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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05. 2020

광고를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


광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신문, 광고판, TV, 라디오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도 줄줄이 이어져 나온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어떤 광고는 짜증 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광고도 있다. 광고 내용 자체가 재밌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전달 방식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광고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광고가 아닐까. 영상 시작 전이나, 중간, 끝난 후에 나온다. 스킵할 수 없는 짧은 광고도 있고, 길지만 5초 후 스킵할 수 있는 광고도 있다. 광고가 두 개 연속으로 나올 때도 있다. 그때는 잠깐 스트레칭하다 보면 끝나 있다. 그렇게 거슬리진 않는다.


OTT 광고

나는 마블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를 매주 챙겨본다. 미국 케이블 방송사 ABC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본방 후 일주일이 지난 것만 무료). 미국 IP주소로 접속하지 않으면 차단당하기 때문에 VPN을 써서 접속한다. 시청 버튼을 누르면 일단 광고다. 15초 광고를 세 개에서 다섯 개 봐야 한다(스킵 불가). 42분 드라마에 광고 구간이 총 여섯 개 있어서, 5~10분 간격으로 광고를 봐야 한다. 드라마에 몰입한 감정이 규칙적으로 끊긴다. 시트콤이라면 몰라도 액션 장르라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심하다.

 

PC 소프트웨어 광고

내 아내는 HWP 파일 편집을 위해 <폴라리스 오피스>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무료 버전이라 광고가 나온다. 보통 PC 소프트웨어의 광고라면 오른쪽 하단에 뜨는 게 정석인데, 여기에서는 오른쪽 하단뿐만 아니라 상단과 중앙에도 뜬다. 상단까지는 그렇다 쳐도 중앙에 뜨는 건 지나친 느낌이다. 문서 편집을 방해해서라도 광고를 클릭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보상형 동영상 광고

나는 가끔 <몬스터 스트라이크>라는 일본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하루에 5분 정도). 이 게임에서는 매일 두 번, 동영상 광고를 시청할 수 있다. 게임 중에 뜨는 건 아니고, 게시판에 가서 내가 직접 눌러서 봐야 한다. 30초 길이고 중간에 스킵은 안 된다. 다 보고 나면 게임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보상을 주므로 일부러 찾아서 본다. 본다고 해도 실제로는 켜놓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지만.


결론

맥도날드 햄버거가 나오는 광고가 있다고 해보자. 먹음직스러운 햄버거가 유튜브 광고로 나오면 "먹고 싶지~?"라며 나를 유혹하는 것이 전부다. 만약 화면 한구석에 나오는 게 다라면 거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파격적인 할인가가 쓰여있다면 모르겠지만). 테이블에 놓인 전단지처럼 '존재는 하지만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서 편집 중 갑자기 햄버거 그림이 문장을 가리면, 마치 "햄버거 먹어라!!!"라고 외치며 내 얼굴에 들이미는 것 같다. 테이블에 조용히 접혀있던 전단지가 냉장고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것 같다. 우리는 광고 덕분에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동영상도 공짜로 볼 수 있다. 뭘 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세상은 끔찍하다. 그렇다 해도, 주인공 자리를 침범하는 광고는 용서해주기 싫다. 자신의 위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광고가 좋다. 내 예상 범위 안에서, 내 통제 안에서, 중요한 순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광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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