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고치려면, 암만 보면 안 됩니다”
암은 보통 특정 장기의 병으로 이해된다. 폐암이면 폐, 간암이면 간, 유방암이면 유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김지호 한의사는 암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본다. 암 자체만 떼어내어 바라보기보다, 환자의 몸 전체와 삶의 조건, 그리고 그 안에서 무너진 균형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이번 인터뷰에서는 김지호 한의사가 암 치료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한의학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약력]
-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중퇴
- (전)글로벌인터넷비지니스 총괄 부사장
- 동의대 한의학과 졸업
- (전)신갈백세암요양병원 병원장
- 메디람한방병원장
- 임상통합의학암학회 부회장
- 대한암치료병원협의회 총무이사
- 미국암연구협회 AACR 회원
- 유럽임상종양학회 ESMO 회원
- 대한암한의학회 회원
INTRO | 암을 계기로 한의학에 들어오다
Q. 안녕하세요, 원장님.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원래 IT 벤처 분야에서 일하다가, 부모님께서 암으로 돌아가시면서 서른다섯 살에 동의대 한의대에 진학했습니다. 07학번으로 입학했고, 암 환자를 본 지는 지금 13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 2020년에 메디람한방병원을 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6년 차이고, 암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병원입니다.
Q. 부모님의 투병 경험이 지금의 길로 이어졌다고 하셨는데요. 당시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암 치료를 공부하게 되셨나요?
A. 2003년 당시에는 보호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고 치료법을 알아보면서 여러 방법을 직접 찾아보고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옻나무 추출물 연구로 알려진 최원철 교수님을 찾아뵙기도 했고, 중국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가족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 중의학의 연구 규모였습니다. 중국 약국에는 한방 항암제가 굉장히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고, 임상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제도적인 기반이 연구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천연물 기반 항암제의 역사였습니다. 실제로 항암제인 탁솔(Taxol)은 주목나무에서, 이리노테칸(Irinotecan)은 희수나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자연물에서 유래한 치료 전략이 의학 발전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특히 저는 여러 성분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 천연물’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강황에서 커큐민만 단일 성분으로 추출해 사용할 경우, 자연 상태에서 나타나는 효과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다양한 성분이 네트워크처럼 상호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네트워크를 통째로 활용하는 복합 천연물 접근이 더 중요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보호자 시절부터 접하면서 암과 치료를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을 살리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지만, 그 문제의식이 결국 한의대 진학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암 치료를 계속 공부하게 만든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암을 보는 방식 | 암만 보면 안 됩니다
Q. 처음 암을 공부하셨을 때와 지금은 관점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A. 처음에는 기초 의학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 효과가 있는지보다는 “이게 좋다더라” 하는 정보에 기대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의대에 들어가고 졸업 이후 임상을 하면서 방향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어떤 치료든 “왜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가”, “이게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먼저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인체를 하나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보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보는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실제 환자를 보다 보면 영양 상태, 염증, 스트레스, 심리 상태, 종양 미세환경 같은 요소들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암 자체만이 아니라, 암이 생기고 악화되는 몸의 조건까지 같이 보려고 합니다.
Q. 그래서 “암을 고치려면 암만 보면 안 된다”는 말씀으로 이어지는 걸까요?
A.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암은 특정 장기에 생기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전신적인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분은 가족 돌봄 부담과 생활 스트레스가 매우 큰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도 중요했지만, 먼저 생활 환경을 정리하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그런 변화 이후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간 뒤 어려움을 겪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겪으면서, 암은 세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와 연결된 질환일 수 있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의 생활, 심리, 영양 상태까지 함께 보려고 합니다.
진료 철학 | 공생의학이라는 틀
Q. 요즘 원장님의 일주일 루틴이나, 바쁜 일정 속에서도 꼭 지키는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요즘은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AI의 도움을 받아 두 권의 책을 쓰고 있는데, 하나는 암 관련 책이고 다른 하나는 ‘공생의학’이라는 철학적인 책입니다. 의학의 패러다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공생의학이라는 틀을 바탕으로 환자를 평가하는 새로운 인덱스 체계도 만들었습니다. 여러 지표들을 정리해서 AI와 함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진료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목표는 환자 상태를 좀 더 표준화하고 정량적으로 이해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환자를 보다 보니, 지금은 약 120개의 항목을 정리하고 이를 12개의 핵심 지표로 묶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인체가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본다면, 치료 역시 그런 복잡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 12가지 지표는 AI 분석을 통해 발견된 것인가요, 아니면 원장님이 직접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신 건가요?
