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장 이은경 한의사

by 대신만나드립니다
지난 9월 9일~9월 10일에 열린 ISTM 현장에서 낙타와 카피바라는 한국한의약진흥원 이은경 정책본부장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정책본부장님께서는 ISTM 세션에서 WHO 글로벌 전통의학 신규 전략과 통합 의학에 대해 심도 있는 강의를 해주셨는데요. 사회와 의료 전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의학의 정책적 확장을 위해 활동하고 계시는 이은경 한국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장님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드립니다.




[이력]

현 한국한의약연구원 정책본부장

현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부회장

현 한국커뮤니티케어협회 이사


원광대 한의과대학 졸업

원광대 한의과대학 박사

전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전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연구원 원장

전 경희대학교 연구학술교수

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사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원광대 한의대 91학번이고, 예방의학 전공자입니다.

Q. 요즘 하루 일과와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에는 4개 센터가 있어요. 한의약 육성법이나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등 한의약 정책 전반을 담당하는 정책지원센터, 한의약 건강 돌봄 사업이나 일차 의료, 주치의제도 등 실제 의료 서비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지원센터, ISTM 행사 같은 세계화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는 세계화센터, AI나 데이터 등을 담당하는 지능정보화센터가 있어요. 저는 정책본부장으로서 이 네 센터와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어요.



[예방의학 교수와 연구자로서의 이력]


Q. 언론을 통한 기고, 인터뷰 등의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셨는데, 그렇게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현하시는 과정에서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정책은 옳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추진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떤 것을 만들고 싶거나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그 정책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사회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발표나 기고 같은 것을 통해 사회적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어찌 보면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기고든 정치 활동이든 그게 주 업무가 되어요.


Q. 신종 플루나 코로나19 대책 마련, 저출산, 의료 민영화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루어 오셨는데, 이런 다양한 주제를 모두 파악하고 의견과 대책을 표명하시기까지의 어떤 과정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또 정책적으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 전공이 보건의료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보건의료 정책이라고 하면 한국 사회에서 건강 문제에 연관이 된 정책들을 다 다루게 되죠. 저출산 문제, 고령화 문제, 의료 제도 같은 것들이요. 의료 제도라고 하면 건강보험 제도, 그다음에 더 나아가서 의료비 지출, 한의학에서는 첩약 건강보험 같은 것까지 다루게 돼요. 어찌 보면 주제가 다양한 것 같지만 결국은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에 관한 정책이거든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선책을 찾아내는 연구를 크게 보면 보건의료 정책 내지는 보건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던 거죠.

그런데 그 주제들 중에서도 요즘은 더 세분화가 되어서 감염병 전문, 보험정책 전문 등으로 나눠지기는 해요. 그래도 크게 보면 보건의료 정책, 보건학의 틀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건학을 하거나 보건의료 정책을 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다양한 정책들을 다루게 돼요. 그래서 넓기도 하고 깊이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건학을 ‘T자형 학문’이라고 많이들 얘기해요.

한의학을 중심으로 출발하느냐, 건강을 중심으로 출발하느냐에 따라 되게 달라지죠. 건강을 중심으로 할 경우 한의학이 건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보건학을 하는 분들은 주로 건강이라고 하는 주제에 한의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한의학이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다룬다고 할 수 있겠죠.


Q.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이나 의료민영화반대 한의사한의대생모임 집행위원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등 다양한 단체와 직책을 거치셨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단체와 활동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국 사회에도 싱크 탱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어요. 사실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싱크 탱크가 있지 않거든요. 싱크 탱크는 대부분 펀딩, 즉 돈을 누가 내는지가 중요한데 그 돈을 대부분 정부나 정당, 기업에서 내다 보면 독립적인 연구를 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데 그 펀딩이 끊기면 연구가 중단될 수도 있고, 지원을 받다 보면 정책의 선명성 같은 부분도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말 그대로 민간 싱크 탱크를 만들자는 뜻에서 사회학자, 경제학자, 보건학자 등 젊은 학자들이 만든 단체였어요. 여기서 꽤 길게 활동했죠.

저는 넓은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경제학이나 사회학, 교육학 등을 전공하신 분들과 공동연구를 하며 세상을 조금 더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계가가 되었어요. 그래서 한의사로서는 별로 안 해 보았을 것 같은 그런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 단체에 한의사는 저밖에 없었어요. 『리셋 코리아』라고, 한국 사회를 리셋하자는 그런 책도 같이 냈었죠. 주거, 교육, 연금 같은 전반적인 주제를 다루었는데, 저는 당시 보건 분과를 담당해서 의료 민영화나 건강보험 개혁 같은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했었죠. 한의학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어요.

