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교육의 기준을 세우다
1편에서 조학준 학장님께서 한의학 교육 분야에 관여하시게 된 계기, 모두 재밌게 들으셨나요?
2편에서는 학장님께서 보다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해오신 노력들이 소개됩니다. 모두 함께하시죠!
세명대 한의과대학 원전의사학교실
Q: 다음으로는 학장님께서 원전의사학교실 주임 교수로서 하시고 계신 일들에 대한 질문들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학장님께서 강의에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이나 평가 방법을 많이 사용하시는데, 이러한 도구들을 도입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학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도구들의 효과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한의대 교수들에게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도입하라고 요구한 것은 10여 년도 더 되었을 거예요. 한평원을 떠나서 각 대학마다 교수들한테 요구하는 것 중에 하나가 평가 방법 또는 교수 방법을 다양화하라는 것이고요. 직접적인 계기는 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생활하는 것을 지켜본 게 큽니다.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우리 때 수업하고 많이 다르더라고요. 과거에는 학교에서 수업 듣고, 보충 수업하고, 문제 풀고, 시험 보면 학교 생활이 끝나는 것이었어요. 요즘은 평가도 시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별 발표도 많이 하고 수행평가도 한다고 하죠. 어떨 때는 50분 수업을 강의 25분과 조별 활동 25분으로 진행하기도 한다는 말을 듣고 대학 강의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교육, 평가 방법에 익숙하던 학생들이 대학 강의도 비슷할 줄 알고 왔다가 대학 강의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대학 강의도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경험했던 것과 비슷하게 바꾸면서 내가 목표하는 바와도 맞춰보자는 생각을 했죠.
제일 먼저 시도했던 것 중에 하나가 성찰일지 쓰기입니다. 성찰일지는 주로 의과대학에서 많이 써요. 의대 학생들은 매일 수업을 듣고 나면 자신이 공부를 얼마만큼 잘했는지 못했는지, 강의를 잘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반성문을 늘 써요. 거의 하루에 한두 개씩 쓰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을 포트폴리오 평가에도 활용합니다. 다만 우리 학교 학생들하고는 잘 맞지 않아서 지금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다음으로는 Flipped Learning도 시도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동영상 수업을 안 듣고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퀴즈입니다. 여전히 썩 좋지만은 않아서 강의 때 잔소리를 하면서 감정이 상하면 이게 뭐 하는 것인지, 차라리 강의만 하는 게 나을지 싶기도 했어요.
PBL도 진행했는데, 발표 수업을 한 학기 내내 쭉 하니까 열심히 하던 학생 한 명이 나중에 묻더라고요. “교수님, 강의는 언제 하실 거예요?” (웃음) 학생들에게 발표 수업을 시키면 강의의 질이 보장되기 어려운 게 맞습니다. PBL을 하다 보면 논의할 문제를 주고 그에 대한 가설을 주고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들을 1년 동안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저도 PBL을 구조화하기가 어려운데 학생들이야 더 힘들겠죠. 그렇지만 이것도 정착이 되면 선배들이 해온 방식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을 알게 되니까 나아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부분은 퀴즈인데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습니다. 코로나 직전에는 수업을 어느 정도하고 바로 그 강의 시간에 퀴즈를 풀게 시켰어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집중해서 듣지 않을 수가 없죠. (웃음) 지금은 퀴즈는 강의가 끝난 다음 당일 내로 제출하면 됩니다. 코로나 때 CPX 역할극까지 도입을 해서 코로나가 거의 끝날 즈음에 지금 내가 하는 강의 형태가 완성이 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른 과목에 비해서 활동이 많다 보니까 평가도 많아요. 평가 중에 퀴즈는 원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지금은 수업 이외에 하니까, 매주 Flip 영상을 찍게 하죠. 처음에는 플립도 매일 수업 있을 때마다 찍으라고 하다가 지금은 매주 한 번만 찍게 합니다. 사실 한의대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 중에 하나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한의계 이슈 같은 것들을 함께 얘기해 볼 기회가 없다는 점이죠. 얘기해 볼 기회는 보통 술자리 밖에 없는데, 술자리에서 보통은 험담으로 시작하죠? (웃음) 그렇게 시작해서 끝은 ‘우리가 한의대에 잘 왔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식으로 끝나곤 합니다. 지금도 그렇죠? 우리 때도 똑같았습니다. (웃음) 결과적으로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학교에서 해결이 안 되는 점들이 많습니다. 그런 불만들을 해소할 방법도 많지 않으니 Flip 영상의 형태를 빌려 논의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Flip 영상 과제는 학생들도 귀찮고 저도 그럴 때가 많지만 굳이 끌고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함입니다.
