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민들 공포체험 시키다?

본의 아니게 퇴근길의 스릴러

by 마누아 브르통


9시 13분

집에 가는 길


메트로에서 본 천장에 걸린 시간


어떤 때는 익숙한 퇴근시간이지만

오늘은 익숙하지 않다.


메트로 타기 전에 찰칵


전에는 가까이 지냈지만

요즘은 기억에 숨어 지내던

말러의 음악이 문득 생각났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곰곰이 생각하다 고른

말러 교향곡 10번


미완성이라 더 처절한가

소름 돋는 현들이 준 닭살인지

봄이 왔지만 초겨울 날씨의

쌀쌀한 밤이 준 닭살인지

팔을 애며 몸을 움츠린다.


섬뜩 섬뜩 밤의 날카로운 공기 속으로

인적 드문 파리의 좁은 골목길을 걸어본다.


정작 골목길에서는 사진 안찍음


달이 나를 쫓는지

내가 쫓는지 분간 못하다가

하늘만 바라보며 멍하게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와

다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꺾는다.


그런 내가 이상한지 사람들이 힐끔힐끔

멀쩡히 차려입고

확실히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저 멀리서 어떤 사람은

나를 한참 관찰한다.

그 사람을 내가 다시 관찰한다.


관악기 멜로디 라인을 따라 휘파람 불어 본다.

앞에 가는 사람이 자꾸 뒤를 돌아본다.


‘아 저 사람은 이 노래가 안 들리겠구나.’

이 밤에 본의 아닌

공포영화 체험을 하게 했다고 생각하니

약간 웃음이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휘파람을 멈추고

음악의 강약 조임에 따른

심장 박동과 떨림과 안도

그리고 환희를 느끼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심포니를 풀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 곳은 위험할까?

이웃이 없는 곳에 살아야 할까.


음악을 들었을 뿐인데

발이 저절로 움직였고

이미 집에 거의 다 왔다.


말러의 모든 고통이 담긴 듯

악기 소리에 담긴 비명 소리가 들리고

다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는다.


그렇지만 심포니를

풀 사운드로 들을 수 있는 집에는

정말 언젠가 한번 살아보고 싶다.

이 쾌감을 매일 느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집에 가는 길에

이어폰으로 듣는 심포니 사운드에

내 귀는 찢어지진 않았지만 얼얼하고

달과 도둑 잡기 하며

앞에 가는 사람에게 공포체험하게 하고

연주 따라 오른쪽 왼쪽 걸으며

머릿속 악보를 읽으며

지휘 시뮬레이션 해보다가

여러 사람 겁준 이야기


그렇지만 이게 다 밤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어서

파리라서

잠깐 할 수 있는 퇴근길의 스릴러



덤으로 오늘 낮에 본 에펠탑


https://youtu.be/vHyV8noUXC0?is=rtOsOyX1co0nV6fN

들어보면 얼마나 비장한 곡인지 알 수 있다. 말러 교향곡 10번



[글쓴이의 말 : 집에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