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진스 New Jeans

보보스의 아스팔트 asphalt

by 매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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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지 써야지 생각하다가 너무 떠서 더 미룰 수가 없게 된 핫한 그룹, 뉴진스다.


무해함

뉴진스는 무해하다. 외모와 코디가 깨끗하며 그룹원들 사이의 조화도 좋다. 그들에게선 청량함과 풋풋함이 느껴진다. 노래 역시 확 튀는 고음이 없고 자극적이지 않아 오래 듣기에 좋다. 춤추고 즐기기 좋은 장르의 음악을 가져다 아이돌 그룹과 조화시킨 프로듀서의 센스가 정말 돋보인다. 그 덕에 뉴진스라는 그룹과 그 노래는 흥할 수 밖에 없는 조합임에도 흔하지 않고 트렌디하다. 안무도 뉴진스의 무해함에 한 몫 한다. 과격한 동작은 없다시피 하며 뉴진스의 안무에는 유독 귀여운 몸짓이 많이 등장한다.


투명함


뉴진스는 투명하다. 어떤 특별한 가치를 활동에 내세우지 않는다. 뉴진스New Jeans의 이름에 있는 Jeans는 청바지다.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고 언제 어떻게 입어도 괜찮은 바지가 청바지 아니겠는가. 그런 청바지처럼 언제 어디에든 잘 어울리고 쉽게 융화되는 그룹의 특색은 기획 초부터 형성돼 잘 유지가 되고 있다.



뉴진스하면 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밈이란 여러 사람을 거쳐 형성되고 유지되는 문화적 유전자(재밌게도 뉴진스의 진은 유전자gene으로 읽히기도 한다)로써, 대중 문화의 경우 소비자층이 주로 그 제작자이자 전달자다. 즉, 밈은 기획되지 않은 생산물로 밈이 유행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만큼 특정 대중문화가 사랑받았다는 방증이다. 외국으로부터 건너온 컨텐츠인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노래를 듣는지 물어보는 (일명 와쏭) 질문에서 파생된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밈은 중독성 있는 노래와 안무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후에 나온 신곡 OMG는 뉴진스의 늘어난 인지도 덕인지 발표 얼마 후에 바로 밈이 형성됐고 유행한다. 그 외에 뉴진스의 노래는 아니지만 뉴진스가 음악방송에서 원더걸스의 <Tell me>를 커버해 생겨난 '나문희의 첫사랑' 밈도 있다. 이처럼 뉴진스는 짧은 영상이 중심이 되는 틱톡-릴스-쇼츠 시대의 흐름을 잘 탔으며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미디어를 굉장히 잘 활용하는 그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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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앞서 뉴진스의 투명성을 언급하면서 특별한 가치를 전면으로 내세우진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눈에 들어오는 뉴진스의 자기주장은 언어의 활용이다. 뉴진스는 외국 멤버와 한국 멤버가 같이 있는 국제 아이돌 그룹이다. 그럼에도 전 멤버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잘 구사한다.


또 뉴진스는 노래에서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뉴진스의 전 곡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유기적인 연결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한 유튜버가 올린 한국어 자막과 영어자막이 다 같이 올라와 있는 (즉, 노래의 한국어은 영어로 해석하고 영어는 한국어로 해석하는) 뉴진스 노래 영상을 보고 그것을 실감했다.


뉴진스는 노래에서 언어를 당당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Cookie>를 들 수 있는데 공개되자 마자 바로 논란에 휩싸였던 노래다. 영어권에서 쿠키가 여성 성기를 의미하는 속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그룹에서 이 가사는 당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소속사측에서는 CD를 비유한 것(쿠키를 굽는 것처럼 CD를 굽는다)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나는 입장문의 내용과는 별개로 작곡 의도를 이렇게 느꼈다. ❝아무렴 어떤가. 뉴진스는 우리 나라 그룹이고 <Cookie>는 엄연한 한국 노래다. 외국에서 특정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건 무슨 상관이냐.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뜻이 아닌데❞ 한 가지 사례가 더 있다. <Hypeboy>의 하입보이hypeboy도 미국에선 hypebeast; 패션 브랜드에 푹 빠져 온 몸을 장식하는 남자를 의미하지만 곡에서는 분위기를 올리고 같이 있으면 케미가 폭발하는 이성적인 감정이 드는 남자아이로 사용됐다.


뉴트로


뉴진스는 2000년대 초 레트로, 혹은 레트로의 약간의 변형인 뉴트로 컨셉을 하고 있다. 이는 뮤직비디오에서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뉴진스의 뉴트로는 무엇이 다를까? 먼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2000년대는 20년이나 지난 과거이지만 지금과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핸드폰의 기종이 바뀌었고 음악 재생 장치가 바뀌었을 뿐이다. 데이터 저장장치가 바뀌었고 윈도우 뒤의 숫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뉴진스의 공식 우리는 비슷하지만 약간씩 다르게 나타나는 문화양상을 쉽게 상상하고 그것에 적응할 수 있다. 나아가 실제로 과거를 재현하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한데, 뉴진스의 공식 홈페이지는 과거의 windows를 그대로 잘 살렸다.


유행도 20년이면 돌아온다는 법칙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전엔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패션이 시간의 흐름 덕분에 어색하지가 않다. 과거보다 약간 마일드하고 귀여워지긴 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노래가사를 살펴보자. 주로 중고등학생 때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노래하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학교는 많이 바뀌지 않았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떠들고, 방과 후에 같이 놀고, 짝사랑을 하고,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은 뉴트로의 핵심 성공 요인이다.


레트로는 언제나 정답이 되어왔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좋았던 기억만 남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와 어울리는 레트로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뉴진스가 한동안은 다른 시도보다는 이 컨셉에 집중해 여러 활동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룹 이름처럼 새로우면서도 지속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뉴진스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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