Q. 그런 정책이나 보건 분야에 한의대생이나 청년 한의사이실 때부터 관심이 있으셨나요? 대부분의 한의사는 임상으로 나가는데, 그렇지 않고 이런 진로로 진출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계기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관심은 많은 경우 타고나는 면이 좀 있는 것 같고요. 후배들과 굉장히 많은 세미나와 모임을 했었는데 거기서도 관심을 갖고 자기 분야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 관심은 타고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사회 문제 같은 데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Q. 한의대 졸업하실 당시, 예방의학 교실에 가시면서도 정책 쪽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이미 있으셨나요?

그렇죠. 지금도 마찬가지긴 한데, 보건학이나 정책을 하는 분들이 예방학을 많이 선택하기도 하고 정책 결정 같은 분야로 진출하는 경향들이 있어서 저도 그러려고 해봤죠.


Q. 겸임 교수로 일하신 이력도 있으신데, 그때도 교수직보다는 좀 더 정책 분야 쪽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계셨나요?


우리나라는 민간 싱크 탱크 같은 게 잘 없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나 정부, 교수, 공공기관 같은 곳이 아니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 의과를 봐도 대개 학교 교수님들이 하시거나, 교수님으로 있다가 공공기관이나 정당, 청와대, 복지부로 가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외의 곳, 제3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에는 되게 적거든요. 외국에는 민간과 공공 사이 싱크 탱크 같은 제3의 영역들이 좀 많이 있어요. 일반 시민들의 기부 같은 걸로 굴러가는 영역들이 좀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의 공공영역과 학계밖에 없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활동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에 제일 많이 하는 건 일차 의료, 지역사회 분야 연구예요. 한의학이 그래도 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그 분야라고 생각해서 연구를 지금 제일 많이 하고 있죠. 한의사 노인 주치의제가 국정과제로도 들어갔잖아요. 의료 정책 관련 연구는 뭔가를 같이 만들어내는 식의 연구라기보다는 기존에 R&D에서 만들어진 근거 등을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연구잖아요. 그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정부가 지역, 필수, 공공이라고 하는 '지필공'을 가는 데 있어 굉장히 탄탄하게 필요한 게 일차 의료니까 일차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에요. 그럼 합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합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제도적인 방법은 뭔가, 노인 주치의제나 일차 의료 전달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부분들이죠.



[한의학 진흥원 정책본부에서의 업무]

Q. 과거에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장으로도 활동하셨는데, 현재 공공기관에서 수행 중인 업무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사실 다루는 주제는 비슷하다고 봐요. 한의계에서 현안이 되거나 한의학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건데, 정책연구원 시절에도 다뤄왔었죠. 그때와의 차이점이라면 공공기관은 아무래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고 보건복지부가 실제 추진하는 정책을 백업하고 협력하는 거거든요. 어찌 보면 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의 이익을 대표해야 하는 단체이니 조금 포커스가 달랐죠. 정책의 추진 목표에 있어 국민 건강 증진이나 의료비 효율화와 같이 공공의 목적과 민간의 목적이 좀 다르다고 봐야겠죠.


Q. 그러면 한의약진흥원에서의 업무도 한의학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이를 공공의 목적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 좀 더 가까운 건가요?


그런 것도 있죠. 이게 결국은 제도가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한의사가 원하는 제도만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한의사가 반대를 하더라도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 제도가 결국은 한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예를 들어 정부가 의사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건 아니잖아요. 건강 증진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거고, 그 사이에 의사나 한의사나 국민이나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이 또 필요한 거죠.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은 사실 한의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원이기 때문에, 포커스가 좀 다르죠.


Q. 한의약진흥원에서 업무하시면서 한의사와 의견을 조율해야 되는 과정을 많이 겪으셨나요?

조율을 해야 하지만, 그 조율을 담당하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할 일이죠. 그래도 예를 들어 이런 국제 심포지엄이나 공청회, 토론회 같은 자리들이 그렇게 의견을 모으기도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하는 자리죠. 옛날처럼 글을 쓰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토론회나 행사들을 많이 다니면서 아무래도 그런 일도 많이 하게 되죠. 설득이라고 하는 게 일대일로 하는 설득이라기보다는 정책을 홍보하고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작업은 꾸준히 한다고 봐야죠.


Q.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여러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일을 하시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업무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어려움이 있으신지, 그걸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해요.

