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희 Sep 12. 2018

Part2_02 마흔, 다시 신입이 되다

part2. 슬기로운 여성 생활 02

늦은 신입, 쉬운 길은 없다


새로운 생활, 오랜 직장생활의 패턴과는 다른 생활의 시작이었다.

9시 출근, 7시 퇴근하던 나의 삶은 조금은 자유로운 출근과 퇴근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학교란 새로운 직장의 체계는 익숙했던 10여 년 회사생활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런 상황은 어느 한 가지도 내가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기분이 들게 했다.

쉽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

20대의 젊은 혈기는 없었고 30대를 지나 40대를 바라보는 내게 다가온 새로운 환경이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힘든 시간이었다.

새로운 직장의  늦깎이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 들었고 주어진 작은 일에도 경험치가 없었기에 어느 것 하나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을 시점에도 그 혼란스러운 기분에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얻은 자리였나?’


새롭게 시도해야 한 일들은 낯설었고, 그 스트레스로 지난 회사에 대한 향수까지 느껴졌다. 

직장의 익숙함이 없는 그곳, 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변화와 환경도 사람도 일도 달라진 일은 나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함께 동반했다.


‘이렇게 해서는 답이 없겠다.’ 

‘뭐든 내 방식대로 다시 생각해보자.’


처음 한 달이 지나면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파악을 시작했고 새로운 일들에 대한 현황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강의, 논문, 학회 준비, 학생들과의 프로젝트, 해외 학회를 위한 학생들의 작품 검수, 산학협력을 위한 업체 방문, 상당히 새롭고 다양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처음 접하는 일들은 내게 주어진 것이 맞는 상황인지도 파악하기 힘들었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며 나를 신뢰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 모든 것이 리셋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어렵게 시작한 길이고 내가 선택한 길이고 얻은 기회이다. 


‘그래 기왕 시작한 거 뭐라도 배어야겠다.’

내가 선택한 모든 일에 대한 경험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경험치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에 신입이라는 기분으로 새로운 일에 다시 임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은 그만, 이제 나의 경력에 맞는 방법을 고민하자. 

직장생활에서의 경험치를 새로운 룰들로 변환하여 일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것도 그 경력이니 내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시도해보면 된다.

서른아홉 늦은 나이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기분으로 그해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 후회 없도록


내가 하고자 했던  원하는 일은 생각만큼 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나의 커리어에 남을 일들을 할 수 있을까?’

근무를 시작한 뒤 한 달, 나만의 원칙을 세운다. 


첫 번째,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해외학회를 위한 준비는 생각보다 두배의 어려움이 있었다. 영어로 된 논문을 써야 했고, 또 학회 논문 발표도 준비해야 했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 4시간 동안 나는 영어방송을 들었고 하루 30분이라도 공부시간을 할애했다. 그렇게 새롭게 접하는 학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위해 준비도 시작했다. 

두 번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만들어 가자. 회사에 다닐 때와 다를 바 없다. 나와 핏 되는 과목을 찾아 제안을 하기로 했고, 실무 경력 없이는 생각해내지 못할 현장의 경험을 담은 제안들을 만들어 갔다. 결과 제안은 잘 들어맞았고 새로운 강의도 부여받게 되었다. 

세 번째, 누구에게서든 답을 찾자.

온통 새로이 접하는 일과 프로세스 나 혼자 파악하기 힘든 일은 아래든 위든  누군가에게 묻는 것이 답이다. 회사 다닐 때 갓 들어온 신입들에게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도록 합니다, 그래야 답이 생깁니다.”

“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시간만 소요될 뿐 얻을 것이 없습니다.”


질문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위든 아래든 나보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사람의 말은 경험에서 오는 답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나는 얻을 수 있는 답은 찾고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열면 된다.

같이 일하는 조교, 학생들, 연구원들, 모교 교수님, 그리고 동종 일을 하고 있는 동생의 친구, 나는 수집할 수 있는 많은 루트로 답을 위해  묻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나의 원칙대로 새로운 시작한 일에서 하나씩 만들어가며 나의 새로운 경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다분해 나갔다.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이것 또한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임을 확인하며  나 자신에게 힘을 실었다.

힘듦 뒤에 오는 보람도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함께 하는 기쁨도 하나씩 찾아나갔다.


어떤 경험이든  값진 것이다


두 번째 직업으로 나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일 년은 내가 와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경험들이었고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 준비해본 학회, 교환학생 프로그램, 해외학회 준비, 새로운 강의, 기업 간 프로젝트, 그리고 정부 연구과제  다양한 일들로 일 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리고 하나하나 새로운 일을 해내며 나는 뭐든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은 질문과 실행으로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다소 미흡했지만 완벽보다는 그 일을 시작하고 실행하여 결과를 만드는 일에 의의를 두며 하나하나 해나갔다. 

일 년간 다양한 일의 도전과 실행으로 값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른 한편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일에 대한 보람과 그 일을 통해 내가 얻고자 했던 기대치와는 어느 정도의 갭이 생겼다.



