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전의 추억

반짝반짝 빛나는

by 박상희

고구마의 추억


어릴 적부터 가장 좋아하던 음식 중에 하나는 고구마전이다.

4대 종손집에 시집온 엄마는 매달 제사를 준비하셨다.

거의 한 달에 두 번에서 세 번의 제사가 있었고, 제사 준비는 엄마에게는 일상처럼 하는 일처럼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전들을 뚝딱 구워내기는 엄마가 신기하기도 했었다.

야채전, 고구마전, 생선전, 육전, 그렇게 많은 전 중에 나는 유독 고구마전을 좋아했다.

제사를 위한 음식을 먼저 정리해두고 약간은 잘못 구워지거나 자투리로 남은 고구마들을 챙겨 누구보다 먼저 나에게 따로 챙겨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엄마는 어릴 적 나를 기억하시고 제사 지내고 난 명절 친정집에 가면 꼭 나를 위한 고구마전을 챙겨주시곤 한다.

엄마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라고 할까. 내게 고구마전은 그런 의미이다.

그렇게 먹던 고구마전, 생각날 때면 고구마튀김으로 해 먹는다.


주말 아침 고구마튀김을 굽는다


주말 아침 그제 시골 부모님이 보내주신 고구마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고구마 하나를 꺼내 흙을 털어내고 잘 깎아 슬라이스를 한다. 소금을 앞뒤로 살살 뿌려 간이 조금 베이게 두었다.

소금을 입히면 고구마의 단맛이 더 살아나기 때문이다,

튀김가루를 꺼내 무심하게 반죽을 한다. 무심하게.. ㅎㅎㅎ

이유는 너무 고르게 반죽하면 바삭함이 덜하다. 그저 차가운 생수에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섞일 정도로만 준비되면 간해놓은 고구마를 퐁당 넣는다.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고구마를 보기 좋게 올린다.

'찌익~' 고구마가 익기 시작한다.

처음은 센 불에 올려야 튀김옷이 더 바삭하게 유지된다.


적정 미학


지금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적당한 두께의 고구마는 익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성격 급한 나는 여러 번 뒤집기를 해봤는데 그러면 정말 바삭하지 않은 고구마전이 된다. 비로소 튀김의 바삭함을 즐기려면 한두 번 뒤집기로 이 작업을 끝내야 한다.

적당히 한 면이 익기를 기다리다 뒤집는다. 노릇하게 익은 면이 하늘을 보면 반대쪽이 익히기 시작한다.

이제 중불로 낮출 시간, 가운데까지 잘 익기 위해서는 중불로 줄인 후 이 고구마를 지켜봐 주기만 하면 된다.

이제 맛있게 익는 시간만 남았다.

바삭한 고구마튀김은 소금의 적당한 간, 적절한 튀김옷, 적절한 온도, 적절한 뒤집기 모든 것이 조화로울 때 비로소 달콤하고 바삭한 고구마튀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고구마 한 박스의 행복


나에게 고구마는 시골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며 그리고 맛있는 시간, 엄마의 마음이 떠오르는 것이다.

잘 익은 고구마튀김과 그리고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케첩 소스, 그리고 따뜻한 라테 한잔이 완성되었다.

주말 아침 조용한 음악과 잘 들어오는 베란다에 앉아 이 맛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주방 베란다에 있는 고구마 한 박스가 보인다.

올 가을과 겨울 이 고구마 한 박스에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 #주말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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