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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는 왜 개별 구매로만 볼 수 있을까?

by 맨오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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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는 바디 호러 장르의 영화다. 작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었고, 각본상을 수상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는 12월에 개봉했고 꾸준한 입소문 덕분에 관객 50만 명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처음으로 영화의 개요를 들었을 때 그 즉시 흥미가 생겼다. 여성의 외모 강박을 주제로 한 영화는 본 적 있어도, 그걸 바디 호러로 풀어낸 작품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그 참신함에 이끌렸다. 영화는 영상이며 내용이며 소리며 매우 징그럽고 끔찍하지만(아내는 영화 후반 분량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나하나 새롭고 빠져드는 작품이었다.


내가 흥미를 가질 때 즈음에는 <서브스턴스>가 극장에서 거의 내려간 뒤였다. 어떤 OTT에서 볼 수 있을까 검색을 하는데 웨이브, 왓챠, 애플TV, 쿠팡플레이, 유튜브 등 대부분 플랫폼에 올라와 있었다. 다만 월 구독자도 개별 구매를 해야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가격은 대여 11,000 원, 구매 16,000 원 정도로 모든 플랫폼이 동일하다. 개별구매가 없는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없다.


개별 구매가 16,000 원이라니 상당히 비싸다. 동일하게 12월에 개봉한 <위키드>는 현재 유튜브에서 7,500 원(대여는 2,500 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모아나 2>는 그나마 비싼 10,900 원이지만 UHD 화질로 제공된다. <서브스턴스>는 HD 화질임에도 16,000 원이다. 아마존 프라임에서는 UHD 화질로 제공되지만 구매가가 $19.99로 국내보다 비싸다.


가격을 이렇게 영화 표값 수준으로 설정한 것은 100% 의도적으로 보인다. <서브스턴스>는 19세 영화이고, 바디 호러 장르에다가 여성 관객들을 집중 타겟한 작품이니 '볼 사람만 보는' 작품이다. 대신 그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볼 사람들은 "에이 뭐야 개별구매네, 돈 아까워"라고 할 사람들이 아니다. "영화관 화면으로 보기엔 너무 무서워요.."라는 사람들도 확실한 고객층이다. 확실한 소수는 기꺼이 돈을 낸다. 동시에 대중적인 인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작품이다. 따라서 각 플랫폼들의 유통 파워를 활용하되, 개인당 구매 단가를 높게 가져가는 방식은 이 영화와 딱 맞는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1,750만 달러(약 250억 원), 영화관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7,100만 달러(약 1,000억 원)다. 보통 영화 제작비의 2배 정도를 벌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4배 이상을 벌었으니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배급사인 MUBI의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등극했다고 한다.


훌륭한 작품은 이 세상에 많지만, 나는 <서브스턴스>가


1)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2) 높은 완성도로

3) 강렬하게 보여주였기에


특별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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