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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r 28. 2024

한의약 건강보험 전문가, 김동수 교수님 인터뷰

#보건정책 #연구 #교육

한의약 건강보험(보장성)이 왜 강화되어야 하는지, 관련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한 적 있으셨나요? 저, 대만드 갈매기는 김동수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김동수 교수님의 이야기를 지금, 대신 전해드립니다!

[약력]
-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조교수(2020-현재)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2012-2020)
-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연구원(2009-2012)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

[활동]
- 현)대한예방한의학회 총무이사
- 현)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
- 현)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


들어가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를 98년도에 입학했고, 2005년도에 졸업했어요. 중간에 학생회장을 하고 나서 1년 휴학했죠. 졸업 후에는 진로고민을 하면서 임상을 조금 하다가, 아는 분이 한의사협회 내 정책연구원에서 일을 좀 해보지 않겠느냐는 추천을 하셔서 이 기회로 2009년부터 정책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연구를 하다 보니 보건대학원을 가게 되었고 2012년 보건대학원 학위를 시작하던 때에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당시) 연구정책팀에 들어가서 8년 정도 있었습니다. 2020년부터는 동신대학교에서 예방의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Q. 연구원에 계시다가 교수가 되셨는데, 요즘의 일주일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한 주에 10시간 정도 수업이 있어서 월요일, 화요일은 오전 오후 다, 수요일은 한 과목 정도 수업이 있어요. 그리고 회의가 많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줌(zoom) 회의가 많아져서 거리의 문제가 없어졌어요. 미국에 있는 분들과도 계속 회의를 합니다. 나머지는 연구하고 공부하는 거죠. 연구원에 있을 때보다 바쁜 걸로는 더 바쁜 것 같아요(웃음).


학부 시절


Q. 학부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고, 어떠한 한의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솔직하게 얘기하면,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안 했어요. 학생회 활동은 열심히 했고, 그래서 교수가 된다고 했을 때나 박사 학위 한다고 했을 때도 동기들이 ‘네가 무슨 공부냐’고 다 그랬어요(웃음).


Q. 동아리 활동은 어떤 걸 하셨었나요?


동아리는 ‘어울패’(풍물패)를 했었죠. 잘하지는 못했는데 사람들이 좋으니까, 선배들이나 후배들이랑 놀러 다니고 그랬어요. 진로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아서 ‘어떤 한의사가 되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보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의원에 부원장으로 들어가서 지내다 보면 ‘언젠가 개원해서 적당히 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죠. 그러던 중 협회에 있던 선배가 ‘와서 일 좀 해봐라.’ 그러니까 ‘거기서 일해볼까?’ 생각을 했던 거지,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운명처럼 그렇게 된 거죠.


연구자로서


Q. 임상이 아닌 연구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신 때는 언제였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부원장을 그만둔 뒤) 정책연구원에서 조직 생활을 처음 하는 거니까 어려운 것도 있고 긴장되는 것도 있었는데, 챙겨주기도 많이 챙겨주셨어요. 아는 선배들도 있었고, 젊은 한의사가 들어오니까 기특하다고 챙겨주기도 하고. 정책연구원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퇴직하고 오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한의원에만 있다가 제도권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는 오히려 시간도 비교적 여유롭고 공부도 좀 해보면서 일에 너무 치이지 않았던 게 좋은 기억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보건대학원을 갔어요. 되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현실적인, 현장을 다루는 논문에 대해, 죽어있는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이론으로 얘기해 주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경제학이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런 이론이 있다, 그런데 누구는 어떤 그래프를 이렇게 그리지 않고 이런 식으로 그린다.‘ 하면서 어떤 논란이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들으니까 재밌더라고요. 시험 때는 고통스럽지만, 이때 처음으로 공부의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연구라기보다는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궁금한 점, 내가 평소에 가졌던 의문들에 대해 고민하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간 연세대 보건대학원은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오후 4시에 갈 수 있어요. 조금 여유가 있죠. 아주 괴롭지는 않아요. 물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시험 기간과 논문 쓸 때만 괴로웠고 나머지는 재밌었어요. 동기들하고도 친하게 지냈고, 공부도 재밌고 과제도 재밌었어요. 그러면서 학위를 하고, 또 계속 이어가게 됐던 거죠.


