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빅데이터 #EMR #원전학 #중의사
한의약진흥원 서울분원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서울 서대문역 앞, 덕수궁 옆에 위치하여, 진흥원의 여러 사업 중 한의약 정책 수립과 지원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곳에서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수행 중이신 선임연구원, 윤영흠 박사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진흥원 사업을 비롯해 진로에 대한 박사님의 생생한 인터뷰, 지금 확인해 주세요!
[약력]
(現) 한국한의약진흥원 선임연구원
(前) 한국한의학연구원 YS연구원
한의학 박사·중의사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한의학진흥원에서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지원센터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윤영흠이라고 합니다.
요즘의 일과와 일주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한국한의학진흥원은 공공기관의 근무 기준인 공무원 규칙에 따라서, 주 5일 40시간을 기준으로 업무를 수행 중이에요. 제가 있는 부서는 임상정보 빅데이터 추진단인데, 단장님으로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의 서병관 교수님이 단장님으로 계시고, 한의약진흥원 지능정보화센터장님이신 김상진 센터장님이 부단장으로 계십니다. 단장님께서는 비상임으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오셔서 업무 진행 현황을 검토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서 논의하는 등 의사결정을 해주시고, 다른 요일들은 결정된 업무들을 실무적으로 추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녁에는 별도로 사이버 대학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공으로 다니고 있어서 퇴근한 뒤 스터디 카페에서 혼자 수업 듣고 있습니다.
Part 1.
한의학 임상정보 빅데이터 추진단
한의학진흥원에서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지금 맡고 계신 업무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2017년 3월부터 진흥원에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때 제가 속해 있던 부서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사업단이었어요. NCKM(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이라고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지금은 담당하고 있지 않지만, 저는 그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어요. NCKM은 한의 CPG(표준임상진료지침)를 웹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요. 개발된 CPG가 공개가 되어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거예요.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훨씬 더 쉽게 찾아보고 들어올 수 있게 만든 포털이고, CPG뿐만 아니라 CPG를 개발할 때 같이 진행했던 임상 연구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온라인 영상 교육 기능이 포함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가 있어서, CPG 관련된 교육을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있어요. 한의계에서 근거 기반 연구를 수행한 내용을 보관한 DB를 공개하고, 그 안에서 연구도 이루어질 수 있게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한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NCKM 관리 외에도 CPG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보건복지부에서 한의학 임상정보 빅데이터 지원센터 구축 사업 공모가 나왔고, 2021년 7월에 수행기관으로 한의학진흥원이 선정이 되어서 그때부터 빅데이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의학 임상정보 빅데이터 지원센터 구축 사업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의약육성법에 의거해서 5년마다 세우는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이라는 게 있어요. 2020년까지 진행된 제3차 종합계획에는 CPG를 개발하고, 개발한 CPG를 (NCKM을 통해서) 확산시키는 사업이 있었어요. 그리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제4차 종합계획에 빅데이터 관련 사업이 들어가 있어요. 만들어진 CPG를 바탕으로 한의학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을 표준화하고, 표준화한 EMR을 토대로 진료정보 교류 시스템을 만들어요. 이걸 ‘허브’라고 부르고, 허브에 데이터가 쌓인 것을 활용해서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진행하는 센터를 만들자는 것이 한의학 임상정보 빅데이터 지원센터 구축 사업의 큰 흐름이에요.
