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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의식주 아님)

by 맨오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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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an's Search for Meaning>을 읽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의 원서다. 과거 국내판을 읽고 내 삶은 크게 바뀌었다. 그래서 원서도 한 번 읽고 싶었다. 원서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나는 한 때 삶이 공허하다 느꼈다. 모든 것이 적절하고 충분했다. 괜찮은 직장에 다녔고, 결혼도 했고, 부유하지는 않으나 부족하지 않았고, 몸도 건강했다. 배부른 소리지만 그런 적절한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그게 단가?" 이 질문이 머리를 꽉 채웠고 나는 이에 대해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책에 'The Meaning of Life'라는 챕터가 있다. 공허감으로 가득했던 나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제목이었다. 그래, 삶의 의미가 뭘까? 많은 철학자들이 '삶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 말한다. 나 또한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며, 날마다 바뀌며, 매시각 바뀐다. 중요한 것은 삶의 일반적인 정의가 아니라 특정한 순간에 놓인 특정한 사람이 느끼는 의미다.
For the meaning of life differs from man to man, from day to day and from hour to hour. What matters, therefore, is not the meaning of life in general but rather the specific meaning of a person's life at a given moment.


저자는 삶의 의미를 머릿속이 아닌 세상 속에서 찾아야 한다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은 늘 어딘가를 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일수도 있고, 재산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이면서 그 방향성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란 뭘까?"라는 질문에 헤맸던 내가 답을 찾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서 의미를 찾아야 할까?"가 좀 더 맞는 질문이었을 것 같다. 자꾸 내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려 하지 말고, 매 순간의 맥락에서 삶이 나를 어떤 식으로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냈어야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깨우친 게 하나가 있다. 사람은 기대와 희망을 먹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기대할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왜 기대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나의 절대적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매력적이나 헛된 시간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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