처음에는 영상 내용에 비판도 섞게 할까 했다가 지금은 좋은 점, 인상 깊었던 점 위주로 찍게 해요.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실습 과목이라면 많을 테지만 기초 과목은 그럴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코로나 때는 영상에 대한 피드백도 해줬지만, 지금은 피드백은 가능하면 자제하고 수업 시간에 언급할 때도 잘한 점을 언급합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은 게 있으면 개인적으로 DM을 하는 식의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Flip 영상이 한의학에 관련된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이나 이슈 같은 것들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원전 강의시간에 하는 CPX 같은 경우는 원전 강의가 임상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점을 느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한의대를 다니던 시절에는 동의보감이나 의학입문, 아니면 만병회춘 같은 의서들을 읽고 실제로 임상에 활용을 많이 했어요. 저희 세대는 많이 했고 그전 세대는 더 많이 했고요. 그분들 같은 경우에는 원전을 원서가 아닌 번역본을 읽더라도 그것이 본인이 진단하고 처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셔서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학생들에게도 한의사가 되어서 원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그 끝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은 원전 강의를 할 때 중간 과정까지만 하고 마치는데 그 끝은 이렇고, 그 뒤로도 이러한 여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차원에서 CPX를 계속하고 있어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 과목이지만 한의과대학에서 6년 동안 겪을 수 있는 내용들을 압축해서 조망할 수 있는 과목으로 의도를 하고 있습니다.
Q: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보면 Flip 영상 활동이 반성의 성격이 없을 뿐 성찰일지와 유사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성찰일지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매주 영상을 찍어 올리는 걸 귀찮아하기도 하였지만, 요즘에는 자신을 표현하려 하거나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도 많더군요. 기존 성찰일지는 교수와 일대일로 교류했다면, 지금 사용 중인 방식은 다대다 형식으로 학생들 간의 피드백도 진행될 수 있어요.
Q. 세명대 한의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원전학 강의 시간에 CPX를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세명대 원전의사학 교실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CPX를 진행하는지 소개하여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CPX에 관심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게 된 것은 임상술기센터를 설계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설계할 당시에는 CPX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의대의 CPX 설계 과정에 대한 안내 책자를 읽으며 공부했죠. 그 후에 3년간 학생들과 세명대 한의과대학 진단학교실의 조나영 교수님과 함께 증례 개발을 하고 20여 개의 시나리오를 제작했어요. 일반적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까지 제작하지만, 부담을 줄여주고자 교수가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전 과목의 경우 <내경>을 교재로 하면 특정한 임상표현 위주로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통 교재로는 쓰이지 않는 <경악전서>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세명대학교에서는 한의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주된 증상들인 내상발열, 두통, 소화불량, 요통 등을 큰 주제로 삼아, <내경>과 <경악전서>에서 기술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방법과 그 외의 다른 견해들까지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경악전서 주제별 강의 완료 후 해당 주제 관련 CPX 시나리오에 따라 학생들이 역할극을 수행하면 CPX가 그렇게 구성된 이유를 차차 알게 돼요.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아무것도 모른 채 외우려 들지만, 2학기쯤 되면 어째서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고 어떤 걸 요구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되죠.
표준화환자 CPX와 역할극(CPX 시나리오 이용)을 원전 강의에 처음 도입할 때는 학생들이 잘 따르지 않을까 봐 걱정이 있었지만, 처음 경험했던 학번 학생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유익하다고 입소문도 많이 내주어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의대에서는 역할극을 임상술기실이 아니라 강의실에서 조별 발표처럼 진행하고 있지만, 세명대학교 한의학과는 ‘임상술기센터에서 CPX 형태로 진행하도록 해보자’라는 의도로 임상술기센터를 활용한 방법을 기획했어요.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줌(ZOOM)으로 진행했지만 지금은 임상술기센터에서 연간 4회 진행하고 있죠.
이런 교육 방향과 방법을 반영해서 올해 증례를 담은 <내경> 공통교재가 출간됩니다. 학생들이 역할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현대의학적 신체 진찰 방법 및 의료 면담 방법이 포함된 CPX 시나리오가 별도로 제공될 것이에요.
Q. 세명대 원전의사학 교실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나 활동을 한 가지 말씀하여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사실 원전의사학은 이론 과목이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CPX 역할극을 하는 학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또 온라인으로 학생들끼리 수업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하는 학교도 잘 없을 것 같아요. 이러한 진행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피드백받기가 수월해서 수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개 학생들 의견은 강의평가 시에 전달되는데, 사실 강의가 다 끝나고 나서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늦거든요.
한평원과 교육과정 개정
Q. 다음으로는 한의대의 교육과정 개정 및 평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의대의 교육과정 평가는 KAS 2022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는데, KAS 2022의 제정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설명하려면 좀 복잡하긴 하지만, 사실 KAS 2022 도입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어요. 두 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하나가 임상 실습 시간을 굉장히 크게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 교육 방식이었죠. 과거에는 교수가 강의하면 학생이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학생이 학습을 하고 교수가 그 학습을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진료나 연구 등의 이유로 바쁜 임상교수들은 1500시간에 달하는 임상실습을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시간만 늘면 교육의 질이 하락할 우려도 있고요. 이러한 이슈들이 있었기에 KAS 2022를 제정하는 데에 평소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죠.
