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스프레드시트는 한 10년 전부터 사용했다. 처음엔 웹에서 쓰는 엑셀 정도로만 생각했다. 당시엔 기능이 부족해 무거운 데이터는 엑셀과 혼합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엑셀은 내 컴퓨터에서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너무나도 멋진 서비스다. 단순 표 만드는 것부터 가계부, 데이터 정리, 편의 기능, 웹 정보 긁어오기 등 수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무료다.
- 저장을 따로 안 해도 된다. 엑셀에선 언제 파일이 날아갈까 불안해서 틈만나면 ctrl+s를 눌렀다. 이게 은근 스트레스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자동으로 저장되어 안심.
- 무료다. 엑셀은 버전별로 구입하고 설치해야 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무료 & 설치할 필요도 없다. 안 쓸 이유가 없음.
- 진입 장벽이 낮다. 엑셀과 같이 A열, 1행부터 시작한다. 셀 크기도 같다. 자주 쓰는 함수 SUM, AVERAGE, VLOOKUP 등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셀 오른쪽 하단 네모를 더블 클릭하면 자동채움 되는 것도 그대로다. 메뉴가 살짝 다르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 공유하기 편하다. 엑셀은 파일로 보내야 한다. 보내는데 시간 걸리고 이메일에 파일 첨부하는 것 까먹는 것도 지겹다. 링크 하나만 보내면 되니 편-안.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불편한 점이 있었다. 엑셀 첨부파일이 아닌 이메일 내용 자체에 표가 있으면, 이 표를 편집할 수가 없다. 이때 표를 긁어서 복사한 후,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붙여 넣으면 표 형태로 붙여진다. 거기서 내 마음대로 편집한 후, 다시 이메일에 복붙 하면 된다. 너무 편해서 아예 메모장 같이 활용할 수 있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 표 형태로 작업해야 할 때 잠깐 사용하면 편리하다. 복잡한 표를 읽을 때도, 일단 붙여 넣은 후 쓸데없는 내용을 지워가며 읽으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간단한 계산기로도 쓸 수 있다. 이제는 일반 메모장보다 스프레드시트를 메모장으로 쓸 때가 더 많다.
스프레드시트에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연동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 봐도 놀랍다. 웹 API 요청을 보내고, JSON 형태로 받은 데이터를 스프레드시트에 보기 좋게 정리해놓는 작업을 클릭 한 번만 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해주다니, 그저 신세계였다.
나는 데이터 참조를 할 때 VLOOKUP을 많이 썼다. 요즘에는 QUERY를 쓴다. 체감 상 데이터 불러오는 속도가 VLOOKUP보다 빠르다. 테이블 형식이 깨질 염려도 적다.
스프레드시트는 훌륭한 장난감이다. 이것저것 잡기능을 수행하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다보면 시간 잘 간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나의 근로자 인생과 늘 함께였다. 업무 및 생활 효율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런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어이없는 마음이 들 정도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아니지만, 프로그래밍하는 것만큼의 생산성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컴퓨터에서 엑셀을 언인스톨 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