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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r 29. 2022

교사에서 한의학 교육실로, 한상윤 교수님 (1탄)

한의학교육실 최초의 전임교원, 한의대 교육을 말하다

대만드가 이번에 찾아뵌 분은 한상윤 교수님입니다. 교대를 졸업하시고 한의대 진학 후 현재 한의학교육실에 계신, 교육 전문가의 아우라가 가득한 분이신데요!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의 한 카페에 방문했습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는 교수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한상윤 교수님 약력]

- 서울교육대학교 졸 (학사)

-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졸 (한의학석사)

-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 한의학과 졸 (한의학박사)

- 現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교육실 조교수

- 前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 前 다솜채한의원 원장

- 前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박사후 연구원(Post-Doc.)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의사 한상윤이라고 합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구원, 포스트닥터 과정(이하 포닥)을 밟은 후 현재는 대전대학교 한의학교육실에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상윤 교수님, 반갑습니다 :)

      

Q. 요즘 교수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수원이 집이라 원래는 수원에서 출퇴근을 하다가, 거리가 멀고 번거로워서 대전에 거처를 마련했어요. 새벽까지 작업할 때가 많아서 보통 대전 집에서 자고 출근하는 중이며, 현재 맡은 수업은 3개 정도 됩니다. 의료윤리학, 팀 프로젝트 수업(각 조마다 주제를 잡고 연구와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 등을 맡고 있죠. 그리고 한의학 교육실 업무를 파악하고 각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서 강의를 참관하고 있어요. 4학년 임상실습할 때 5개 과를 같이 돌았고. 임상술기 모의진료 CPX도 참관하며, 바로 어제는 대전대에서 CPX 시험이 있어서 제가 전체적으로 참관을 했어요.      


Q. 하는 일이 정말 많으신데요!     

그래도 전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개원도 했었고 서울의대에서 포닥 과정을 밟았는데 그때는 너무 바빠서 치아가 많이 안 좋아져도 치과 갈 시간이 없었어요. 최근에는 신경치료를 했는데 치과 갈 시간이 나는구나 새삼 느꼈죠. (웃음)   


Q. 국내 최초로 한의학교육실 소속 전임교원이 되셨는데, 전임교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재 가장 큰 역할은 교육과정 개편작업이에요. 대전대에서 교육과정 개편 작업을 통해서 과목별로 분절되어있는 교육과정을 통합교과로 바꾸고자 하는데, 제가 이 작업을 맡게 되어서 올해까지 할 것 같습니다. 크게는 통합교과의 도입으로 요약해볼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임상역량 강화 프로그램, 학생 생활 관리 프로그램, 유급방지 프로젝트, 한의대 교육문화 정착 등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어요. 한의학교육실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몇몇 학교에 한의학교육실 이라는 기구가 존재하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머지않아 모든 학교에 한의학교육실이 설치되고, 한의학교육 전반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대전대학교가 한의대 중에는 처음으로 한의학교육실 소속 전임교원을 신규채용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성과를 내서 대전대 한의학교육을 개선, 발전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동시에 전체 한의학교육에도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교육실 업무에 열심히 임하고 있어요.  

   

Q. 교대를 나오신 후에 한의대에 입학하셨는데, 어떻게 진로를 변경하게 되셨나요?     

원래부터 한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수능을 봤을 때가 9말 0초로 한의대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던 시절이었죠. 수능을 계속 봐도 해마다 아깝게 떨어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수능을 계속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의학 대신 교육으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는 차선책으로 교대를 갔어요. 가서 4년 동안 여러 활동도 하면서 열심히 다녔지만 길을 걷다가도 한의원 간판만 보면 마음이 울렁거리더라고요. 인생이 한 번뿐인데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일단 수능을 여러 번 봤으니 졸업할 때까지는 여기에 최선을 다하고, 졸업할 즈음에도 계속 같은 마음이면 그때 다시 도전해보자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교생실습을 가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러 왔는데, 학생들한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고 교육이 저한테 잘 맞다는 것을 알았어요. 교사도 천직이었는데, 다만 더 하고 싶었던 게 한의사였던 거죠.      

그렇게 교대를 다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부산대에 전문대학원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MEET 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보험으로 LEET도 같이 접수해서 준비했는데 둘 다 결과가 잘 나와서 최종적으로 부산대 한의전에 입학했죠. 한의대를 다니면서 실망하고 의학을 동경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저는 그 반대였어요. 그렇게 원해서 들어왔는데,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어요. 공부하다보니 한의학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다시 태어나도 이 학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답니다.    