지금까지 한의학 관련 사업의 기존 연구들은 결과를 발표한 뒤에 후속사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업은 한의 CPG 사업의 바통(배턴) 터치를 받아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한의원에서 전자 차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CPG를 기반으로 표준 EMR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한의원에서 활용되는 EMR은 어떻게 보면 EMR이지만 활용적인 측면에서는 OCS 위주로 기능이 되고 있어요. OCS는 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 전달 시스템이라고 해서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이 처방을 쓰면 클릭해서 보험심사평가원으로 넘어가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전자의무기록(EMR)이라는 건 환자 정보를 a부터 z까지 다 적을 수 있게 만든 건데, 한의원에서 쓰고 있는 전자 차트는 실질적으로는 OCS 기능 위주로 많이 활용되고, (따라서) OCS 기능의 편의성이 높게 만들어져 있어요. 그렇다 보니 한의원에서 수행하는 진단·치료에 대한 부분들이 효과가 있더라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쌓여 있지 않은 거죠. 이건 한의과뿐만 아니라 의과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의과에서도 최근 실사용 데이터(RWD, real world data)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고, 임상 현장에서 바로바로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하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비용도 적게 들고,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등 장점이 많죠. 여기서 중심이 되는 게 EMR이에요. 그래서 EMR에 차트가 제대로 기록되어 있으면 연구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EMR이 병원마다 달라요. 병원 의사들이 합의해서 직접 만든 EMR도 있고, 업체에서 만든 걸 그대로 쓰는 의사도 있어요. 한의원은 어떤 업체에서 만든 걸 쓰느냐에 따라서 다른 거죠. 입력 방식이나 구성이 서로 다 달라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 분야의 발전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예를 들어 단기간에 a 병원, b 병원, c 병원 등에서 갑자기 비슷한 질환의 환자들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해요. 그러면 여기서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연구를 해야 하는데, 실사용 데이터(RWD)인 EMR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 (병원마다의) 데이터를 합치려고 했더니 a 병원에서는 남자를 M이라고 쓰고, b 병원에서는 숫자 1로 표기를 한다면 데이터가 다르게 기록된 걸 다 수정해야 하는 거죠. 즉, 전처리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게 다기관 연구를 어렵게 하는 제약 사항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문제가 있어서) 정부에서 한의과, 의과를 통틀어서 보건의료의 전자의무기록(EMR) 표준화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말씀해 주신 내용을 들으니 표준 EMR의 필요성이 이해됩니다! ‘허브’를 만들어서 진료 정보를 교류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a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던 걸 b 병원에 갔을 때 바로 전송이 안 되고 CD나 USB를 통해 받아서 가져가야 하잖아요. 진료 정보 교류 사업은 중간에 데이터 저장소를 만들어서, 이 사람들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그게 가능해지려면 EMR 표준안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저희 빅데이터 추진단도 같은 결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표준 EMR을 만들면 그에 대한 EMR 인증 기준을 마련하게 되고, 나아가서 표준화된 진료 정보를 구축해서 의료기관 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 표준(FHIR)을 만들어서 운영할 예정이에요.
그렇다면 한의학 표준 EMR 개발이 의과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EMR은 결국 도구거든요. 볼펜은 의사가 사용하든 한의사가 사용하든 볼펜인 건 똑같은 거죠. 결론적으로는 다를 게 없어요. 환자 정보를 어떻게 입력할 건지, 보통 SOAP라는 형식에 따라 작성하는 것도 다르지 않죠. 다만 진단에서 변증이라는 한의학의 특수한 요소가 들어가고, 치료에서 침, 뜸, 부항 이런 게 들어가는 게 차이가 있는 거죠. (반면) 의과에서는 약 처방, DRG 등이 들어가는, 의학 지식의 차이점이 그대로 녹아들어가고 (EMR을) 활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CPG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EMR이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요통 환자가 왔다고 입력하면 관련된 근골격계 검사 리스트가 뜨는 식으로 입력한 주 증상에 따라서 뜨는 화면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상상을 하셨어요. 변증에 따라 증상을 입력하는 건 보통 화면 개발을 할 때 쓰는 간단한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주 증상에 따라 어떤 평가를 할 거냐(에 대해서), 예를 들면 대부분 사용하는 VAS나 NDI(경부 장애 척도) 같은 질환에 특화된 설문 도구가 그 질환을 선택했을 때 뜨면 좋겠죠. 환자를 처음 봤을 때 수치가 5였는데 치료 후에 3으로 줄어들었다는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나타나는 거니까요. 병원급의 EMR에는 그런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게 꽤 있어요. 저희는 표준 EMR에 서식을 다 넣어두어서 시스템화해둔 상황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렇다면 표준 EMR이 한의계, 그리고 환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의료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환자 안전 관리가 더 잘될 거예요. 환자의 상태가 잘못되었다고 입력했을 때 어느 과정에서 치료가 잘못되었는지, 또는 어떤 치료에 대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요. 그리고 임상 결정 지원 시스템,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이 있어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치료하는 것을 가이드해줘요.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의사 결정할 때보다 신속하면서 표준성이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이점이 있죠.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씀드렸다시피 환자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고, 진료의 연속성도 보장이 돼요. 여기 병원에서 봤던 진료, 저기 병원에서 봤던 진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니까 중복 진료가 방지되고 연속성이 보장되어서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사업단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게 표준화한 EMR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거예요. 졸업하기 전에 의무 기록에 대한 교과 과정을 만들어서 학부 때부터 표준화된 EMR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면 현업에 나가서 작성할 때 오류를 줄일 수도 있고, 사람마다 차트 작성 방법이 다른 것도 줄일 수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개발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사용을 안 하면 소용이 없어요. 임상 현장과의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연구(과정 전체)가 10이라면 이제 1에서 2 정도를 넘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의대생들이 과제를 하거나 임상에서의 한의 치료에 대해 찾아볼 때 CPG를 많이 참고하는데, CPG를 활용할 때 생각해 보면 좋을 점이 있을까요?
