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중동이었고, 일단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에 놀랐다. 우리나라가 찜통이라고 하면, 사우디는 직화오븐이라고 해야 하나. 창문 없는 단칸방에서 대형 온풍기를 틀어놓은 느낌이었다. 너무 더운 탓에, 밖을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다. 모두 차를 타고 다닌다.
적응된 뒤에는 인프라 디테일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1. 모든 상점에서 카드를 쓸 수 있었다. 무선 신용카드 단말기를 사용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대부분 NFC로 결제하며, 삼성페이도 사용할 수 있다. NFC가 지원되지 않는 카드도 꽂아서 결제하면 되니 돈을 내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2. 택시를 부를 때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카림(Careem)이라는 앱이다. 택시도 부를 수 있고 음식 배달도 된다. 다만 나의 신용카드는 어째서인지 등록이 안 됐는데, 다행히 우버 앱을 사용할 수 있었다. 택시가 매우 많기 때문에 리야드 시내라면 금방 잡힌다. 산유국이라서 그런지 택시비도 저렴.
3. 지도는 구글맵으로 모두 해결 가능했다. 상점 위치, 정보, 내비게이션 등 모두 구글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요일별 영업시간 정보도 자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이동하기 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어딜 가려면 일단 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에 꼭 확인하고 이동했다.
4. 국민 메신저는 왓츠앱이다. 에어비앤비 주인도 왓츠앱으로 연락이 왔고(에어비앤비 메시지는 모두 무시당했다), 행사 직원들도 서로 왓츠앱으로 소통하며 일했다. 한 번은 택시기사의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내 휴대폰의 구글맵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는데, 내가 구글맵에서 찍어야 되는 위치의 링크를 내 왓츠앱 계정으로 공유해 줬다. 난 그저 출장 왔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벌써 여러 명이 내 왓츠앱 친구로 추가되어 있다.
5. 식당 메뉴판은 저렴한 곳이든 고급스러운 곳이든 QR코드 메뉴를 많이 사용한다. 좀 더 있어 보이려는 느낌을 내려는 것인지 QR코드가 종이가 아닌 나무나 메탈 장식물에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근데 QR코드로는 메뉴 확인만 가능하고, 중국처럼 결제까지 되는 시스템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번거롭다는 인상이 들었음.
6. 앱이나 인프라면에서 "최첨단이다!"라는 부분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불편함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누굴 만나도 영어가 어느 정도 통했기에 소통에도 지장 없었다. 사우디 자체적으로 개발한 앱이나 서비스는 거의 없었고, 해외의 좋은 것을 적극 받아들이는 방향성을 취하고 있었다.
사우디는 현재 '비전 2030'이라는 이름의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기름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뒤바꾸려는 계획으로, 리조트와 문화 인프라를 건설해 관광객들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스포츠, 게임, 리조트, 워터파크, 놀이공원, 골프장, 헬스케어 등 모든 것을 집합한 꿈의 도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나는 이들이 꿈의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돈이 많고, 국가 권력자들의 의지가 확고하며, 화려한 모습의 수도 리야드도 1990년대에는 그저 사막이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꿈의 도시는 반드시 건설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전 세계 사람들의 방문으로 이어질지, 지속가능할지는 솔직히 반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