아시겠지만, 스트레스가 극복이 되나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죠. 특별히 무언가가 있지는 않고, 그냥 운동 같은 걸 좀 하려고 하는 편이고요. 오늘처럼 컨퍼런스에서 낯선 사람 만나고, 외국 사람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이기도 하죠. 다 좋게 좋게 만나면 좋겠지만, 얼굴 붉혀야 될 일도 있고, 싫은 소리 해야 될 일도 많죠. 그래서 쉬운 길은 아니에요.


Q. 그러면 한의학진흥원 정책본부장으로서 일하시며 중에 가장 보람되었던 일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효과가 난 일은 없어요. 그런데 이 국정 과제라는 게 갑자기 만들어진 거잖아요. 대선 자체가 급작스레 만들어져서 선거도 갑작스럽고 공약도 갑작스러웠고요. 그런데 공공기관은 1년의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조직이거든요.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가면서 노인 주치의 제도를 위한 연구 같은 것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게 제일 보람됐던 것 같아요.


Q. 한의약진흥원에 오시기 전에 하신 일들 중에서는 어떤 활동이 특히 보람되셨나요?

아무래도 제가 한의계와 관련하여 제일 많이 쓴 글은 첩약 건강보험일 텐데요. 아무래도 가장 영향력 있고 보람이 있었던 일은 이 첩약 건강 보험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 제가 협회 일을 할 때 1차 시범 사업이 런칭되었고, 지금은 2차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에요. 한의계의 가장 큰 두 축이 시술과 한약이잖아요. 한약 부분에 있어서 큰 틀인 첩약이 건강보험 제도로 진입하게 하는 과정이 그래도 제일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Q. 최근 일차의료 정책 워크숍이 있었는데, 일차의료와 통합 돌봄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렇게 통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 우리나라의 좀 독특한 문제인데요. 복지부 자체가 복지와 보건의료로 나눠져 있고, 1차관과 2차관으로 나눠져 있어요. 그래서 이제 복지부 안에서는 통합 돌봄과 일차 의료 사업이 구별이 되어 있는데 결국 지역사회에서는 하나거든요. 통합 돌봄이라고 하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돌봄을 받을 때 거기에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는 같은 문제니까,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에서는 하나죠. 그래서 통합 돌봄 따로, 일차 의료 따로, 이렇게 가고 있는 제도가 실제로 사업 영역에서는 맞춰져야 하고요.

우리가 통합 돌봄이 중요하다고 해서 한의사로서 돌봄 서비스를 할 수는 없고요. 돌봄 서비스 전문가가 따로 있는 거고, 복지나 주거나 말 그대로 케어는 케어 영역이 있는 거고요. 통합 돌봄 안에서도 한의는 일차 의료를 하는 거예요. 일차 의료를 한의사가 지역에서 하느냐, 의료기관에서 하느냐, 어떠한 내용의 일차 의료를 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한의사는 일차 의료의 전문가로서 위치 지어져야 돼요. 그게 지역사회에서는 통합 돌봄이라고 표현이 되고, 의료 전달 체계에서는 일차 의료로 통합이 되는 거죠. 결국 정부 정책부터 하나로 만들어져야 한의사가 일차 의료의 전문가로서 참여를 할 수 있어요.

[전통의학 국제 심포지엄]


Q. 이번에 처음으로 ISTM 강연자로 참여하게 되셨는데요. ‘글로벌 전통의약 신규 전략 분석’을 주제로 강연을 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WHO에서 10년짜리 신규 전략이 나왔잖아요. 물론 UN이나 WHO가 우리나라에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죠. 그러니까 선언적이고 ‘좋은 세상 만들기’ 이런 느낌이기는 하지만요.(웃음) WHO에서 전통 의학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의미가 있어요. 전통 의학 신규 전략을 만드는 데 우리 한국한의약진흥원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세레모니도 있고요.

