니다방금 말씀하신 포장홍보가 이와 관련된 말씀일까요?

A. 조금 다른데요. 2, 3차 의료 영역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어요. 한의학이 너무 1차 의료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암 환자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분들에게도 한의학이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개입 시기가 너무 늦어요. 병이 만성으로 진행된 후에 치료에 개입하게 되면 너무 후유증이 크거든요. 통증도 초기에 개입하는 것이 훨씬 좋아요. 

급성기 환자에 대한 한의 치료 개입 시기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진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관련 연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연구가 부족하니까 답답하죠. 아까 말한 진단, 평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요. 1차 의료에서 한의학이 강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데, 조금 더 발전하려면 데이터를 더 축적해서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을 더 만들어 나가야 해요. 부산대학교 김건형 교수가 흉부외상환자의 통증에 대한 협진치료에 대한 연구를 외상센터와 함께 진행하였는데 이러한 연구들이 이어서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공공의료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활동이 있나요?

A. 통계역학을 꼭 배우십시오. 그리고 보건대학원 가는 것을 정말 추천드려요. 보건대학원을 나오신 분들은 시야가 더 넓고, 다른 것 같아요. 지금 정책 쪽 연구하시는 분들이나 예방의학 교수님들도 보건대학원 많이 나오셨거든요.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커져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Q. 인생 그래프를 만일 그리신다면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어디신지 또 포기할 뻔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제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딸을 낳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또, 가장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딸을 키우면서 박사과정을 할 때예요. 그 당시에 제가 재활원에 적응할 때라서 남편이 아이를 많이 돌보았는데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는 바람에 너무 힘들어서 남편이 병이 나서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다행히 부모님 댁에서 아이를 맡아 주셔서 한숨 돌리긴 했는데 참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박사 공동 지도 교수님이셨던 임사비나 교수님께서 아무 말씀도 없이 저를 안아 주시더라고요. 힘내라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을 했네요. 


Q. 10년 후의 과장님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제가 공무원이라 정년이 60이에요. 연금이 65세부터 나오는데 60살부터는 뭐 먹고살지 이 생각을 많이 해요. (웃음) 저는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 관심이 많으니까 가능하다면 연구원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그런 연구를 계속하고 싶네요. 


Q. 과장님께서 지금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제가 지금 하는 일이 한의계를 크게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요즘은 근거를 중요시하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국립 기관에서 신뢰도 있는 데이터를 많이 쌓는 일인 것 같아요. 민간 기관의 데이터와 국립 기관의 데이터는 공신력에서 차이가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데이터를 잘 모아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대만드가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들을 추천해 주세요!

A. 우선 제 동기 박민정 교수를 추천하고 싶어요.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혁신팀 단장을 맡아서 한의계의 연구들을 총괄하며 보건복지부와도 소통을 많이 하신 분이에요. 지금은 디지털대학교 보건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저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경희대에서 한의학박사 학위를 마쳤는데, 이분은 서울대에 남아서 보건 경영 쪽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두 번째는 자생한방병원 연구소의 하인혁 소장님. 그분도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 출신이에요. 제가 국립 기관에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면 그분은 민간 병원에서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손지형 과장님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무척 인상 깊었던 인터뷰였습니다. 과장님의 따뜻한 활력을 몸소 느끼며, 재활원과 참 잘 어울리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국립재활원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시고, 많은 질문에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해주신 손지형 과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참새, 갈매기, 백조, 유니콘

Editor.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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