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 세상에 나온지도 벌써 35년이 넘어간다. 엑셀은 전 세계 사용자 수가 7억 명이 넘어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소프트웨어다. ‘표 만들기는 무조건 엑셀’이라는 인식은 거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다 2006년에 구글 스프레드시트가 나왔다. 따로 설치할 필요도 없고,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고, 버전 관리도 할 수 있는 데다가 무료인 ‘구글이 만든 엑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셀은 아직 필요해 보인다.
1.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을 때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쓰려면 인터넷 연결이 필수다(오프라인 모드가 있지만 제한적이다). 모두가 24시간 온라인인 시대라고 해도, 그걸 필수조건으로 만들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데이터 동기화 중에 내용이 꼬이거나, 구글 서버가 다운되어 접근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일이 없다. 관리만 잘하면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읽고 쓸 수 있다.
2. 파일이 거대할 때
스프레드시트에 있는 내용은 구글 서버에서 불러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PC에 저장되어 있는 엑셀 파일에서 불러오는 것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파일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속도 차이는 더 크게 체감된다. 또한 사람들이 만드는 표에는 단순 입력 데이터뿐만 아니라 함수를 이용해 산출되는 것도 많다. 그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모두 서버에서 불러오는 것은 꽤 무거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는 셀 개수가 만 개만 넘어가도 인터넷 브라우저가 버벅대고 컴퓨터 쿨링팬이 용을 쓰기 시작한다. 스프레드시트가 감당할 수 있는 셀의 개수는 약 500만 개이지만, 그보다 한참 전부터 느려지기 일쑤다. 반면 엑셀이 감당할 수 있는 셀은 스펙상 1,700만 개가 넘고(정확히는 17,179,869,184개), 체감상으로도 방대한 데이터는 엑셀에서 돌리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3. 파워풀한 기능
한 땀 한 땀 손대기 힘들 정도로 큰 데이터를 다루고 있으면 그에 걸맞은 기능이 필요하다. 엑셀은 거대한 데이터를 다룰 때 필요한 기능을 여러 가지 제공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파워 쿼리와 파워 피벗이다.
파워 쿼리(Power Query) – 여러 개의 엑셀 파일을 하나로 합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고객 정보와 판매 데이터가 별도의 파일로 분리되어 있고 각자 데이터 형식이 다를 때, 대부분 사람들은 각 파일을 열어 한쪽으로 복붙 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파워 쿼리를 쓰면 합치는 것은 물론이고 정리 부분까지 기능으로 제공되어 훨씬 간편하다. 외부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어 원한다면 내 컴퓨터에 있는 엑셀과 외부 데이터를 하나로 합치는 것도 가능하다. 파워 쿼리를 쓰려면 상단 메뉴에서 ‘데이터 à 데이터 가져오기’로 가서 ‘파워 쿼리 편집기 시작’을 클릭하면 된다.
파워 피벗(Power Pivot) – 피벗은 표에 있는 데이터를 이리저리 재조립해 볼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만약 다루어야 할 표가 여러 개라면? 굳이 하나의 표로 합칠 필요 없이 파워 피벗을 통해 관계성만 정의해주면 된다. 그 관계성을 바탕으로 흩어진 데이터 기반의 피벗 표를 만들 수 있다. 그것도 느려질 일 없이. 상단 메뉴에서 ‘Power Pivot’이라고 쓰인 메뉴를 누르면 되는데,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엑셀 옵션으로 가서 추가 기능에서 활성화하면 된다.
파워 쿼리나 피벗 외에도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VBA,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함수 DAX 등 엑셀의 기능은 강력하다. 데이터가 방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엑셀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4. 구글 아이디가 없을 때
아무리 스프레드시트가 협업의 강자라고 해도, 엑셀은 다른 의미로 협업에 강하다. 업무를 하다 보면 전혀 다른 업계의 사람들과 일하게 될 때가 있다. 이때 필연적으로 정보나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는데, 구글은 커녕 어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무리 클라우드가 꽉 잡고 있는 세상이라고 한들, 아직까지 더 보편적인 것은 첨부파일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엑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구글 아이디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엑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지금까지 엑셀의 필요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세상 모든 것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옮겨가면서 엑셀에도 온라인 기능이 여럿 추가되었다. 여러 사람과 한 개의 엑셀 파일을 놓고 협업할 수 있고 공유하기도 훨씬 쉬워졌다. 그러나 ‘온라인 엑셀’의 대명사는 두말할 것도 없이 구글 스프레드시트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은 여전히 오프라인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오프라인 기반이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데 적합하다. 다른 기능은 제쳐두더라도 파워 쿼리와 피벗 기능은 꼭 써보기 바란다. 여러 파일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기 위해 써야 하는 시간을 상당히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내용은 요즘IT와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