그다음에 그 내용 자체가 갖는 의미가, 이전에는 ‘전통 의학을 제도화를 해라’, ‘전통 과학자들을 교육을 시켜라.’처럼 전통 과학자들이 의료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된다는 강조가 이전 전략이었다면요. 쉽게 얘기를 하면 이번 전략은 메디컬 닥터와 양방 의과 대학 안에도 전통 과학을 포함을 시키고 통합해야 된다는 내용들로 바뀌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 의미를 좀 살리자는 거죠. 왜냐하면 옛날에는 전통과학이나 보완 대체 의학 자체가 아직 교육 시스템도 안 만들어져 있고 제도화도 안 되어 있고 질 관리도 안 되고 그러니까 근거 있는 거는 통합을 해서 제도 안으로 넣고 그렇지 않은 건 규제를 하자는 전략이었단 말이에요.
근데 이제는 일차 의료가 중요해지고 (있어요). 일차 의료라고 한다면 메디슨을 기본으로 한 스페셜티 중심의 병원 시스템만이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의료 제공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말 그대로 마사지, 약초 이런 것들 역시 일차 의료의 범주 안으로 들어와야 되고 이 일차 의료의 내용을 메디컬 닥터도 이해를 해야 된다는 통합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고 이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션을 넣자고 해서 추가로 넣은 거거든요.
그래서 ‘WHO 전략이 바뀌었네? 그래, 바뀌었군.’ 이게 아니고 그 전략을 바꾸기까지의 과정, 그다음에 그 전략이 갖고 있는 가치(를 볼 필요가 있죠.) 통합의학, ‘integrative medicine’ 이거를 의과대학에 넣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의사들이 TCIM에 라이센스를 갖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의과대학 안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볼 필요가 있고요. 그 밖으로 얘기를 하면 한국 한의학은 통합 교육을 하고 있냐, 의사들이 침 배우고 약초 배우고 하면서 holistic therapy에 대한 관점들을 가져가며 통합해 가는데, 그럼 한국 한의사들은 통합 교육하고 있냐, 바이오 메디컬의 내용들을 우리가 충분히 갖고 가고 있느냐에 대한 것들도 한번 보자는 거죠.


Q. 세계 사회에서 한의학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걸 더 살리고 넓히려면 어떤 변화나 대비가 한의학계 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에 ’DO’라고 있거든요.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라고, 전통 의학에서 출발한 holistic한 진료를 하는 닥터가 있어요. 근데 그 닥터는 완전히 지금의 미국 의사 체계 내로 들어와 있어요. 이 의사들은 들어가는 대학은 다른데, 이제 레지던트 수련까지 다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의사예요. 이 의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한 70년 정도 걸렸고, 복잡한 과정이었는데요. 의사가 한 2천 시간 정도 교육을 하는데 DO들은 2200시간 정도를 배워요. 의사가 배우는 것에 200시간 정도를 추가로 배우는 게 이제 ‘holistic approach’들인 거죠. 기본 의사가 하는 걸 하고 그 다음에 추나라든가 이런 걸 배워서 하는 거예요. 그게 아까 얘기했던 biomedicine medical school에서 통합 의학을 가르치는 내용도 그 정도예요.
한국 한의사들이 한의학만을 배우고 한의학만을 해서 의과랑 경쟁하겠다라는 게 기존의 한의사들의 전략이었어요. 한의학만 배워도 의사랑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지금의 전략은 의사만큼 배우고 ’add’를 하자는 거예요. 그게 지금의 WHO의 정신이기도 하고 한의사가 가지고 있는 미래상이지 않을까 해요. 의사가 배우는 내용을 안 배워도 그게 한의학으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 이런 전략이 기존의 전통 한의학의 전략이라면, 의사가 배웠던 걸 배우고 거기에 add을 하는 방식이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요? 그 add와 specialty는 다른 거잖아요. 지금은 다 5년에서 7년 사이에 졸업하고 전문의를 따잖아요. 근데 외국도 그 전문의가 일차 의료 전문의가 있고, 내과 전문의가 있고요. 내과도 고혈압 전문 이렇게 나뉘잖아요. 졸업 이후에 스페셜티를 뭘로 가져가냐고 했을 때, 우리는 한의학을 스페셜티로 가져가는 그런 개념으로 우리가 한의학을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해요. 이게 통합 교육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의사는 기본을 배우는 인턴까지가 기본이잖아요. 그 이후에 이제 수련을 하고, 수련 과정에서 뭘 선택하느냐고요. 외국은 인턴까지는 베이직으로 두고 수련도 필수잖아요. 수련을 해야 ‘practical medical license’를 받는데, 이 수련 과정에서 뭘 ‘add’하느냐 이게 메디컬 스쿨의 기본이죠. 그리고 우리가 (의사들이) 베이직하게 배우는 걸 배우지 않고서는 어떤 의사랑도 경쟁이 안 된다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전문 분과의 하나처럼 되는 걸까요?