A. 기본적인 가설은 제가 세웠고, 그걸 바탕으로 AI 모델을 약 6개월 정도 학습시키면서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공생의학에서 제가 핵심으로 보는 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바이옴, 두 번째는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예를 들어 암 덩어리 안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합니다. 이런 현상을 ‘온코바이옴(Oncobiom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미생물 생태계와 세포 에너지 대사의 중심인 미토콘드리아가 암과 만성 질환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보고 있습니다.
Q. 공생의학이라는 개념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기존 의학에서는 보통 세포 → 조직 → 기관 → 인체 순서로 인체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현재 의료 시스템도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처럼 기관 중심으로 분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 단위로만 사람을 보면 인체 전체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만성 질환은 이런 방식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피터 아티아의 《질병 해방》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합니다. 거기서는 의학을 세 단계로 나누는데,
의학 1.0: 항생제 이전의 경험의학 시대
의학 2.0: 수술, 백신, 스테로이드, 항암제가 등장한 현대 의학
의학 3.0: 개인 맞춤형 예방의학
현재 의학은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급성기 질환에는 강하고 만성 질환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책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은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를 사용하면 장내 균총이 크게 교란되고, 수술 이후 환자의 면역 상태도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내 생태계를 회복하는 접근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Q. 공생의학과 항노화는 어떻게 연결된다고 보시나요?
A. 저는 우리 몸을 하나의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지구도 하나의 생태계인데 인간이 그것을 파괴하고 있듯이, 우리 몸의 생태계도 인간이 계속 파괴하고 있다고 봅니다. 강력한 급성기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그리고 초가공식품이나 과도한 육식, 유제품 중심 식이가 몸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거죠. 그래서 중요한 것은 몸이 하나의 생태계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입니다. 저는 그 복원의 핵심을 미토콘드리아와 마이크로바이옴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가 회복되면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되고, 그런 점에서 공생의학은 항노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Q. 장내 미생물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요.
A. 네. 저는 장내 미생물의 ‘종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내 균총을 복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600종 정도의 유익균을 활용하는 접근도 연구해 왔습니다. 시중 유산균 제품이 보통 몇 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다양한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항생제, 스테로이드, 항암제 같은 강력한 치료는 분명 필요하지만 동시에 몸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부작용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공생의학이라는 틀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Q. 이 이론은 언제부터 구상하신 건가요?
A. 뼈대는 사실 학생 때부터 있었습니다. 2011년에 본과 3학년 때 유급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오히려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 열린의학회에 들어가서 매주 양방 생리학 책을 20챕터씩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리했던 개념이 ‘가이아 건강론’이었고, 그게 지금의 공생의학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인체를 단순히 세포–조직–기관으로만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포 내부의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세포 밖에서 함께 살아가는 장내 미생물까지 포함한 공생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Q.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완전히 다르게 보신다는 말씀이군요.
A. 맞습니다. 저는 인체를 종종 컴퓨터 시스템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 커널 · 시스템 소프트웨어 레벨
→ 미토콘드리아, 마이크로바이옴
* OS(운영체제) 레벨
→ 면역계, 호르몬계, 자율신경계
* 네트워크 레벨
→ 신경계, 혈관계, 림프계
* 응용 프로그램 레벨
→ 각 장기
현대 의학은 주로 마지막 장기 레벨에서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만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그 아래의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한의학과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한의학은 상·중·하초 같은 개념이나 맥학을 통해 인체의 순환과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에서의 한의학 | 어디에서 개입할 수 있을까
Q. 원장님은 암 치료에서 한의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한의학의 강점은 단일 표적 치료가 아니라 복합 네트워크 조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항암제는 대부분 하나의 분자 표적을 정밀하게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초기 종양 억제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암세포는 우회 경로(bypass pathway)를 통해 내성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한약의 복합 천연물은 수십~수백 가지 성분이 동시에 여러 경로에 작용합니다. 이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종양 미세환경 전체를 조절하는 데 적합한 구조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런 접근을 '네트워크 약리학(network pharmacology)'이라고 부르는데, 한의학이 수천 년간 해온 복합 처방이 사실상 네트워크 약리학의 원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장내 미생물과 한약의 관계입니다. 한약 성분의 상당 부분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대사되어야 약효가 나타납니다. 인삼의 진세노사이드가 프레보텔라(Prevotella) 같은 균에 의해 활성형으로 전환되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이것은 제가 연구하는 공생의학의 관점과 직접 연결됩니다. 환자의 장내 생태계가 무너져 있으면 한약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장내 생태계를 먼저 복원하면 한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약 처방 전에 장내세균 검사를 함께 고려하고, 종 다양성을 높이는 접근을 병행합니다.
