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파트 게시판에 공지사항 하나가 붙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교체한다는 내용이었다. 노후된 걸 계속 고쳐쓰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새 걸로 바꾸려는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정리해 보겠다.
1. 공사 기간은 약 1개월이다. 1개월 동안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 모든 이동은 계단을 통해야 한다.
2.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아예 집밖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결국 공사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공지사항에는 가족이나 친인척 집으로 거주지를 옮기시라는 권장 내용이 있었다.
3. 거동이 불편하지 않아도 계단 올라가는 것은 힘들다. 예를 들어 20층에 사는 사람이라면 올라가면서 한 두 번은 앉아 쉬고 싶어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두 개 층마다 의자를 배치해 놓았다. 아이와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해 보였다.
4. 공사 소음이 있다. 드릴과 망치질 소리가 난다. 매일 발생하기는 하나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나는 수준은 아니다. 대신 소음이 났다 하면 (공업용 드릴을 사용하므로) 평소의 소음과는 차원이 다르게 크다.
5. 택배가 더 이상 문 앞까지 오지 않는다. 아파트 입구의 우체통 주변이 택배 보관소가 되었다. 따라서 택배가 도착하면 계단을 내려가 직접 가져와야 한다. 쿠팡프레시백을 반납할 때도 아파트 입구에 그대로 두면 된다. 음식 배달을 시킬 때도 전화가 오면 1층까지 내려가게 된다.
6. 아파트 보안이 취약해진다. 하루종일 아파트 현관문이 열려있기 때문에(엘리베이터 엔지니어분들이 들락날락하기 위함), 입주민이 아닌 사람도 슬쩍 들어올 수 있게 된다.
7. 주차장 공간이 협소해진다. 엘리베이터 관련 부품이 워낙 크기에, 공사기간 동안 주차장 자리 몇 개를 엘리베이터 회사에게 내주게 된다. 참고로 각 층의 복도에도 이런저런 부품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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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불편하지만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물론 가구나 가전제품을 주문해야 할 때면 다르겠지만(기사님들과 같이 옮겨야 하나?), 극단적으로 생각해 평생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해도 그럭저럭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관리사무실이 사전 준비를 잘했다고 느꼈다. 공사 한 달 전부터 자세히 공지를 해주었고, 특히 두 개 층마다 의자를 두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새삼 모든 시스템에는 이중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