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애플 이벤트에서 예상 밖의 신제품이 발표되었다. 이름하여 바로 '에어태그(AirTag)'. 잃어버린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액세서리다. 예를 들어 자동차 키에 에어태그를(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더 크다) 달아두면, 나중에 키를 잃어버렸을 때 아이폰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아이패드도 대단했고 컬러풀한 아이맥도 좋지만,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인 에어태그에 대해 알아보자. 물론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쓰는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작은 크기에 비해 꽤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다. 특히 스피커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 모양은 동그라미. 지름 3.2cm.
- 무게는 11g.
- 가격은 개당 39,000 원(네 개를 한꺼번에 사면 129,000 원)
- IP67 등급의 방진 방수(먼지 보호, 수심 1m에서 30분까지 버틸 수 있음)
- 블루투스(근접거리 측정용)
- U1칩(정확한 위치 확인용)
- NFC(잃어버린 에어태그 확인용)
- 내장 스피커
- CR2032 배터리(흔히 손목시계에 들어가는 동전형 배터리)
에어태그를 쓰려면 애플ID와 iOS/iPadOS 14.5 이상이 필요하다. macOS의 '나의 찾기(Find My)'에서도 위치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최초 등록을 위해서는 아이폰/아이팟/아이패드 중 하나가 필요하다. 등록한 후에는 맥에서도 에어태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위치만 알려주는 액세서리였다면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매끄러운 디자인이나 방진 방수 기능보다 눈에 띄는 것은 블루투스+U1칩+NFC 콤보다.
예를 들어 차 키를 길에 떨어트렸다고 하자. 다행히 차 키에 에어태그가 달려있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차 키의 대략적인 위치다. 아이폰이나 맥에서 '나의 찾기' 기능으로 알아낼 수 있다. 에어태그가 대단한 이유는 내 위치가 에어태그와 멀리 떨어졌다 해도, 에어태그 근처를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폰이 에어태그의 위치정보를 업데이트시켜준다는 점이다. 즉, 거리에 아이폰 인구가 많을수록 위치 정확도가 높아진다. 물론 암호화되어 이루어지는 작업이라 다른 사람이 내 에어태그를 마음대로 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다.
블루투스 덕분에 대충 에어태그 근처까지 갔다 치자. 이제 U1칩이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 분실한 에어태그의 위치를 내비게이션 방식으로 알려준다. 사용자는 그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화면에는 에어태그까지 남은 길이가 표시된다(아이폰11 이후 제품에서만 지원하는 기능이니 참고).
그럼 NFC는 왜 필요할까? 내가 잃어버린 에어태그를 다른 사람이 찾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때 에어태그를 주운 사람은 NFC 기능이 있는 자신의 휴대폰에(안드로이드로도 가능!) 에어태그를 갖다 대면 그 에어태그의 시리얼 번호와 주인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물론 주인이 사전에 연락처를 등록해놓아야 한다). 그럼 서로 연락이 닿아 에어태그를 주인에게 돌려주어 훈훈한 하루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피커는?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위치를 찾아도 눈에 도저히 안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폰에서 '소리 재생하기'를 눌러 에어태그에서 신호음을 재생하게 할 수 있다. '삑삑삑삐빅~' 거리는 따라가며 더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위치를 추적하는 제품이라(크기도 작고) 범죄에 쓰이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다른 사람 가방에 몰래 넣어서 스토킹 하는데 쓰일 수도 있고... 다행히 애플도 나름 고민을 한 듯하다. 만약 다른 사람의 에어태그가 내 근처에 계속 있다면 내 아이폰에 '등록되지 않은 에어태그가 근처에 있습니다'라며 알림이 온다.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제품 에어태그는 놀랍게도 가격이 그다지 애플스럽지 않다. 39,000 원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저렴한 것은 절대 아니다). 대신 에어태그를 예쁘게 감싸주는 키홀더 액세서리를 함께 판매하는 것을 보며 역시나 싶었다. 액세서리 디자인도 그렇고, 에어태그 뒷면에 나만의 문자나 이모티콘을 새길 수 있어 기능과 디자인 모두 뛰어난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인상적이었다는 감상과는 별개로 실제로 쓸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