결국 한의학이 암 치료에서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종양 미세환경과 암 줄기세포를 겨냥하는 복합 천연물 전략. 둘째, 항암 치료 부작용 관리와 면역 회복. 셋째, 장내 생태계 복원을 통한 치료 기반 강화. 이 세 가지가 대학병원의 수술·항암·방사선 치료와 보완적으로 결합될 때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실제 진료에서는 한의학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시나요?
A. 한약을 단순히 컨디션 보강이나 면역 보조 정도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암 효과 자체를 목표로 처방하기도 합니다. 다만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암 덩어리를 보면 내부 구조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초기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cytotoxicity) 측면에서는 천연물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일 수 있습니다. 대신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나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을 타깃하는 방향에서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줄기암 세포를 겨냥하는 처방과 종양 미세환경을 고려한 접근을 함께 사용합니다.
동시에 환자의 상태도 같이 봅니다. 예를 들어 간 기능을 보완하거나 소화를 돕는 처방, 그리고 인경약(引經藥) 등을 상황에 맞게 조합합니다.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단계에 맞춰 어떤 목표로 치료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 이 분야를 공부할 때 알려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자습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자료와 논문을 많이 봤는데, 관련 연구량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단순한 보조 치료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표적을 보고 한약을 쓸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대학병원 치료와는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A. 저는 대학병원 치료와의 병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항암제는 세포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초기 암세포를 죽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항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연치료만을 고집하는 것도, 대학병원 치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에서의 암치료는 통합적인 관리에 가깝습니다. 수술, 항암, 생활 관리, 그리고 한의학적 접근을 환자의 상황에 맞게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임상에서 보면 여러 접근을 함께 활용하는 환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약에 대한 인식 | 위험하다는 오해는 어디서 생길까
Q. “암 환자가 한약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A. 그런 인식에는 오해가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전문 의약품용 한약재와 건강원에서 임의로 달여 먹는 약재가 충분히 구분되지 않으면서 생긴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전문 의약품용 한약재는 식약처 기준에 따라 관리됩니다. 반면 건강원에서는 식약 공용 한약재를 임의로 섞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약초를 함께 달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가 이런 것을 먹고 간 손상 같은 문제가 생긴 뒤 병원에 가서 “한약을 먹었다”고 말하면, 그 경험이 전체 한약에 대한 인식으로 일반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한의계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한약을 사용할 때는 환자의 상태나 병용 약물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한의대에서 배운 지식은 실제 암 임상에서 어떻게 연결된다고 보시나요?
A. 저는 한방 생리학과 양방 생리학을 연결해서 이해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그러면 그 결과를 한의학적인 시각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양방은 기본적으로 장기나 수치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의학은 전신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방 생리–양방 생리, 한방 병리–양방 병리를 연결해서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방 생리학, 병리학, 방제학은 임상에서 중요한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장내세균총과 식이
Q. 메디람에서 식이 관리를 중요하게 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식이는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자연식 중심의 식단을 권하려고 합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술 직후인지, 항암 치료 중인지, 소화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접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암이 좋아하는 영양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훨씬 빠른 속도로 사용합니다. 특히 과당이나 동물성 식품이 많아지면 세포 분열에 필요한 재료가 공급되기 때문에 종양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암이 몸에 남아 있는 환자들에게는 가능한 자연식 위주의 식이를 권하고 있습니다.
다만 식이요법만으로 암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식이는 치료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치료 전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Q. 퇴원 후에도 식이 관리를 이어가시나요?
A. 네. 저는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있는 채팅방을 만들어 관리합니다. 그 안에서 식이 자료나 생활 관리 자료를 공유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환자분들은 막연한 원칙만 들으면 실제 생활에서 적용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식이 영상이나 자료를 공유하고, 환자의 상황에 맞는 식품이나 생활 관리 방법을 함께 안내합니다. 치료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지속적인 코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장내세균총, 즉 마이크로바이옴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장 환경이 인체 면역과 회복력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장내 미생물은 단순히 “유산균을 많이 먹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종 다양성과 생태계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제품들이 몇 가지 균주만을 강조하지만, 실제 장내 환경은 훨씬 복잡한 생태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균의 개수보다 종 다양성(microbial diversity)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에서는 음식, 생활습관, 약물 사용 등의 영향으로 장내 생태계가 쉽게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내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 만성 질환이나 암 치료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약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는 어떻게 보시나요?
