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인터뷰]철인3종경기선수 정나래 한의사
한의사, 철인3종경기장으로 달려나가다
Q. 원장님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서초나래한의원 원장 정나래입니다. 개원의로 진료하면서 우리나라 철인 3종 중장거리 프로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인 3종 경기는 실업팀이 있고 체전을 위해 구성한 팀이 있습니다. 전에는 세종시 팀에 3년 있었는데 현재는 강원도 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원장님의 일주일 일정이 궁금합니다!
A.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제가 한의원에서 근무하고 금요일에 진료하시는 선생님이 따로 계십니다. 월요일 수요일은 오후에 야간진료를 하기 위해서 점심시간 없이 쭉 하고 있습니다. 주로 퇴근하신 분들이 오셔서 8시 30분~ 9시까지 바쁜 편인 것 같아요.
훈련은 때마다 달라요. 월요일은 컨디션에 따라 운동을 쉬어가기도 하고, 자율적으로 조절합니다. 주로 수요일, 금요일에는 자전거와 달리기 훈련을 하고 금요일에는 자전거, 달리기, 수영 훈련을 합니다. 화요일 목요일은 필요에 따라서, 쉬었다가 실내 사이클과 달리기 훈련을 병행합니다.
Q. 운동과 진료로 일주일이 꽉 차 있네요.
A. 네.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숨도 쉬기 힘들어요(웃음).
정나래 한의원의 진료시간표는 운동을 향한 열정에서 비롯된것 같습니다. >정나래 한의사 약력
2011년 2월 원광대학교 졸업
2011년 무의도한방병원, 2012년 연세요양병원, 2014년 춘천요양병원, 2017년 용인백세요양병원 진료
2019년 서초나래한의원 원장
>정나래 선수 철인3종 경기 이력
2016-8년 전국체전 세종시 대표 2019년 전국체전 강원선발
2016년 ironman hubei70.3 age 3위
2017년 ironman 챔피언쉽 하와이 출전
2018년 ironman Danang 70.3 아시안엘리트 2nd.
2019년 고성 ironman70.3 번외경기 출전. 1st
KTF장거리 시리즈 홍성 O2대회 여자 엘리트 1위
운동에 입문하기까지
Q.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저는 원래 학생 때부터 복싱 선수로 등록하고 대회도 나갔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어요. 졸업하고 3년 차에 철인 3종 경기가 있길래 친구랑 두 번 정도 호기심에 출전한 경험도 있고요. 처음에는 흔히 말하는 완주가 목표인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저에게 ‘전국체전에 나가보지 않겠냐, 너무 늦지 않게 완주만 해봐’라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급하게 대회준비를 하고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3개월 연습한 초짜치고는 괜찮은 성적을 거뒀어요. 이를 계기로 그해 겨울부터 정식으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시게 됐나요?
A. ‘처음에는 하는 만큼 해보자’라는 생각이었는데, 기량이 올라가다 보니 보이는 게 더 많아지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철인 3종 프로의 풀이 워낙 작아서 조금만 하면 1등 할 수 있어서 더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뿐더러, 선수 출신들은 새로운 훈련방법을 잘 연구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새로운 트레이닝 기법, 기술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동호인들을 가르치거나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겠다면 그에 맞는 기술이나 자격을 갖춰야 하니까, 나는 프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경기에서 선두로 들어오는 정나래선수의 모습입니다 Q.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장님은 운동에 소질이 원래 있으신 것 같아요. 한의대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운동을 잘했고, 운동 쪽으로 권유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대학에 들어갈 당시에, ‘운동은 노는 애들이나 하는 거다.’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그래서 선택을 운동 쪽으로 하기 힘들었죠. 그리고 저는 남이 시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검정고시 보고 한의대 왔어요. 아마 운동했어도 그 당시 사회 분위기로는 잘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사실 한의대에서 뭐 배우는지 모르고 들어왔어요. 언니가 의대를 갔는데 똑같은 거 하기는 싫고 부모님 집에도 이제 그만 살고 싶고, 그래서 한의대 왔습니다.
