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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12. 2020

선물하기 편한 세상


회사 창립 기념일이었다. 독일 본사에서는 케이크와 술을 쌓아놓고 신나게 먹고 노는 것 같았다. 해외 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국에 혼자 있어 파티 같은 건 없었다. 약간 쓸쓸한 기분이었는데, 중국 지사장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 예쁜 꽃과 케이크였다. 한국어로 쓴 편지도 들어있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단어와 띄어쓰기가 엉성했지만, 고마운 마음은 잘 전달됐다. IT의 힘이 느껴졌다. 어떤 장벽도 느끼지 않고 해외에서 한국에 있는 나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지사장은 한국의 선물 웹사이트 중, 중국어나 영어를 지원하는 곳을 찾았을 것이다. 결제는 신용카드로 했을 것이다. 환율 때문에 때문에 가격이 미세하게 차이 날 수는 있으나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제한 후 도착 알림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업체를 통해 보내는 선물은 직접 보내는 것보다 감동이 약할 수밖에 없다. 보낸 사람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때우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그래도 난 좋았다. 나에게 보낼 생각을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결제와 주문 시스템이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구축한 엔지니어들에게 감사하다. 보낸 선물이 집 앞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케이크가 뒤집히지 않도록 신경 써준 택배 기사분에게 감사하다. 인터넷이라는 걸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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