A. 저는 한약과 장내 미생물이 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약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약효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한약이 장내 환경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삼의 경우에도 장내에 프레보텔라(Prevotella) 같은 균이 충분히 있어야 활성 성분이 잘 분해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약효가 잘 나타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는 한약 처방을 할 때도 장내 미생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관점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장내세균 검사를 활용하거나 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실제로 장내 미생물 환경을 확인하거나 관리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계신가요?
A. 병원에서는 장내세균 검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CJ 바이오사이언스의 장내세균 검사를 사용해서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장내 미생물의 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접근도 함께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유익균을 포함한 제제를 활용하거나 장내 생태계 자체를 회복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제제의 경우 600종 정도의 유익균을 포함하고 있어 장내 미생물의 종 다양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운영 철학 |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
Q. 메디람한방병원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둔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A.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치료율이 높은 병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제도적으로 아직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임상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고민해보자는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 예로 고압산소치료도 도입했고요. 결국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치료의 방향과 질이었습니다.
Q. 그런 목표를 병원 전체가 함께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계신가요?
A. 저희는 치료 사례를 직원들과 자주 공유합니다. 환자가 좋아지는 과정을 함께 보면, 병원에서 일하는 구성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조직 운영 면에서는 비교적 팀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위계 중심 조직이라기보다, 팀장들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저는 병원도 결국 치료만으로 움직이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문화를 만들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동료 원장님들과 함께 병원을 운영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같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오래 알고 지낸 관계라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학교 때부터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고, 졸업 후에도 각자 암 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계속 교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을 만들 때도 단순히 사업 파트너라기보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사람들과 시작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는 동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보다도 ‘목표를 얼마나 공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라는 공통된 방향이 분명하면, 조직 안의 갈등도 훨씬 줄어듭니다.
환자와 보호자 | 장기전에서 신뢰를 만드는 방식
Q. 실제로 한 분 한 분을 보는 시간이 꽤 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 초진 때는 보통 한 시간 정도 보고, 입원할 때도 다시 한 시간 정도 봅니다. 저는 대학병원 진료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이유 중 하나가 진료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는 이 환자가 왜 암에 걸렸는지, 최근에 왜 악화됐는지, 어떤 생활 배경이 있는지까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배경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담 시간이 긴 편입니다.
Q. 보호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제가 암 환자의 보호자였기 때문입니다. 보호자 입장이 되면 궁금한 것도 많고, 치료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한다는 답답함도 크게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설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방향이나 선택지, 앞으로의 과정 등을 보호자와 함께 공유해야 환자도 훨씬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히 치료를 하는 역할뿐 아니라, 복잡한 치료 과정을 함께 정리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Q. 실제로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A. 많은 환자들이 항암 치료나 대학병원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힘들어합니다. 또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굉장히 큽니다. 실제로 환자분들을 보면 이런 불안이 치료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약이나 시술만이 아니라, 환자가 “내가 호전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호전된 사례를 보여주거나 생활 관리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Q. 심리적인 부분도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보시는군요.
A. 네. 저는 심리 상태가 치료 과정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어떤 설명을 듣고, 어떤 기대나 두려움을 가지고 치료를 받아들이는지가 치료 과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심리 상담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별도의 상담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심리 상담을 담당하는 팀장이 있고, 상담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암 치료는 약물이나 시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OUTRO | 높은 목표를 가진다는 것
Q.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후배 한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A. 저는 무엇보다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암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그 목표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평생을 해도 끝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평생 해도 다 못 할 정도의 목표를 세워야 중간에 지치지 않습니다. 목표가 너무 작으면 어느 순간 허무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예전에 목표를 이루고 나서 방향을 잃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목표를 훨씬 크게 잡으려고 합니다.
Q. 그런 목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계기가 있는 일이 지속가능한 동력이 됩니다. 저는 부모님의 암 투병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을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취미가 일이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자신과 연결된 이유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Q. 진로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저는 돈을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피부가 잘 되니까 피부를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금방 지치게 됩니다. 반대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따라가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쫓기보다는 자기가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한의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 지금까지는 암 치료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공생의학이라는 틀을 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항노화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앞으로는 암 치료뿐 아니라 항노화 분야까지 함께 연구하고 임상을 확장해 보고 싶습니다.
Interviewer : 담비, 사자, 꽁치, 벨루가
Editor&writer: 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