완벽한 치료 방법이나 완벽한 이론은 없다고 생각해요. 권고 등급 a를 받았어도 언젠가 깨질 수도 있는 거죠. b를 받았으면 언젠가 a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또 많다는 거고요. 권고 등급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치료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a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근거가 많더라, 근거를 살펴 봤더니 효과가 좋았더라(는 거죠). 그러면 근거가 없는데 효과가 좋은 혈자리도 분명히 있을 거잖아요. 그런데 근거가 없어서 d를 받았을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 등급이라는 건 결국 사람이 부여한 거고 절대적인 건 없다는 걸 염두에 두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CPG는 그래서 항상 개정이 돼요. 3년 주기로 업데이트가 되는 것도 있고, 완전히 다시 만드는 것도 있어요. 근거 논문이 임상 연구를 통해서 계속 만들어지니까, 되게 높은 권고 등급을 받다가 갑자기 권고안 자체에서 사라지는 치료법도 있어요. 절대적인 건 없어요.
Part 2.
학부 및 대학원 시절
중의대를 나오셨는데, 먼저 어떻게 중의학을 공부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옛날부터 ‘근본이 뭘까?’ 그런 주제를 되게 궁금해했어요. 자연스럽게 동양 철학 같은 분야에 관심을 조금 두게 되다가 이 학문이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중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가게 됐어요.
학부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평범한 학생이어서, 별로 특별한 게 없었어요. 한의대에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중국에서도 나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형들과 여러 경험 하면서 다니면서 평범하게 학부 생활했고, 기(氣)라는 것에 대해서 재밌게 배웠던 것 같아요.
중의대와 한의대의 차이점 중 하나로 처방을 직접 구성하는 걸 보다 중점적으로 배운다고 들은 적이 있어 궁금했는데요, 중의대에서의 실습 경험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의사들도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일단 저도 중국에서 석사 졸업한지 14년 전이다 보니 지금은 또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겠죠. 제가 실습할 때는 환자가 오면 컴퓨터에 입력은 학생들이 하고 선생님께서 증상 물어보고, 진맥하고, 그 자리에서 처방을 딱딱딱 써요. 쓴 다음에 바로 이 처방전을 환자한테 줘요. 그러면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가서 약 달이는 데에 주면 한 30분 뒤에 오라고 하면 30분 뒤에 와서 약 받아 가고 (그런 방식이었어요). 처방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작성해서 하루에 환자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봐요. 제가 실습하면서는 이런 체계를 많이 봤어요.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컴퓨터에 작성하는 사람 외에는 제자들 대여섯 명은 옆에 계속 서 있는데, 그때 환자 증상, 처방을 따라 수기로 쓰는 걸 초방한다고 하거든요. 하루에만 80명 넘게 보는 선생님들도 많으니까, 그렇게 초방한 자료를 모아놓는 사람도 있었어요.
졸업 이후 한의대 대학원에서 공부하셨는데요, 중의대 재학 시절에는 어떠한 진로를 구상하셨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의료 행위가 안 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다른 나라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한국에서 교환 교수로 학교에 오신 분이 계셨어요. 어떻게 소개를 받아서 함께 식사하다가, 그분 밑에서 공부하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원전학을 전공하게 된 겁니다. 저는 그분을 옛날부터 알고 있었고 학문적인 깊이가 깊으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뵙고 나서 ‘한번 배워볼 만하겠다.’ 생각했고요.
특별히 원전학을 공부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이런 쪽에 관심이 되게 많았었어요. 의가들의 의학 사상이 막 나오잖아요. ‘그게 왜 나왔을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길래 저런 거를 생각을 했지?’ 이런 의론이라고 얘기를 하죠, 의학의 이론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들을 궁금해했어요. 제일 궁금했던 건 양유여음부족론, 상화론 같은 의가들의 ‘00론’은 그 사람들이 경험해서 느꼈던, 그들에게 맞는 이론이죠. (그렇다면) ‘최상의 이론은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한번 공부해 보자 해서 원전학을 택했던 거죠. 저는 되게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Part 3.