Q.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 공부를 하신 이후 박사 과정을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밟으셨는데, 이러한 진학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한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무엇을 공부하셨나요?


한의계에서 보건의료관리를 전공하신 분이 부산대 임병묵 교수님 외에 없죠. 보건대학원을 나온 뒤에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박사과정을 (전업학생으로) 하기가 쉽지 않기도 했어요. 임병묵 교수님과는 일도 많이 같이 하면서 알고 있었고, 사람이 되게 좋으시고, 교실도 좋다고 생각해서 부산대에 가게 됐죠. 교수님이 우리나라 한의건강보험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아시고요. 당시에 질병군별 포괄수가제(DRG), 환자분류체계(patients clasification systems, PCS) 연구를 교수님이 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저도 환자군 분류 연구를 했고, 보험 연구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Q. 지금까지 어떠한 연구를 해오셨나요?


연구 분야를 어떻게 보면 너무 다방면으로 많이 하고 있는데, 보통 정책 방안을 만드는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는 3개 정도로, 오랫동안 해온 보험 쪽, 그리고 최근에는 의료 이용과 일차의료에 관심이 있어요. 

누가 한의학 의료 이용을 하는지는 보험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보험으로 보장하는 거니까, 의료 이용 현황을 통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거든요. 또 의료 이용은 의료사회학의 한 분야예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아프면 의료를 이용하겠지만, (실제로는) 아프지 않아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아프지만 이용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경우가 있죠. (이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모델이 있고, 보완대체의학(CAM) 분야에도 의료 이용 연구들이 많아요. 이런 복합적인 측면들을 다루는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의약진흥원에서 2년에 한 번씩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를 하는데, 그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매년 같이 내고 있어요. 10년 이상 한의학 의료 이용 실태조사를 하는 곳이 전 세계적으로 없습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가장 앞서 있는, 뛰어난 조사여서 이 조사를 좀 더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죠. (관련) 팀과 협업도 많이 하고, 계속 같이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차의료의 시대입니다. 사실 한의계가 준비가 많이 늦었어요. 일차의료 관련해서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반해 기간이 부족하죠. 의료의 사회화(socialization)라는 개념이 있는데, 생의학의 경우에는 사회화를 넘어서 사회를 의료화(medicalization)하고 있잖아요. 미국은 더 심해서 영양제를 안 먹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저는 한의학이 일차의료에서 밀리게 되면 사회화되지(socialized) 못한 채로 여러 가지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차의료를 놓치면 미래에는 특정 부분만 특화된 형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골든타임이 3년이라고 봅니다. 2026년에는 본 사업에 들어가야 해서 많이 준비하고 성장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연구를 했는데, 한의학연구원에 있을 때 고려의학에 대한 보고서를 썼고 연결 지어서 연구도 많이 했고,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도 하고 있어요.


Q. 교수님께서 보건학의 여러 세부 분과 중 지불제도, 건강보험을 공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수가제를 공부한 목적이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지불제도(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협회 정책연구원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되기도 했고, 또 우연히 대만 정부에서 아시아의 보완대체의학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에 갔었어요. 대만은 우리나라와 건강보험제도가 아주 유사합니다. 우리나라는 1987년도에 일본 건강보험을 참고해서 건강보험을 만들었어요. 대만은 1995년도에 한국 건강보험을 참고해서 건강보험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만에서는 2000년부터 건강보험 총액계약제를 했어요. (건강보험 총액계약제란) 예산안을 만들 때 예를 들어 한의학은 내년에 2조 5천억 원만 쓰라고 계약을 하는 겁니다.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내에서 한국도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반대가 많아서 되지는 않았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관련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공부도 하게 됐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오신 건강보험 관련 연구 중 하나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17년도에 독일이랑 스위스 출장을 가서 어떻게 한의학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한 가지 답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보게 되었어요.

