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진흥원장으로서의 삶 #원전학 교수로서의 삶
1편에서 정창현 원장님의 '교수로서의 삶' 이야기는 재밌게 읽으셨나요?
2편은 정창현 원장님의 '한국한의약진흥원 원장으로서의 삶' 이야기로,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사업, 원장님께서 그리는 미래 한의학의 모습이 소개됩니다. 모두 함께하시죠!
한의약진흥원장님으로서의 삶
Q. 한의약진흥원장님으로 취임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진흥원장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주변 지인들의 권유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공고가 떴을 때는 교수는 강의와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사했어요. 이후 두 번째 공고가 떴는데, 주변 교수들이 진흥원장은 사심 없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나가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의 산업화와 대중화를 위한 유일한 공공 기관입니다. 한의약이 좋은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진흥원장을 하며 시대에 맞는 한의약을 구축하고 대중화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고의서를 공부하던 원전학 교수인 제가 한의약의 현대화에 힘쓰는 모습을 본다면 사람들이 색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싶었고요. (웃음) 원전학 교수는 옛사람들의 지식을 현대의 새로운 지식과 결합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한의약을 현대화하여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그러던 중 운이 좋게도 진흥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어 뜻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Q. 한의약진흥원의 사업은 크게 정책 지원, 연구 지원, 산업 진흥, 세계화, 임상 정보 빅데이터 구축 5가지로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대표 사업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의약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이 중요해서 대표 사업을 고르기가 어렵네요. (웃음)
먼저 정책 지원 분야에서는 지역사회 건강 돌봄 사업 지원 및 모니터링, 원외탕전 인증, 한의약 실태 조사 등을 진행합니다. 또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한의약 사업이 있는데, 최근 한의약육성법이 개정되면서 한의약진흥원이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지원에서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센터 운영과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이 대표적인 사업이에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센터에서는 질환별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고 지침이 의료기관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지침은 한의 진료의 표준화를 입증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은 임상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하나의 기술이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제안부터 제품 개발, 관련 교육, 창업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요. 한의약진흥원에서는 이러한 기술 개발의 전 주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의약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한약비임상시험센터(GLP), 한약제제생산센터(GMP), 품질인증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약비임상시험센터(GLP)에서는 한약 독성 평가를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한약재나 한약제제의 독성을 평가해서 안전함을 검증하죠. 한약제제생산센터(GMP)는 제약회사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한약 제조 과정을 엄격한 기준에서 관리하여 청결을 유지하고 캡슐, 연조엑스제 등 다양한 제형의 한약을 개발해요. 한약제제생산센터(GMP)는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일본의 쯔무라제약이나 대만의 순천당제약회사에 뒤지지 않다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약제제생산센터(GMP)는 영업을 할 수 없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용 약을 만들거나, 검증된 제조 기술을 제약회사에 전달하여 다양한 약이 개발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품질인증센터는 안전성을 관리합니다. 식약처 인증을 받은 기관으로, 한의원이나 원외탕전실에서 샘플을 수거하여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한약이 안전하게 유통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합니다.
한의약 세계화 사업은 크게 관련 정책 수립, 해외 진출, 해외 환자 유치 세 가지로 구분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의학 분야에서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 의학의 비중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제는 한의학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때이고, 진흥원의 역할은 한의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약 임상 정보 빅데이터 구축은 각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을 수집하여 한의약 표준EMR 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의약 표준EMR 을 이용하여 어떤 약재와 처방이 많이 쓰이는지 파악할 수 있고, 수집된 데이터를 국가 의료 정책 수립에 반영할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 시대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부분이죠.
Q. 교수직과 진흥원장의 업무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달라진 업무 분야에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A. 대학교 교수직은 혼자 수업하거나 연구하고, 하나의 교실을 담당하는 자리에요. 하지만 한의약진흥원장이라는 자리는 작게는 200명의 직원, 크게는 한의계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이다 보니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또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데, 그것이 한정되어 있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Q. 어느덧 원장님의 임기 3년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임기 중 가장 뜻 깊었다고 생각하시는 사업이 궁금합니다.
A. 한의약육성법개정안이 통과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한의약진흥원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관련 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법을 근거로 사업 예산을 받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한의약 세계화, 빅데이터, 통계 조사, R&D 연구 기획 평가 등의 사업은 한의약진흥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등과 같이 업무가 법에 명시되어 있어야 인력과 예산을 요청할 수 있어요. 그래서 발로 뛰며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또 통과되면서 한의약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한의약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체계에 한의약이 아직은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감염병 대응에 한의약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어요. 중국,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정책적으로 전통 의학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특히 감염병 분야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발표된 코로나와 관련된 전통의학 임상 논문을 찾아서 분석을 했어요. 이렇게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감염병에 대한 표준임상진료지침과 진료기록입력시스템을 만들고 시범적으로 30여개 한의원에 배포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임상 빅데이터 구축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코로나 사태에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경험을 거름 삼아 평소에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해 두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시작한 사업입니다. 한의학 감염병 분야의 전문가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Q. 원장님의 임기 중 한의약진흥원에서 이뤄낸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한의약 홍보에 힘썼던 것 같아요. 최근 화제가 되었던 유튜브 채널 ‘전과자 - 경희대 한의학과 편’도 한의약진흥원에서 지원을 한 콘텐츠인데, 알고 계셨나요? (웃음)
https://youtu.be/JmskZcqxHhA?si=4pJ11Sw_XlOp_NlF
유튜브, 인스타그램,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매체에서 한의약이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한의약진흥원의 캐릭터인 ‘한방울’과 ‘황단이’도 잘 키워보고 싶고요.