한의학진흥원에서
다음으로, 한의학진흥원에 오시기 전 한의학연구원에 계셨었는데, 연구원과 진흥원에서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박사 졸업하고 영 사이언티스트(Young Scientist)프로그램으로 연구원에 2년 동안 있었다가, 진흥원에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단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해서 (지금까지) 일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저도 연구원에 오래 있었던 건 아닌데, 연구원은 연구 비중이 많아서 연구 성과(논문, 특허 등)를 도출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자기 과제도 따내서 운영하는 업무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진흥원은 사업관리 쪽에 비중이 더 있다고 해야 할까요? 팀을 만들어서 사업을 받아서 관리를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용역도 줘요. 그런 관리하는 (업무를) 위주로 하는 게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원전학을 전공하시고 중의사로서 임상 공부를 많이 하셨을 텐데, 지금 하시는 일은 그와는 또 다른 분야와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진로를 선택하셨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은 저는 어떤 걸 못해서, 막 난 못하면 죽을 것 같은 무언가는 없었어요. 흐르는 대로 이거 좋아하면 이거 관심 가지다가, 다른 일을 하게 되면 그러면 또 그것도 그냥 관심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면 흘러가는 대로, 언젠가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하겠지, 약간 이렇게 생각해요.
연구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누구나 마찬가지일거 같은데 연구를 하면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일한 것이 제 의도와 다르게 평가받는 상황이 생기면 힘들겠죠. 그렇지만, 책임감 때문에 견디면서 하다 보니까 괜찮아졌어요. 다른 분들이 인정도 해주시고, 평가도 좋게 주시니까 그때 보람도 느꼈죠. 잘 견뎠다 (싶고). 힘들 때 거기서 그만뒀으면 나는 연구사업을 이렇게 실패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끝났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어요.
현재 관심이 있는 연구 분야나 한의대생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 분야가 있을까요?
저는 지금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과학적인 방법론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한의학 원전을 공부했던 사람이라서 한의학 이론이나 이런 게 틀렸다고 생각 안 해요. 근본적인 생각은 그런데, 반박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건 한 사람이 주장한 걸 무조건 옳다고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고 또 반론을 제기하면서 지금까지는 이게 맞다고 보는 게 과학이거든요. 그래서 과학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바뀔 수도 있다는 전제를 항상 깔아놔요. 이런 과학적인 사고가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구에 관심이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연구라고 하면 딱 하나의 분야만 가리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서 연구가 되잖아요. 교육 프로그램에 이런 게 반영된 게 STEAM 교육이라고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이게 전부 다 융합된 것도 있죠. 그래서 한 가지 분야만을 파는 것도 전문성 있고 좋은데, (동시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비판도 하고, 현재 관심을 가진 분야가 객관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가장 뿌듯했던 UP의 순간과 포기하고 싶었던 DOWN의 순간이 언제였는지, 또 DOWN일 때의 극복 방법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좋은 결과가 나올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의사 시험 합격했을 때나 최근에 복지부 장관표창 받았을 때는 기쁜 순간이었죠. 힘들었던 건 사업이 잘 안풀려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던거 같은데 그럴 때마다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지,’ 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얘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대학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 기억에는 그때 스스로 무언가 물음을 가지고 살지 않았던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내가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한 고민 같은 거, 답은 안 나오겠죠. 그런데 문제를 알면 해결책은 나오지 않더라도 해결 방법을 선택할 수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답이 되겠죠. 그런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계속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앞으로의 목표,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업무적인 부분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 계속 해 나가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일단 지금 다니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학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잘 졸업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론 공부한 내용을 활용해서 융합적인 것들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논할 단계는 아니어서, 나중에 구체적인 계획이 생기면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이 질문이 되게 어렵더라고요. 세상을 바꾸는 건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흐름과 운이 맞아야 하는 거고, 제가 한 번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주변에 문제점이 있으면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한의학)연구원에 계셨던 분 중에 제 멘토셨던 이영섭 박사님이나 수족냉증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계시는 배광호 박사, 영상 처리 기술 연구하시는 안일구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저녁 시간 찾아 뵈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의 표준 EMR, 빅데이터 지원 센터가 무엇인지 여러 질문을 드렸었는데,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궁금했던 진흥원에서의 업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번에도 유익하고 흥미로운 한의계의 다양한 진로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Writer & Editor. 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