Q. 한의대생으로서의 원장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A. 저는 풍물 동아리를 했어요. 술 먹고 놀고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풍물 치고 그랬죠. 그리고 당시 2004년, 2005년에 집회 판에도 나가고 사회생활을 구경한 것 같아요. 공부는 못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당시 저를 좋게 보시는 분들은 ‘정의롭게 사는 것 같다. 하지만 걱정되니 남들 하는 대로 살면 어떻겠냐’라는 반응이었고,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은 ‘특이하다, 우려스럽다’ 는 반응이었어요. 4~5년간은 지방 선거하면 쫓아다니고 풍물치고 전수관에 방학 한 달씩 있고, 다른 과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그렇게 지낸 것 같아요.
학창시절의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처럼 솔직하고 당당한 정나래 선생님을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나 봅니다! '운동선수'와 '한의학'을 하는것
Q.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에도 술기, 기기 등이 반영된 부분이 있나요?
저는 운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추나를 자주 합니다. 추나 할 때 체중 이동이 중요하지, 힘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 레슬링도 했어서..(웃음)
또, 운동선수로서의 경험이 주는 장점은 운동선수 환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운동하는 환자들이 병원을 잘 안 가는 이유는 뛰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에요. 이 환자들의 목표는 중요한 대회에 출전하는 건데, 호전될 때까지 ‘운동하지 마세요.’ 이렇게 얘기하면 그 환자는 좌절하는 거죠. 저는 그런 환자들의 목표에 더 공감할 수 있으니까, 환자와 치료에 대한 협상을 할 수가 있죠. 또, 운동 특유의 자세를 다른 한의원에서는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단거리, 장거리를 할 때 저도 다른 원장님들께 진료를 받아보지만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접근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운동했던 경험 덕분에 환자들과 소통이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제품과 안 맞지만 보충제는 먹어야 하는 선수들이 보충제에 관해 물어볼 곳이 사실 별로 없어요. 그런데 제가 식품이나 약학을 전공하진 않았더라도, 생리학을 공부했으니까 알아봐 주기 쉽고 그들의 언어로 설명해주기 쉬운 거죠.
저는 한의사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미세한 감각과 운동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운동을 배우는 것이 체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침을 놓고 사람의 몸을 접하는 감각을 키우는 데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몸을 쓰는 게 특기고 감각이 발달하다 보니, 이 점이 치료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랑 궁합이 맞는 환자들만 와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치료율은 높은 편이에요.
Q. 주 환자층이 운동선수인가요?
A. 네. 선수이거나 아마추어로 마라톤 클럽이나 수영 동호회나 철인 3종을 하는 선수들이에요.
Q. 일각에서는 ‘여자한의사는 힘이 없어 추나 안 한다’라는 말들도 있는데, 원장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레슬링을 하세요. 요즘 여자 코치들도 있어요. (웃음) 몸을 쓰는 배워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돼요. 강의랑 이론은 돈만 주면 다 배울 수 있어요. 그러나 몸을 쓰는 감각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익히는 게 가장 좋아요. 제 식대로 하면, 운동을 꾸준히 하나를 배우는 것, 그것이 체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침놓고 사람의 몸을 접하는 감각을 키우는데 좋다고 생각해요. 잘하던 못하던,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주로 추나베드에서, 운동선수들을 치료하신다고 합니다 Q. 그렇다면 운동선수들이 바라보는 한의학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A. 잘 모르겠어요. 100% 신뢰하기보다는 보조적인 치료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정형외과 진단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몸의 감각이 예민한 분들은 한의학이나 한의원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요. 화학제품을 안 쓰고 몸을 전반적으로 바라보고 구석만 보지 않는 면을 신뢰하는 편이에요.
Q. 운동선수를 치료한 경험들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A. 제가 명의가 아니라서 갑자기 나았다는 이런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 사례를 들자면, 동아 마라톤이라고 겨울에 하는 큰 대회가 있는데, 사람들이 겨울에 근골을 유동하면 안 되는 시기에 뛰어다니니, 불면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한겨울에 그렇게 뛰어다니니까 두근거리고 심번이 오는 걸 설명해주고, 그 계통 약을 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깊이 잔다고 얘기를 해요. 또 족저근막염이나 건염 때문에 진이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완주환’. ‘업힐환’이라는 약을 써요. 다른 한의원에도 ‘달리그라’같이 이름 붙인 약들이 있어요(웃음).
