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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났다는 느낌 주기

by 맨오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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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끝내면 '다 닦았다!'라는 뿌듯함이 있다. 가구를 조립하면 완성된 가구가 눈 앞에 보여 만족스럽다. 종이학을 백 마리 접으면 대단한 성취감이 든다(실제로는 한 마리도 접어본 적 없다).


나의 업무는 이런 완결성이 부족하다. 이메일 보관함은 끊임없이 채워진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여러 시간대에 퍼져있으니 밥 먹을 때, 잘 때 가리지 않는다. 슬랙 메시지는 더 지독하다.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농담성 메시지까지 모조리 '읽지 않음'으로 표시된다. 일을 다 마치고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같은 느낌이 잘 생기지 않는다.


"IT 일이 원래 그렇지 뭐~"라며 넘기기엔 계속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만의 룰을 몇 가지 만들었다.


1. '받은 메일함'은 무조건 비운다

새 이메일은 '받은 메일함'에 쌓인다. 그냥 두지 않고, 다음과 같이 처리를 한다:


- 별 내용 아님 => 보관함으로 이동

- 내용이 짧고 내가 답장해야 함 => 바로 회신하고 보관함으로 이동

- 내용이 길어 나중에 읽고 싶음 => Snooze로 미루기


냉장고하고 똑같다. 아무 생각 없이 쌓아 놓다 보면 나중에 고생이다.


2. 슬랙 메시지는 전부 '읽음'으로

나는 슬랙을 열기가 늘 부담된다. 열어놓은 상태는 괜찮은데, 새로 여는 것이 두렵다. 내가 자는 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메시지를 한방에 목격하는 게 스트레스다.


일단 중요도가 낮은 채널부터 재빨리 읽는다(예를 들면 잡담 채널). 가짓수를 줄이면 부담이 줄어든다. 집중해서 읽어야 할 메시지는 별★표시를 해놓는다. 어떻게든 모든 메시지를 '읽음'으로 상태로 만들어, '더 이상 읽을 메시지가 없는 상태'로 만든다.


그 후에 별★표시해놓은 메시지를 순차적으로 읽는다. 이러면 '읽어야 할 메시지가 산더미인 상태에서 퇴근'할 때의 찝찝함이 줄어든다.


3. 할 일 목록 만들기

나에겐 할 일 목록이 있다. 목록은 여러 개 만들면 헷갈리니 딱 한 개로 제한했다. 할 일 목록에 있는 애들을 모두 완료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없다면 내일로 미뤄도 된다. 다만 미룰 거면 그냥 놔두지 말고 미뤄야 한다. 목록을 다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받은 이메일함을 비우고, 슬랙 메시지를 다 읽고, 할 일 목록을 비우면 "오늘 일 다 끝났다~!"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이메일과 슬랙 메시지는 그 사이에 또 쌓인다. 그래도 다 비운 순간의 뿌듯함을 매일 느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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