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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격근무하면서 지키는 10가지

by 맨오브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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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20년 1월 1일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독일 코로나 상황을 보니 타이밍이 매우 적절했다). 귀국 다음 날부터 바로 원격근무를 시작했으니 이제 3개월 차로 접어든 셈이다. 원격근무가 나에겐 나름 잘 맞는 느낌이다. 늘어지는 느낌도 안 든다. 집중도 잘 된다.


내가 원격근무를 하면서 지키는 나름의 원칙 9개를 뽑아봤다.


1. 밥은 가볍게 먹는다

많이 먹으면 졸리다. 졸리면 한 숨 자고 싶다. 한 없이 늘어진다. 얼마 전에 샤브샤브를 배불리 먹은 후 일에 집중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이런 불쾌한 포만감은 늘 나와 함께했다. 동료들과 점심 슈니첼을 먹으면 소화에 집중하느라 뇌가 힘들어했다. 이젠 가볍게 먹은 후 입이 심심하면 차를 마신다.


2. 자주 움직인다

움직이면 가만히 있을 때보다 덜 피곤하다. 요즘엔 일하다가 피곤하면 집안일을 한다. 단순 작업이라 멍 때리기 좋고 몸을 움직이니 활력이 생긴다.


3. 잠옷 입고 일하지 않기

나만 그런지 몰라도 잠옷을 입으면 왠지 늘어진다.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약간의 긴장감이 생겨서 좋다.


4. 빠른 인터넷보다 안정적인 인터넷

내가 원격근무를 하면서 주고받는 데이터라고 봤자 텍스트, 사진, PDF 파일 등이다. 100MB 인터넷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행아웃에서 화상 통화하는데 중간중간 끊기면 그만큼 내용 전달이 안 된다. 대화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공유기와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면 좋다. 랜선을 꽂으면 더 좋다.


5. 일하는 시간 나누기

내의 동료들은 대부분 독일 베를린에 있다. 한국과 8~9시간의 시차가 있다. 아침에 일하면 아무도 없어 조용~하다. 저녁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활발해서 내가 잠잘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엔 오후 5~10시까지 베를린과 일하고(협업), 다음 날 아침 일찍 2~3시간 일한다(혼자 집중).


6. 툴 사용법을 숙지

행아웃에서 비디오 켜기/끄기, 마이크 켜기/끄기, 화면 공유하기, 소리 입출력 변경 등 기본 기능을 확실히 숙지해야 한다. "내 목소리 들려~? 안 들려? 잠깐만..." 이라며 상대방 기다리게 하면 민폐고 시간낭비. 최근엔 Zoom을 쓰는 사람들도 많아져 Zoom도 함께 쓴다.


7. 이모티콘을 쓴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표정과 말투에 깔려있는 뉘앙스 정보가 있다. (체념하는 말투로) "그래..."라고 하는 것과, (밝은 표정으로) "그래!"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다르다. 상대방의 의도가 내용 자체보다 중요할 때도 많다. 그런데 글로만 전달하려니 내 의도를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 나는 글에는 전달할 내용의 배경, 의도,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고, 뉘앙스는 이모티콘으로 보충한다. 다만 슬랙에는 귀여운 이모티콘이 없기에 Giphy에서 밈을 불러오는 식으로 대체.


8. 글을 길게 쓰지 않는다

글의 분량 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 동서양 막론하고 긴 이메일, 긴 업데이트 기록은 조회수가 낮다. 복잡해 보이는 글도 (실제로 복잡한지는 상관없다) 잘 안 읽는다. 나 포함해서 사람들은 은근 대충 읽는다. 간결하고 쉬운 단어를 써야 한다.


9. 많이 읽자

현재 베를린 동료의 99%가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글 쓰는 현시점 독일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2만 명 언저리다). 덕분에 글 정보량이 엄청 늘었다. 귀찮다고 대충 읽으면 나중에 고생이다.


10.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JIRA, 구글 스프레드시트, Trello 등으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공개해 놓으면 편하다. 내가 내 업무를 관리하기도 편하고, 남들이 나에게 말 거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 중복해서 말하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공개하기 때문에, 집에서 늘어지는 걸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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