Q. 쿼카) 저도 로드바이크를 즐겨 타는데요, ‘업힐환’, ‘완주환’의 적응증은 무엇인가요?
A. 업힐환은 업힐(자전거 타고 오르막 올라가기)하기 힘들 때 먹는 거고, 완주환은 완주하기 힘들 때 먹는 거죠.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웃음). 완주환은 보중익기탕에 소화기계약들을 향사육군자탕이랑 향사평위산을 섞은 거예요. 약간 저심박인 분들은 심박이 약간 올라가 있을 때 안정되고 속이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어요.
업힐환은 마황, 작약, 감초, 그리고 향사, 모과 등이 들어가서 근육 강직을 타깃으로 처방해요. 예민한 사람들에겐 지통효과가 있더라고요. 야간 레이스 뛰는 사람들 말로는 잠이 확 깨고 통증이 덜해진다고 해요.
운동과 한의학을 병행하는것에 대해
Q. 졸업 후에도 원장님처럼 운동을 같이하고 싶은 한의대생에게 조언해주실 수 있나요?
A.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제가 학생일 때만 해도 빨리 자리 잡고, 자식 잘 먹여 살리고, 빨리 은퇴하는 게 꿈이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일만하고 에너지를 환자에게 주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진짜로 일과 더불어 취미가 자기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에너지를 어디선가 받고 쓰고, 쓰고 받고가 딱 잘 맞도록, 에너지를 돌릴 수 있는 취미가 일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한의사들이 약간, ‘내가 그래도 한의산데..’ ‘그래도 이 정도는 벌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농사를 배우고 싶어서 농사를 지리산 대안학교에 배우러 가기도 했어요. (웃음) 뭐든 하면 되는 것 같아요.
또, 취미나 동호회생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다양한 사회생활을 해 보고 선거판에 있어보고 NGO단체 생활도 해봤다 해도, 저도 한의사들만 있는 세상에서 평생 사는 사람이니, 그 물이 그 물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다른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을 만나면 좀 자극받는 게 있죠. 먹고 살 방법도 고민도 하게 되고. (웃음)
'하고 싶은일을 하라'는 짧고 굵은 말에 감명을 받은 펭귄, 쿼카와 정나래원장님의 모습입니다 Q. 원장님의 앞으로의 계획과 원장님의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합니다.
A. 저의 계획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지만, 그만큼 계획대로 안 되었을 때 좌절이 큰 편이에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취직하면 끝이 안 좋았고, 지금도 몇천만 원짜리 소송 걸어놓고, 대회도 하려면 몸이 좀 상할 때도 있고, 개업도 했는데 망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이미 한의사나 전문직이 많으니까, 말 그대로 그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종목 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내가 다른 의사들보다 조금 더 할 게 있겠지?’ 하는 자신도 있고요. 지금 우리 한의원 환자들을 보면 다 젊은 분들이 와요. 이분들은 심지어는 침도 안 맞아본 분들도 많고, 유일하게 물어볼 사람이 저예요. 이 젊은 환자들과 제가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 커뮤니티가 커지면, 예를 들어 환자가 승진했는데, 한약이나 지으러 가볼까 하는 생각들이 생기게 되면, (웃음) 저도 같이 성장하는 거죠. 이렇게 환자들과 같이 성장하고 싶어요.
이것 말고도 환자들에게 뭔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여러 번 시도 해 봤는데, 언어에 재능이 없더라고요. (웃음) 아무튼 이 바닥에서 잘 먹고 잘살고 싶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인데요,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 뵐 분으로 추천해주실 분이 있나요?
A. 원광대 출신 허명석 선생님이요. 열정이 있는 친구고 현재는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방배동 사라한의원을 하시는 김사라 원장님이요. 보디빌더로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어요.
Interviewer : 펭귄, 쿼카
Writer & Editor : 펭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