또 한 가지 자랑을 하자면, 한의약진흥원이 보건복지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고 작년에는 28개 공공기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의약이 잠재력이 큰 분야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Q. 한의약진흥원장을 맡으시면서 현실적으로 아쉬운 점은 어떤 게 있으실까요?
예산과 인력, 인적 네트워크가 아쉬워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한의사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 한의원에서 임상만 열심히 하는 한의사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의계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어요. 그렇다 보니 법 개정이나 예산 관련 설명을 할 때 힘들어요. “이것이 뭡니까, 왜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아요. 물론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한의약을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무래도 한의계와 관련 없는 분들이다 보니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간호사, 약사, 미용사, 간호조무사, 의사,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다 있는데,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만 없어요.
또, 공직에 있는 한의사 네트워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년 연말에 공직 한의사 분들이 모일 기회가 있었는데,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어, 당신 거기 있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웃음) 네트워크가 없었던 것이죠. 이런 모임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연구’예요. 예를 들어, R&D 예산이 있어도 가져가서 연구하는 사람이 없어요. 한의대 졸업 후 대학원에 가려는 사람이 적은데, 대학원에 가는 사람이 많아야 연구 인력이 양성되어요. 한의사 과학자, 한의사 연구자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한의대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보건학, 기초과학 연구, 공직, 법조계 또는 정계 등 여러 분야에 넓은 가능성을 두었으면 좋겠어요. WHO같은 국제기구 진출의 꿈도 가져보았으면 좋겠어요.
Q. 예산이나 인력적인 제한이 없다면 꼭 진행하고 싶으신 일이 있을까요?
임상 연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특히, 한양방 협동 연구와 한양방 비교 연구요.
그럴려면 공공임상한의병원이 설립되어야 합니다. 한의약의 우수성을 입증하려면 임상연구가 필요한데, 지금은 대부분 양방 병원에 한방이 딸린 형태여서 협조가 잘 안되고 있어요. 임상 연구가 성공하려면 자생한방병원처럼 한방병원 위주이면서 양의사들이 들어와 진단하는 형태의 병원이 필요해요.
그리고, 수익성을 따지면 임상 연구를 할 수가 없어요. 임상 연구는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일반 민간 병원에 임상 연구를 하라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한의약의 성패는 임상에서 나기 때문에 임상 기술을 개발하고 그 효과가 우수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공공임상한의병원이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Q. 대학병원에서도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나요?
대학병원에서도 연구를 하죠. 하지만 이윤이 나오지 않으니, 한계가 있어요. 또 양방과의 협진이 잘 안 돼요. 협진에 대한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실질적인 양한방 협동 연구를 위해서는 한의약만의 독립적인 공공임상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임상한의병원에서는 많은 임상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Q. 양방에서는 20개가 넘는 기관이 하는 일을, 한방 쪽에서는 한의약진흥원 혼자 모두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한의계 안에서 앞으로 기관이 더 늘어날 계획도 있나요?
현재 그럴 계획은 없지만, 한의계 공공기관은 더 늘어나야 합니다. 특히, 한약재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해요. 한약재 관리 업무 자체가 농림부, 식약처, 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 보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관리가 효율적이지 못해요.
예를들면, 국산 한약재 종자 보급이나 재배에 관련된 사업을 과거 우리 진흥원에서 진행했는데, 농림부 소관이라고 없앴어요. 그런데 농림부에서는 농가에서 소득이 되는 작물만 하려고 해서 잘 안 쓰는 약재는 생산이 안 돼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의계의 입장에서 한약자원 및 한약재를 관리할 수 있는, 독립된 전문기관이 필요하죠.
그리고 진흥원에서 한의약 정보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보건의료정보원처럼 ‘한의약정보원’도 따로 있으면 좋겠어요.
Q. 한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한의약진흥원의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 개인 한의사 혹은 한의대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한의약진흥원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건설적인 제안을 기탄없이 해주세요. 진흥원에서 매년 수요조사를 해요. 기관 자체적으로 여러 의견을 받기도 하고, 각 사업을 통해 대학 및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거나 제안을 받기도 해요. 이러한 설문조사에 적극 응해주시고, 학생 대상 경진대회도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진흥원 직원으로 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현재 근무 중인 한의사는 10명 정도 되는데, 정책 지원 업무나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거나 임상 연구를 관리하는 일 등을 하고 있어요.