2000년대 초반 독일에서는 PEP(Evaluation of patient care)라는 큰 프로젝트가 생겼어요. 건강보험에 대한 대대적이고 실용적인(pragmatic) 평가를 해서 세 개의 질환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으니 건강보험에 넣어주자고 결정이 됐던 프로젝트였어서 임상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정책 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유명한 사례입니다. 반면 스위스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 취리히 대학에 Witt(Claudia Witt) 교수님이라고 유명한 교수님이 계십니다. Witt 교수님을 만나러 가면서 스위스의 보완대체요법사를 인터뷰하고 자료도 구해서 연구하는데, 독특한 사례인 거예요.


스위스 출장에서의 김동수 교수님(오른쪽), Claudia Witt 교수님(중간), 임병묵 교수님(왼쪽) 사진입니다.


 한의학을 건강보험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착각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근거를 요구하거든요. 그런데 ‘한의학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못 들어가는가? 반드시 그런가?’하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근거 수준에 따라 딱 자르지 않는 면들이 많아요.

스위스에서는 2000년대 중반에 6개의 보완대체요법에 대해 의료기술평가(HTA)를 해서 건강보험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하자고 했고, (그 결과) 근거가 없다고 해서 건강보험에서 퇴출되었어요. 그랬더니 보완대체요법을 하는 의사(MD)들과 보완대체요법사들이 수긍 못한다,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해서 국민투표로 가자고 했어요. 스위스는 전 국민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국민투표가 있죠. 국민투표 결과 66%가 보완대체요법이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것을 찬성했어요. 그래서 HTA 결과로 퇴출된 걸 다시 뒤집어요. 스위스라는 자유주의적이고 보수적인 나라가 국민투표를 통해서 6개 보완대체의학을 건강보험에 넣어줬다는 정치적인 결정으로 건강보험(급여 여부)을 결정하는 측면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녹아들어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7년도에 이 사례에 대한 논문을 고민을 많이 녹여서 써냈죠(김동수, 임병묵, 박인효 and 이윤재. (2017). 스위스에서의 국민투표에 의한 보완의학 건강보험 급여화 사례 연구.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1(3), 29-42.

).


Q. 한의 건강보험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사례도 궁금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국민참여위원회’라는 게 있어요. 패널로 마련된 국민들의 토론, 투표 결과를 정책의 근거 중 하나로 삼는 제도여서, 몇 개월마다 한 번씩 주제를 바꿔가면서 얘기를 나눠요. 그때 첩약에 대한 주제가 올라간 거예요. 연령, 성별, 지역 등을 안배해서 패널을 모집한 다음에, 관련 전문가가 첩약 건강보험에 대한 발표를 합니다. 그다음 투표를 한번 하고 서울대 오주환 교수님을 위원장으로 난상 토론을 했어요.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는데 토론을 하면서 그 결과가 뒤집어집니다.

저는 그 토론 자체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첩약을 안 먹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1년에 첩약을 먹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5%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1년에 하루치라도 먹으면 입장이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먹지 않는데 왜 급여화를 해야 하느냐,’ 이게 가장 주요한 반대의견입니다.

그런데 이걸 뒤집은 논리가 뭐냐면, ‘그렇지만 한의학을 우리가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거예요.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양)의학 의약품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면 국민들이 한의학을 선택할 권리가 사라진다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쓰지 않더라도 나중에 또 쓸 수 있으니까, 또는 쓰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공정한 선택을 위해서 (첩약 급여화를) 해줄 필요가 있지 않냐고 하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예요.

의사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에 대한 프로세스를 결정해서 주고, 국가가 과학적 근거에 맞는지를 결정하고 근거가 있는 것 위주로 보험에 포함시킨다고 보죠. 그런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권리가 한의학의 건강보험 보장성에 굉장히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자 중심 의료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저는 한의학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면 임상 연구도 당연히 중요한데 또 한편으로는 환자와의 연계와 관련한 부분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의학연구원에서

Q. 2012년도부터 9년 간 한의학연구원에 재직하셨는데, 한의학연구원과 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에서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한의학연구원은 대전에 있고요. 이런 연구원을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출연금을 연구원 대과제라는 이름으로 배정을 해줘요. 한의학연구원과 한국한의학진흥원, 이 2개 기관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가 돼서 공공기관입니다.