    

Q. 교육 관련해서 많은 것을 하셨는데, 관련 내용들이 궁금합니다!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계기가 가까운 지인의 질병 때문이었어서 원래는 임상의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입학해보니 한의대 중 가장 나중에 설립된 학교였고 시설도 좋은 학교라서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교육학을 전공한 베이스가 있기도 해서 제 눈에는 개선할 점 위주로 봤던 것 같습니다. 개인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면 나를 찾아오는 사람에 한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교육을 개선하고 한의사의 역량을 향상하면 학문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고, 수많은 환자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교육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먼저 제가 만들었던 수화 동아리가 있어요. 학부 때부터 장애인 봉사에 관심이 많아서 수화를 배웠었어요. 농인은 아파도 병원을 못 가요. 통역사가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 서울의 환자가 부산까지 내려와서 통역사를 고용한 병원을 찾아가야 해요. 그리고 나한테 오는 환자가 농아인일 때 의료인이 환자를 보지 않고 통역사와만 대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환자가 소외되는 것이 가슴아팠어요. 저는 환자의 눈을 보고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고, 혼자 수화를 오랫동안 배웠었는데 저만 알고 있는 것이 아까워서 수화를 할 줄 아는 한의사가 전국으로 퍼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수화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화교육을 매주 했습니다. 회원도 증가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애착을 가지던 동아리였죠.


그리고 편집위원회 활동을 했어요. 책 읽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고 열심히 하면서 편집장이 되었어요. 당시 전한련의 활동이 일반 학우에게 전달되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한의계의 현실을 알리는 언론기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국 12개 한의대 편집장들 번호를 수소문해서 한의대 언론기구를 만들고 싶다고 알음알음 연락했더니 그 학생들이 전국에서 서울로 모이는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났어요. 종로에서 한의대 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제가 초대 회장을 맡게 되었어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한날한시에 붙이고, 이게 화제가 되어서 한의신문이랑 민족의학신문에서 인터뷰를 하고. 많은 일들을 했었죠.         


부산대에는 본과 4학년 2학기 때 6주 동안 특성화 실습, 4주 동안 선택 실습을 하는 ‘선택 실습 특성화 실습’ 커리큘럼이 있어요. 6주간은 한의의료기관이 아닌 외부기관에서 위탁 실습을 하고, 4주간은 한의의료기관에서 실습을 하죠. 저는 6주간 원래 생각이 있던 서울의대 의학교육학 교실로 갔어요. 운이 좋게 서울의대에서 새 교육과정으로 바뀌던 시즌이라 교육과정이 바뀌는 과정을 접해보고 의대에서는 어떻게 교육하고, 교수님들의 교수법 연구는 어떻게 하고, 트레이닝은 어떻게 시키고 이런 걸 직접 보고 배웠죠. 6주간 같이 작업한 결과물로 공저자 논문도 썼는데, 한의대생이 처음으로 공저자로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잘 봐주셔서 박사과정 진학을 권유해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서울의대를 가도 좋을 뻔했어요. (웃음)        

  

Q. 그럼 생리학 박사신가요?     

학위 전공은 굳이 말하자면 생리학이에요. 부산대는 생리학 교실, 해부학 교실 이런 게 없어요. 50명의 교수가 있으면 50개의 LAB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전공이 아니라 그냥 한의학 박사로 표기됩니다. 부산대에서 한의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서울의대 교수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감사하게도 포닥을 권유해 주셔서 박사 마치고 바로 서울의대에서 포닥을 시작했죠.      

     

Q. 정말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하셨네요!     

짧게 설명하기가 힘들죠(웃음) 교육학과 관련해서는 의학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본 4 특성화 실습 때 봤고, 포닥 과정을 밟으면서 이를 배워서 한의학에 접목하고픈 욕구가 있었죠. 그렇게 시작된 길이 여기까지 왔어요. 한의계는 아직까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요. 사회는 급변하는데, 옛날 방식의 교육이 여기저기 남아있죠. 의대 쪽에서는 교육을 연구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요. 의학교육학에서는 학생의 선발 방식부터 교육, 평가, 어떤 의료인을 배출 양성할지 체계적으로 연구해요. 한의계에는 아직까지 이런 연구가 전무한 수준이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했어요.  

         

Q.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도 의학이 아닌 한의학에 관심이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패러다임의 차이 때문이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사람이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국소적인 접근과 치료에 의문을 가졌었어요. 그 방식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상대적으로 동양적인 패러다임을 가진 한의학이 좋았어요.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저는 한의학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연구할 것이라는 점이에요. 한의학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탄에서 계속됩니다.       


Interviewer. 거북이, 참새, 용

Writer. 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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