Q. 한의약진흥원장으로 계시면서 한의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더 번창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원장님께서 그리시는 미래 한의학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고 하죠. 노인병, 즉 만성병은 해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고, 한의약은 예방과 치료에 매우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수요가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노인들은 돈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의원에 올 수 있도록 진료비 문턱을 낮추어야 해요. 즉, 보험을 통해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해요. 당연 첩약 의료보험도 필요하겠고, 짜 먹는 약, 알약 등 다양한 한약 제제에 대해서도 보험 적용이 확대되어야 해요. 한약 제제를 전면 급여화해서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첩약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의료보험을 통해 첩약을 써야겠죠. 또, 여러 가지 진단 기기나 의료기기 등에 대해서도 보장성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내부적으로는 임상 기술을 개발해야 해요. 아까도 말했지만, 승부는 임상이에요. 한의학이 살아남은 이유는, ‘병을 고치기 때문’이에요. 침 하나로도 고칠 수 있고, 약을 쓰면 잘 낫잖아요. 물론 다 고칠 수는 없죠.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해야죠.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백신도 맞아야죠. 하지만, 한의약으로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고, 감염병 초기 백신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의약으로 케어하면 훨씬 효과가 좋고, 사망률도 낮아져요. 통계로 나와 있고, 입증된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상 기술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 한의계가 한마음이 되어 똘똘 뭉쳐야 해요. 당장 눈앞의 손해를 따질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10년 20년 후에 한의약의 모습이 어떨지 미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해요. 2023년은 우리 한의약의 티핑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한의사가 초음파 같은 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비상해야 해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인류가,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분명히 한의약은 비상할 것입니다.
Outro
Q.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그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역시 가족이죠. 아들, 딸이 태어났을 때 정말 기뻤어요. 또 우리 딸이 한의대에 들어갔을 때, ‘내 뒤를 이어서 한의사가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슬펐을 때도 역시 가족이죠. 가족이 아팠을 때. 특히, 아내가 10년 전 크게 아팠었는데 그 때 많이 힘들었어요.
저는 항상 되뇌는 좌우명이 있어요. ‘진지하면 속은 거다.’예요. 핸드폰 배경 화면으로도 설정해 놓았어요. 어떤 일에 너무 매몰이 되면, 슬플 때 한없이 슬퍼지고 기쁠 때 한없이 들뜨게 되잖아요. 저 스스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 종교가 불교거든요. 불교에서는, 세상이 空(공)이라고 해요. 모든 것들이 파동이고, 氣(기) 입자가 순간순간 이합집산할 뿐, 어차피 순간 스쳐 가는 허상이니 마음을 두지 말고 집착하지 않아야 해요.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도 있잖아요. (웃음)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살다 보면 미운 사람도 있는데, 너무 신경을 쓰면 스스로 너무 괴로워져요. 그럴 때마다 저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내가 너무 진지해졌나?’ 생각해요. 저는 힘들 때 이렇게 극복하는 것 같아요.
Q.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현재를 열심히 즐기세요.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 삶이 설령 슬프더라도, 그 슬픔마저 즐기세요.
‘내면 소통(김주환 저)’이라는 책이 있어요. 마음공부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들을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어요. 책에 ‘수용’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외부로부터 부정적인 자극이 왔을 때, 즉 하기 싫은 것을 하라고 할 때, ‘무언가 이유가 있으니까 시키겠지. 일단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수용이에요. 그 의도나 전체적인 취지는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 이유가 있겠지, 일단 해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우리에게 이러한 자세가 있으면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Q. 원장님의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단기 목표는, 일단 학교로 돌아가서 다시 학생들을 만나고, 열심히 강의하고,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에요. 장기 목표는, 제가 원전을 공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원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그 내용을 소개하고, 책을 만드는 것이에요.
우선, 내경 주석서를 다시 쓰고 싶어요. 또, 침구갑을경(鍼灸甲乙經)처럼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책들을 쉽게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딱딱하지 않은, 현대적인 책을 쓰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만드에서 다음에 만나 뵐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분이 계실까요?
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이 한의약진흥원이라면,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은 한의학연구원이에요. 연구원의 이진용 원장님을 인터뷰하면, 확실하게 두 기관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님도 떠오르네요. 3년 동안 어떤 일을 하셨는지 인터뷰를 통해 소회와 미래 한의약의 비전을 들어도 좋을 거 같아요. 한의사로서 유일하게 청와대 수석으로 있었던 방정균 상지대 교수님도 생각나네요.
한의학에 대한 강한 신념과 한의학을 아끼는 마음, 후배들에게 해주시는 진심 어린 조언이 마음에 와닿았던 인터뷰였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많은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신 정창현 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의약의 발전에 힘쓰고 계시는 원장님을 대만드 동물들이 응원하겠습니다!
Interviewer. 꽁치, 사막여우, 페럿
Writer & Editor. 꽁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