라이센스의 문제는 다르죠. 그렇지만 아까 얘기했던 일차 의료 영역에서 당뇨 고혈압 관리를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가 핵심인데 이 베이직을 배워야 그렇게 전문가로서 활동이 가능하니까요. 그걸 하지 않고 한약으로, 오적산으로 당뇨 고혈압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는 시대적인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죠.
우리가 병원에서 수술하겠다는 건 아니잖아요. 일차 의료를 하겠다고 하면 일차 의료 basic을 배웠느냐에 추가해서 한의학적인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의학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거라는 거죠.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Q. 정책 관련 진로로 진출을 하고 싶은 한의대생들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에는 너무 학력 인플레가 심해졌잖아요. 박사나 이런 게 기본이 되어서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요. 근데 세상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거를 좀 많이 보고 들을 필요가 있다 (생각해요). 요즘은 책들이 다 낡아서 책에서 접하는 정보보다는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들이 더 많기는 한데요. 세계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특히 아까 얘기했던 의대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내용들을 배우고 있는지 이런 식으로 내가 처해 있는 상황들을 자꾸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는 그런 훈련들이 필요해요. 공부 많이 하고 역량을 많이 쌓는 건 좋은데, 워낙 가짜 정보도 많고 뭐가 옳은지를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 내용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데까지가 이제 한 석사 정도라고 봐요. 석사가 되기까지는 이 말을 들으면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정도는 알 수 있는 정도고요. 그다음에 이제 내 전공 분야를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그러한 지적 훈련도 좀 필요하죠.
말이 석박사고요. 학교의 과정과 트레이닝 과정과 나의 어떤 전문성을 쌓아가는 과정은 다른 거잖아요. 그래서 이걸 저는 커리어를 닦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커리어가 이제 외적인 커리어가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제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게 석박사거나 수련이거나 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갖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요. 보건학이라든지 뭔가 이제 학문적인 태도를 가지고 봐야 이게 가짜 뉴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Outro]


Q.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UP)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DOWN), 그리고 그 극복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모르겠어요. 사람은 대부분은 현재를 제일 힘들어하고, 지나면 미화되기 마련이에요. 오래 살다 보니까 막 두드러졌던 기억보다는 그 순간에 막 힘들었다가도 또 지나고 보니 미화된 것 같아요. 뿌듯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내가 원했던 제도, 내가 추진했던 일이 성취가 되는 게 제일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장기/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한의약이 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게 목표예요. 그러면 ‘한의학이 의료 아니야?’ 이럴 수도 있는데, ‘한의학을 지금 정부가 일차 의료에 활용하고 있는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정부가 한약을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실은 누구나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한의사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개선 발전을 위해서 활용되는 게 제일 의미가 있는 목표고, 그걸 위해서는 한의사의 역량과 교육들이 좀 바뀌어야 되고, 제도적으로 일차 의료 같은 데에도 참여해야 되고요. 우리가 정치력을 키워서 제도에 들어가자는 그것들이 일면 타당한 것 같지만, 그러면 우리가 그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그 정도의 충분한 교육을 받고 그것들을 평가받고 있는가를 좀 봐야 돼요. 우리도 그런 역량을 갖추면서 제도에 들어가야 장기 목표인 국민 건강에 이제 한의사가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제도들이 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앞으로 본부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내가 비관적인 사람이라 (웃음) 별난가요? 근데 요즘에는 ‘기후 위기 우울증’ 이런 게 있다면서요. 젊은 사람들이 훨씬 미래를 좀 비관적으로 보지 않나요? 출산율도 떨어지고 기후 위기도 있고, 아무래도 제가 젊었을 때보다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정보가 너무 많은 그런 문제도 있을 거고요.

근데 저는 뭔가를 아주 바꾸는 혁신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면서 사는 게 좋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주 강렬한 확신이라든가 이런 게 굳이 없어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나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미래가 꼭 낙관적이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거나 그거를 목표로 하면 오히려 힘들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좌우명까지는 아닌데 제가 되게 좋다고 생각하는 말이 ‘진인사대천명’이거든요. 포기하자는 의미가 아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진인사’밖에 없어요. 그러면 이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랬을 때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천명’이라는 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요. ‘내가 손 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 ‘진인사만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살죠, 항상.

Q. 대만드가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후배 중에 ‘럼킥스’의 정예원이라고 펑크 그룹 하는 친구가 있는데, 해외에서 엄청 인기 있어요. 해외에서 맨날 공연 다니는데, 맨날 쉴 때는 진료하고 밴드와 병행하고 있어요. 이 친구보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경우는 없을 거예요. (웃음)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바탕으로 한의학 정책을 선도하고 계시는 이은경 정책본부장님과의 인터뷰는 통합 의학 속 한의학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을 공유해주신 이은경 한국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Interviewer. 카피바라, 낙타

Writer & Editor. 카피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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