내가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했던 관계에 대한 문제와 예상 밖의 상황들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가 시작되었고 장거리 출근으로 얻은 목디스크와 스트레스로 인해 그 해 시작했던 일을 접기로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해보면 그 일 년은 지금의  내게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간에 경험과 알게 된 사람들은 값진 인연이고 시간이 되었고, 또  부득이하게 가진 쉼의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생각과 길을 여는 계기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수월해 보이는 길에 함정이 있다?


‘당신은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


나를 제일 잘 아는 한 사람의 말이다. 그래서 어떤 점에서 장점이라 생각하지만  늘 손해 보는 일이 생기곤 한다. 

두 번째 직업, 나는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나의 자신감을 세워주는 계기였고, 앞으로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발을 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고, 반면 나의 자세에 대해 반성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일을 그만두며 생각해 보았다. 


‘나의 예상보다 쉽게 얻어진 자리라 생각해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또 관계를 위한 정리 나 자신답지 않게  미흡했던 것은 아닌가?’


나는 그 시간 동안 힘듦을 핑계로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을 하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성숙하지 못한 행동들로 나는 스스로를 힘들게 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의 간절함도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나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쉽게 얹은 것은 쉽게 빠져나간다.

! 간절하다면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나의 행동은 나의 책임이다.


그 간의 얻은 현실적인 문장들이다. 

하나하나 새로운 일을 해나가며 스스로 판단하고 모두 책임져야 할 일들을  해나가며  나만의 새로운 경험치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것 


‘나는 언제든 스스로 도전할 수 있다.’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는 언제든 생각과 다른 변수들이 존재하며 그 변수들을 풀어가는 것 또한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풀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와보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할 일들 그 값진 시간이 내게 고스란히 남았다.



마흔이력서 쓰는 여자


잠시 쉼의 시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새로운 취업에 도전! 

나의 가치를 그리고 나를 지탱해 주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육아를 맡아주시던  엄마의 하행길을 막아서면서 나는 나이 40에 이력서를 썼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도전!’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한번 다시 타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학교에서의 일 년은 생각보다 나에게 많은 생각과 인상을 남겼다.  

그 기간 나는 나의 현재 경력에 공공의 경험을 쌓게 되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했다. 

그래서 도전했다. 전문직 공무원을 뽑는 자리들이 많이 생겼다. 나의 경력과 핏 되는 공고들을 하나씩 챙기며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나이 마흔과 지금 나의 마흔은 많은 차이가 있다.


‘나이 마흔이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의 나는 외부의 시선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고 그 시기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또 새로운 일에서 오는 시행착오로 힘든 시간을 겪을 수 있겠지만 자립적인 나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준비의 시간이라 생각했다. 이력서를 쓰고 제안서를 만들며 나는 새로운 40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40


마흔이라는 나이, 무언가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나이, 나는 두 가지 일을 시작했다. 

나의 삶을 더하기를 위한  입사 지원,  그리고 나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 줄 취미 

그렇게 시작한 두 가지 일은 지금의 나로 살아가게 해주는 큰 자양분이 되었다.

나의 경력과 맞는 두 군데 지원서를 넣었고 가능해 보이는 두 곳에서  합격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40대의 삶을 시작했다.


다시 마흔에 ‘합격’이라는 소식 나의 도전에 답들을 받으며 나의 자존감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그리고 짧은 공백의 시간에 나는 나를 다독이는 나만의 쉼을 즐기는 방법을 찾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 그리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그려나가며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들어 갔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40을 맞이하고 있었다. 








삶에 중요한 순간을 만나며


두 번째로 택했던 선택, 그 새로운 시작은 나는 나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쳇바퀴처럼 돌던 나의 시간이 새롭게 생긴 변화들로 조금씩 나는 변화하고 있었다.

힘듦은 다시 기쁨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일들의 스트레스로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나의 생각과 시각은 달라지고 있었다.



’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일에 몰두했던 것만은 아닌가 생각하며 하나씩 새로운 생활 속에서 나에게 중요한 무엇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가족, 일,  그리고  나’

‘하나씩 여유를 찾으며 살아야겠다.’


내게 중요한 순간들을 헤아려보며  나는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매일 아침 아이를 배웅하고 긴 시간 운전 중 공부를 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고 채워나가며 내게 주어진 이 시간 동안 나의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했었고, 그 일을 그만두고 그다음을 준비하며 나에게 필요한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그 힘은 나의 행복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이 먼저이다.’

‘내가 행복해야 누구에게든 나의 행복을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행복감을 느꼈고, 그 행복을 가족과 나와 함께 나누는 방법을 발견하며 나누기 시작했다.

늘 새로운 일에는 긴장감과 힘든 시간이 기다린다. 하지만 알고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게 돌아오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도전한 만큼의 결과는 내게 고스란히 내 것으로 남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 우리는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다.

! 실행을 통해 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 수 있다.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마흔을 준비하고 맞이하며 삶의 중요한 순간을 만나며 살아가고 있었다.



by 박 마담의 ‘슬기로운 여성 생활’

작가의 이전글 02 마흔, 다시 신입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