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널 잊고 살아서

그러자 마뇰리아의 대답

by 마누아 브르통

추운 어두움이

조금은 주춤해질 즈음

햇살이 밝고 강한

빛을 퍼트리고


벚꽃보다 작지만

더 뽀얀 얼굴들이

조금씩 고개를 피며

웃고 또 피어난다.


그때, 분홍 아가들도

노란 아가들도 같이

눈을 감았다 뜨며

얼굴을 활짝 내밀고 깨어난다.


노란색 하얀색 수선화도

서로 떼를 지어

내 무릎 밑에 가득 필 때쯤


붉은 까멜리아도

정열의 부채를 활짝 펼쳐본다.


그때 맡은

코가 시리도록 아련한 내음

내 정신이 아득할 만큼

강한 느낌에 둘러싸여

바라본 곳에는 네가 서 있었다.


마뇰리아 그래

네가 있었구나.



나는 널 잊고 살았는데

너는 늘 여기 있었구나.


로즈메리 보다 코가 더 아리고

쟈스민보다 찡한듯 더 시리며

백합보다는 플로랄 하지 않으며

뾰족하지 못하고 여린 네가

여기에 머물러 있구나.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고

너를 두고 발을 딛고 가기에

아쉽기만 하지만


딛고 나간 길에

어느새 너를 잊고

다른 계절을 여럿 보낸 후에야

또다시 돌아와 너를 마주하겠지


네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목이 메이고

저절로 새어 나오고 마는 소리


“미안해

좋아하지만

잊고 살았던 것 미안해.”


이 말을 들은 너는 나에게

이리 더 와보라고 손짓한다.


손짓하는 사이로 들어가

잠잠히 귀 기울이고

들어본 소리


바람 사이로 속삭이는 네 소리는

이런 말인 듯하다.


“나를 잊은 듯 잊지 않았고,

나를 지나갔지만 늘 돌아왔어.

그러니 지금,

다시 만난 우리의 기쁨에

네 미안한 마음은 덜어두길. “


“그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일일지라도

다시 마주하는 반가움과 이 기쁨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글쓴이의 말: 봄이 왔는데 철문 같은 마음으로 맞이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어쨌든 목련과 특별한 사이인 것은 분명합니다. ]