대한한의사협회의 한의학정책연구원은 한의계 전체에서 현안을 가장 잘 압니다. 외부에서는 받아보기 쉽지 않은 내부 자료를 바로 받아볼 수 있죠. 현안을 생생하게 알 수 있어서, 젊을 때에는 저처럼 협회 정책연구원에 한번 있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거나 즐거웠던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미로는 남북 연구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남북한 의료제도 관련 보고서가 1998년도에 한 권 있었고(남북한 의료(醫療)제도의 통합 및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그 이후로 하나도 없다가 제가 2019년도인가 보고서를 만들게 되면서 기존의 연구들을 집약해 보면서 쓰다 보니 재밌었어요. 재밌는 연구가 많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스위스 연구는 앞으로도 (제가) 가져가야 하는, 해결해야 될 몫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어떤 사람에게 한의학연구원을 추천하시나요?


한의계가 과거보다 나름대로 성장해서, 시스템을 가지고 움직이는 조직이 되었거든요. 이런 조직에 천재가 나오면 물론 좋지만, 천재 없이도 돌아가야 하는 시스템인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이 굴러가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의계에는 그런 사람이 부족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학생들에게도 항상 그런 얘기 많이 합니다. 너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적당하게, 평범하게 사는 삶도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공공기관에 한의사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요. 언론을 보면 대단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분들도 훌륭하지만 평범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필요해요. 그러기에 한의학연구원 시스템이 괜찮습니다. 복지시스템도 훌륭해요. 조용히 평범하게 직장 생활하실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Q. 연구원에 오래 계시다가 2020년부터 동신대학교에서 예방한의학 담당 교수로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하고 싶으신가요?


저 같은 케이스가 별로 없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했지, 학교에 있어본 적이 없으니까 학교 생활을 잘 몰라요. (교수로서) 학교에 처음 가보니 되게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요. 직장이라면 사실 동등한 위치에 있을 나이대의 학생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너무 딱딱하게 대한다는 얘기도 들었었습니다. 교수라는 직책을 맡은 지가 이제 3년밖에 안 됐거든요. 지금도 학생들을 어떻게 잘 대해야 될까 고민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방의학은 크게 역학, (의료) 관리, 산업의학, 환경의학의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어요. 역학이라는 큰 뿌리에서 파생되는 학문이긴 한데 분야가 많이 다르죠. 목적도 다 다르고. 저 같은 경우에는 의료관리를 공부했고 지금도 의료관리 연구를 하고 있죠. 예방의학의 나머지 분야도 다 가르쳐 주고 있지만, 의료관리의 측면에 한정해서 얘기하면 살아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따끈따끈하게 정책들이 나오거나 현황, 지침이 나오면 바로 알려주려고 합니다. 보건대학원 다니면서 느꼈던 부분이 많았고, 지금 (나오는) 현황에 대해 좀 고민해 보고, 여러 논란에 대해 이해도 해보면 좋겠어요. 책에 있는 이론을 쉽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현재 이루어지는 정책들에 대해 좀 알려주려고 하고 있죠.


Q. 보건학을 공부하는 한의사들은 계속 있어 왔지만, 한의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는 한의사는 드물다고 느껴집니다. 교수님께서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런 고민을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사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죠. 또 사람마다 다 각자의 사정도 있을 거고, 그렇긴 한데 (제가 생각하기에) 일단 진로가 좀 애매한 측면이 있어요. 그거는 사실 선배들이 잘못한 거죠. 정책 연구라고 하는 분야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정책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기초 연구를 하는 연구실이 존재해야 돼요. 어딘가 한 군데는 존재해야 하는데 그걸 선배들이 구축하지 못했다. 기초 연구가 가능한 시스템, 직업으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야 하는데 (당면한) 현안에만 집중하고 있죠.

두 번째는 보건대학원에 가는 것 자체가 좀 독특한 길을 가는 거잖아요. 진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는 거니까, 자기가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게 여의치 않을 때 멈추는 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직장에서 (대학원에) 가라고 하니까 간 케이스여서 상황이 조금 달랐던 거죠. 하고 싶었던 것과 조금 다르더라도,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공공기관에 들어가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조언이나 바람 같은 거지만, 건강증진개발원에 한의사가 없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도 예전에는 많았는데 이제는 잘 안 들어가고 얼마 전에 한 분이 들어가셨으니까요.


