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마뇰리아의 대답
추운 어두움이
조금은 주춤해질 즈음
햇살이 밝고 강한
빛을 퍼트리고
벚꽃보다 작지만
더 뽀얀 얼굴들이
조금씩 고개를 피며
웃고 또 피어난다.
그때, 분홍 아가들도
노란 아가들도 같이
눈을 감았다 뜨며
얼굴을 활짝 내밀고 깨어난다.
노란색 하얀색 수선화도
서로 떼를 지어
내 무릎 밑에 가득 필 때쯤
붉은 까멜리아도
정열의 부채를 활짝 펼쳐본다.
그때 맡은
코가 시리도록 아련한 내음
내 정신이 아득할 만큼
강한 느낌에 둘러싸여
바라본 곳에는 네가 서 있었다.
마뇰리아 그래
네가 있었구나.
나는 널 잊고 살았는데
너는 늘 여기 있었구나.
로즈메리 보다 코가 더 아리고
쟈스민보다 찡한듯 더 시리며
백합보다는 플로랄 하지 않으며
뾰족하지 못하고 여린 네가
여기에 머물러 있구나.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고
너를 두고 발을 딛고 가기에
아쉽기만 하지만
딛고 나간 길에
어느새 너를 잊고
다른 계절을 여럿 보낸 후에야
또다시 돌아와 너를 마주하겠지
네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목이 메이고
저절로 새어 나오고 마는 소리
“미안해
좋아하지만
잊고 살았던 것 미안해.”
이 말을 들은 너는 나에게
이리 더 와보라고 손짓한다.
손짓하는 사이로 들어가
잠잠히 귀 기울이고
들어본 소리
바람 사이로 속삭이는 네 소리는
이런 말인 듯하다.
“나를 잊은 듯 잊지 않았고,
나를 지나갔지만 늘 돌아왔어.
그러니 지금,
다시 만난 우리의 기쁨에
네 미안한 마음은 덜어두길. “
“그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일일지라도
다시 마주하는 반가움과 이 기쁨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글쓴이의 말: 봄이 왔는데 철문 같은 마음으로 맞이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어쨌든 목련과 특별한 사이인 것은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