Q. 학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과정, 혹은 한의사로서의 역량 모델 등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의과대학의 교육학 논문을 많이 읽어보았지만, 교육과정 개편 전후로 얼마나 개선점이 있었는지 분석한 국내 논문은 잘 찾기 어려웠어요. 개편 전에 기록을 해둔 게 없으니 개편을 하더라도 비교하기가 어려운 거죠.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선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인데, 그 후로 큰 틀은 바뀌지 않았어요. 저는 현실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세분화되어 있는 교과목들을 통합해서 가르치는 방식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마냥 장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의사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목표는 필요하겠지만, 방법론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콘텐츠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좋은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르치는 원전의 경우에도 너무 오래된 것을 전부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현대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에 실제로 활용하기 좋은 것을 정리해서 가르치는 게 필요하거든요. 이러한 콘텐츠를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서 꼭 모든 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교수님들이 각자의 수업에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거든요.
Q. 한평원의 구성원으로서, 학장님께서는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있어서 바람직한 학생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학생의 바람직한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학생은 학생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교수는 교수 나름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뿐이죠. 학생의 역할을 교수가 지정하기보다는, 그러한 각자의 이야기를 잘 조율하는 게 필요해요. 큰 방향성이나 목적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디테일한 면에서 의견이 갈려 합의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과 교수 모두 득이나 실만 있지는 않은 경우가 많은데, 각자 입장만 생각하기보다는 목표를 다시 생각해서 힘을 합치는 게 각 구성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실 교육과정 개정에 있어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관심도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A. 사실 교육을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나 교육을 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나 무언가를 바꾼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모두 싫어해요.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의 학생들이 있는데, 바꿔야 되는 부분이 있다는 목표의식을 지닌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 하는 대로 유지하는 것도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사실은 학생들은 임상가나 교수자가 아닌 학생 입장에서 제한된 정보를 통해 판단하다 보니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죠. 학교마다 교육과정에 비판적인 학생들이 많을 수도 있고, 현행 유지를 지지하거나 관심이 적은 학생들이 많을 수도 있어요. 세명대 학생들의 경우 크게 의견을 내기보다는 개편 과정을 따라가는 게 좋겠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러나 관심이 적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우려되지는 않아요. 변화의 필요성을 학교 안에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외부에서 변화를 가하는 한평원 같은 기관이 있는 거죠. 그러한 기관을 신뢰하고 잘 협조하여 진행된다면, 관심도나 참여도가 낮다고 해서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높은 관심 속에서 개편한다고 해서 꼭 교육의 질이 높아지기만 하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Outro. 대만드 공통 질문
Q. 이제 마지막으로 저희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드리는 대만드 공통 질문들입니다. 학장님의 인생 그래프의 가장 뿌듯했던 Up & 포기하고 싶었던 Down 순간은 언제였고, 그때의 극복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삶에 큰 굴곡이 없었기에 다른 분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 좋았으나, 한의사로서 유별나게 잘하는 것은 없었기에 아주 뿌듯한 일도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또 아직 무언가 그렇게 포기할 만한 것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결을 해 나갔던 것 같아요. 다만 주변에서 제가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따금 지쳐서 쉬고 싶을 때가 있긴 합니다.
Q. 다음으로 학부생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요즘 학생들은 정말 하고 싶은 걸 모두 하면서 살고 있으니,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공부를 꼭 잘하지는 않더라도, 진급에 문제 되지 않을 정도는 해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 학생과 교수 서로의 입장이 난처해지니까요.
Q. 앞으로 학장님의 목표는 무엇이며, 학장님께서 꿈꾸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A. 저는 목표나 꿈꾸는 세상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본래 한의사가 아닌 교육자를 목표로 공부했었거든요. 교수 생활을 하다 보니 제가 교육을 잘하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학생들도 변하고 시대적 흐름도 변하다 보니 그것을 잘 쫓아가야 한다는 것을 좀 늦게 깨달았어요. 한의과대학 학장으로서의 목표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 한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어요. 또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상 필요한 것들을 적절한 시기에 알려주고, 교수의 사소한 말이 학생들에게 크게 다가갈 수 있으니 그러한 것들을 잘 전달해 주는 교육자가 되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분이 있을까요?
A. (주) 7일에서 교육학습팀장을 맡고 있는 원광대 홍지성 교수님을 추천해요. 미국에서 교수설계자로 근무하셨고, 학교에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고 계시거든요. 그분도 들려주실 이야기가 많으실 것 같아요.
학장님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피우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생각났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한의사가 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시는 학장님의 의지를 느끼는 동시에, 인터뷰에 참여한 동물들 역시 한낱 양동이에 그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한의대 학생들이 더더욱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기를 희망하며, 학장님께서 계획하시는 사업들이 모두 좋은 결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Interviewer. 유니콘, 낙타
Writer & Editor. 유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