Q. '한의약' 보건의료정책 연구가 가지는 특징(장점) 및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려운 점이 별로 없어요. 연구만 보자면 할 만한 분야도 많고 연구를 시작하면 바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대만을 다녀온 다음에 대만 건강보험에 대한 논문도 쓰고 발표도 하고 그랬어요. 대만을 연구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젊은 나이인 한 30대 중반 정도에도 발표도 하고 그런 거죠. 한의계에는 이와 같이 할 만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분야들이 굉장히 많아요. 너무너무 많습니다. 저도 하고 싶은 연구들이 많아요.

단점은 큰 연구를 하기 어려워요. 대규모, 대과제 연구를 할 수가 없어요. 연구 자체를 좋아하는, 의학과 인문학이나 사회학, 접근성이나 경제…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논문을 쓰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도 바라보는구나,’ 이런 것들을 보고 느끼고 할 때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정책 연구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보건의료정책 연구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일단 정책은 누가 만드냐, 정책은 연구자가 만드는 게 아닙니다. 정책은 복지부 관료, 국회의원, 가깝게는 협회 이런 사람들이 이제 정책을 만드는 거예요. 만약 정책을 입안해 보고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시면 대체로 복지부에 2년마다 한 번씩 뽑는 사무관을 지원하는 코스로 가요. 그 코스를 하기 위해 보건학 석사 정도 하는 거는 괜찮습니다.

연구자는 보건 정책이라고도 부르고 의료 관리라고도 하는, 그 정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백데이터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보건의료정책에서 가장 주가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보험이에요. 일차의료까지 포함한다면, 보장성이라고 해서 일차의료와 보험까지 포함하는 보장성 정책이 가장 큰 분야일 거예요. 보험은 경제학에 기반을 둔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접근성이라고 하는 것은 각 사람의 특성에 따라서 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이제 보다 보니까 의료 사회학의 베이스가 또 깔려 있는 거예요. 그런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본인의 어떤 고민이 있어야 됩니다. 일단 지적인 호기심, 사회학이나 인문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하며


Q. 앞으로 교수님의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단기 목표는 일차의료학회가 빨리 나와야 됩니다. 한의계 내에서 일차의료 학회가 나와서 같이 논의도 하고 서로 노하우도 공유하고 교육도 하는 모임이 빨리 만들어져야 해요. 작년에 한의약진흥원에서 장애인 대상 일차의료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그때부터 일차의료가 뭔지, 배워가는 중이에요. 올해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과 함께하는 일차보건의료학회 이사로 들어가면서 거기서 이제 하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의과랑 간호학 분야에서 일차의료가 자리 잡는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어서 한의계가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죠.

장기 목표는 사실 꿈이 있어요. 꿈이 없었는데 최근에 생긴 게 (무엇이냐면), 서울대 김창엽 교수님이 건강보장의 이론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건강 보장에 대한 부분을 다룬 한 권의 거대한 논문 같은 책인데, (저자) 자신의 입장과 주장이 완전히 스며들어 있어서 그 책을 한 세 번 정도 읽었죠. 그걸 읽고 나서 한의 건강보험, 보장의 이론이라는 책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교수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죠. 그래서 정책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세상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꾸는 거고 정책 연구, 보건학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뭔지, 이걸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희열을 주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라면 그 공부를 해 나가면 되는 겁니다. 그 공부를 해나가면서 공부를 업과 어떻게 연결을 시킬지를 고민해 보면 충분히 그 길은 있습니다. 그 길은 있는데 그 업이 나를 괴롭게 할 것 같아서 고민을 할 수 있지만 그거는 이 세상에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의계에 ‘덕후’가 많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Q. 대만드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저희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보건복지부 사무관 공채로 들어가신 박지민 사무관님 또는 식약처 한약정책과 고호연 과장님 어떨까요?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더욱 재밌는 인터뷰였습니다! 많은 질문에도 솔직하고 자세한 답변 해주신 김동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 대만드 동물들의 한의계 진로 탐색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Interviewer, Writer & Editor.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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